지난 18일 서울 마포구 ‘아현포차’는 강제집행됐다. ‘아현포차’는 아현역 3번 출구 아래 늘어선 포장마차 골목을 통칭한다. 1992년 쓰레기 적치장이 사라지면서 마포구의 다른 노점들도 옮겨와 포차골목이 됐다. 2014년 재개발로 인근에 푸르지오 아파트 등이 들어선 후 아현포차에는 아파트 주민들의 민원이 빗발쳤다고 알려졌다.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는 교통 불편과 교육환경 저해 등을 이유로 아현포차를 철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근 아현초등학교의 통행불편 등도 철거의 이유로 꼽혔다.

하지만 이곳 상인의 대부분이 70대가 넘는 데다 오랜 기간 장사를 해왔다는 이유 등으로 강제철거는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일었다. 그럼에도 18일 오전 강제집행은 이뤄졌고, 이에 지역구 의원인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대한 비판도 따라 나왔다. 노웅래 의원의 20대 총선 공약이 ‘아현포차 정비(철거)’였기 때문이다.

미디어오늘은 18일 오후 노웅래 의원에게 아현포차 강제집행에 대한 입장을 물었다. 이와 함께 현재 아현포차 지킴이로 활동하고 있는 김상철 노동당 서울시당 위원장의 반박도 함께 들었다.

▲ 노웅래 의원. 사진=포커스뉴스
- 마포에 자리 잡은 지 20~30년이 된 포차거리가 인근 ‘마포 래미안 푸르지오’ 아파트의 집단민원으로 인해 사라지게 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에 대한 입장은?

노웅래 의원: "아현포차의 정비 이유가 인근 푸르지오 아파트의 민원 때문이라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 물론 푸르지오아파트 측에서도 민원이 들어왔을 수 있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가 된 것은 푸르지오 아파트의 민원이 아니라 아현초등학교 학생들의 통행권 교육권 등에 대한 문제제기였다. 특히 아현초등학교 주변은 절대정화구역이다. 포장마차에서 술을 파는 것도 문제가 돼서 교육환경에 적합하지 않다는 민원이 많았던 것으로 안다."

- 술을 파는 일은 저녁부터 시작되니까 아이들의 학습권에는 큰 영향이 없는 것 아닌가?

노웅래 의원: "물론 술은 밤에만 파는데 포차 자체가 초등학교와 매우 가까운 곳에 있고 인도가 껴있다. 그래서 아이들의 보행권, 안전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다. 푸르지오 아파트 주민들이 민원을 낸 것이 구청에 있을 수도 있겠지만 근본원인은 아니었다. 근본적 문제는 학생들의 보행안전이 위협된다는 것이다. 이런 문제는 2014년 푸르지오 아파트가 생기기 한참 전부터 있었다."

김상철 노동당 서울시당 위원장: "노웅래 의원이 현장을 와보지 않았다는 것을 알겠다. 물론 보행권 문제에 대한 민원이 한참 전부터 제기됐다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실제로 아현포차 때문에 어떤 안전사고가 발생했는지 민원자들은 밝힌 적이 없다. 그들이 말하는 안전사고가 정말 아현포차 때문인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그리고 현장에 와보면 아현초등학교 학생들이 다니는 주통행로는 아현포차 쪽이 아니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아현초등학교 학생들의 주통행로는 애오개역 쪽으로 난 길이다. 그리고 아현포차쪽으로 다닌다고해도 인도의 넓이가 사람 다니기에는 충분하다."

▲ 아현포차 인근의 인도. 김상철 노동당 서울시당 위원장은 아현포차 때문에 아이들이 차도로 다닌다는 주장은 억지라고 말했다. 사진 속 의자는 인도의 크기를 가늠하기 위해 놓였다. 사진제공=김상철 노동당 서울시당 위원장
- 아파트 주민들의 민원이 근본 원인은 아니라고 하지만 아파트 주민들을 의식했다는 비판은 계속된다. 노웅래 의원의 20대 총선에 ‘아현포차 철거’가 있었던 것도 이를 의식했다는 증거가 아닌가?

노웅래 의원: "철거 자체가 공약은 아니었다. 아현초등학교 학생들의 학습권 보장과 보행안전이 침해되지 않도록 안전보장을 하도록 노력하겠다고 공약했다. 종국적으로는 정비되는 게 맞다는 의미에서 학부모에게 이야기했었다." 

김상철 노동당 서울시당 위원장: "실제로 노웅래 의원의 블로그에 올려져있는 선전물이다. 정비가 아니라 철거라고 분명히 기재돼있다. 그리고 정비라고 썼다고 하더라도 ‘철거’를 행정용어로 순화해 이야기한 것이 ‘정비’ 아닌가. 말장난일 뿐이다."


