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재정권에 부역했던 공영방송사 사장들은 충성의 대가로 무엇을 받았을까. 

언론인 대량해직, 언론사 통폐합, 땡전뉴스와 보도지침에 동조했던 언론사 사장들은 막강한 권력을 누린 것 뿐만 아니라 각종 상훈까지 독차지하고 있었다. 

대표적으로 이원홍 KBS 사장, 이진희 MBC 사장 등 부역 언론인들은 정‧관계와 언론계를 오가며 신군부의 언론장악에 헌신했다. 

KBS의 정보공개청구로 공개된 대한민국 상훈 내역을 확인한 결과, 공영방송 사장에 대한 훈장은 ‘땡전뉴스’, ‘보도지침’으로 상징되는 5공화국 시기에 집중됐다.

훈장, 보도지침의 대가

먼저 KBS를 보면, 박정희 유신 체제에서 KBS 1~2대(1973년 2월~1979년 2월) 사장을 지낸 홍경모씨(전 문화공보부 차관)은 1973년 2월22일 황조 근정훈장을 받았다. 다만, 1973년 10월12일에 발행한 관보제6573호를 보면 같은 날 ‘홍조 근정훈장’을 받았다고 기록돼 있다.

근정훈장은 공무원 및 사립학교 교원을 대상으로 하며 1등급(청조), 2등급(황조), 3등급(홍조), 4등급(녹조), 5등급(옥조)으로 나뉜다.

3대(1979년 2월~1980년 7월) 최세경 사장은 부산일보 사장이던 1970년 10월13일 “민주언론의 창달과 언론인의 자질향상에 기여한 공이 많다”는 이유로 국민훈장 모란장을 받는다. 

최 사장과 함께 당시 고광만 경향신문 사장, 홍진기 중앙일보 사장, 장기봉 신아일보 사장 등