▲ 노웅래 의원 블로그에 올라와있는 공약. '아현초 포장마차 철거 확정'이라고 쓰여져있다.
- 그렇다고 해서 오래된 포차거리에 지금 와서 갑자기 민원이 많아졌다는 것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 총선 등 특정 시기에 집단적 움직임이 있었던 것은 아닌가.

노웅래 의원: "갑자기가 아니라 20년이 넘게 지속된 문제다. 포장마차가 인도를 막고 있어서 아이들이 차도로 다닐 때도 있다고 한다. 그 문제가 20년이 됐는데 사실 어려운 분들의 영업권과 생존권이 있어서 계속 그냥 넘어갔던 사안이다.
하지만 세월호 이후에 안전문제에 대해 기대가 커졌다. 주민들의 그런 요구에 의해 구청에서도 계속해서 안내를 했다. 20년이 넘도록 장사를 하셨지만 이제는 나가야한다는 안내를 계속해왔다. 우선은 불법이고 아이들의 안전이 침해되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세월호 이후 안전문제가 부각된 맥락에서 오래동안 문제제기된 아현포차 문제가 다시 논의된 것이다. "

- 보행권 문제라면 포차를 조금 이동하던지 강제집행 말고 다른 대안이 있었을 것 같다. 서울 노원구나 중구, 부천시의 경우에는 노점을 정비하고 양성화하여 보호하기도 한다.

노웅래 의원: "이런 보행과 관련된 문제는 장사하시는 분들도 동의했다. 한 상인이 내 아들과 내 손자도 다 여기서 공부한다고 하시면서 보행 부분에 대해서는 동의한다고 말씀하셨다. 물론 그분은 그렇다고 나가라고 하면 어떡하냐고 하셔서 구청이랑 다른 곳으로 나갈 수 있도록 방법을 찾아달라고 했다. 구청 측에서 1월부터 자진철거 명령을 내렸지만 이후로 내부적으로 구청이랑 이야기가 잘 안된 것으로 보인다."

김상철 노동당 서울시당 위원장: "1월부터 계도장을 보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당장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사람에게 시간만 준다고 해법이 나오는 것은 아니다. 적어도 지역구 의원이라면 그 해법을 찾는데 적극적으로 나섰어야 한다. 그런데 실제로 어떤 해법을 고민했나?"

- 강제집행은 사람이 있는데도 용역들을 동원해 폭력적인 방식으로 이뤄져 비판을 많이 받는 제도다. 강제집행에 대한 입장은 어떤가?

노웅래 의원: "사실 지금 실제로 장사를 하는 분은 몇 채 안남은 것으로 알고 있다. 물론 지금까지 남아있는 분들이 장사가 예전 같지 않더라도 하는 것이 나은 형편의 분들이 있는 것도 알고 있다. 그래서 강제집행에 비난을 할 여지는 충분하다. 장사하시는 분들 입장에서는 불만이 있을 수 있고 이의제기를 하실 수 있는 부분이다. 딴 곳으로 가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안다. 하지만 이번 사안은 20년 전부터 문제가 된 부분이었고 충분히 상황을 설명하고 계속해서 요청해온 일이다. 그동안 대비를 하고 딴 곳에서 하실 수밖에 없는 일이다. 어려운 분들은 계속 영업을 하고 아이들의 보행안전도 침해되지 않는 방향으로 일이 진행되지 않았다는 것에는 아픔이 있다."



- 앞으로 어떻게 이 일을 해결할 생각인지?

노웅래 의원: "사실 이번 일로 결정은 난 것으로 본다. 물론 영업권과 아이들의 안전권, 두 가치 모두 필요하다.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법에 따라서 아이들의 보행권, 안전권, 학습권이 보호되는 쪽으로 자리매김하는 것이 맞다."

김상철 노동당 서울시당 위원장: "서부지청에 확인한 바에 따르면 아현포차에 대한 문제제기가 지속됐기 때문에 철거의 방식이 아니라 합의에 의해 문제를 해결할 것을 이야기했다고 확인됐다. 그런데도 폭력적인 강제철거 방식으로 철거가 이뤄졌다. 보행권에 대한 문제는 아까 말했듯이 포차가 인도 쪽에 있다고해도 인도로 다닐 수 있는 충분한 공간이 있다. 그리고 만약 그럼에도 사람들이 차도로 다닌다면 도로 설계상의 문제 아니냐. 현재 마포구는 이러한 문제를 보완할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모든 문제를 아현포차 탓으로 돌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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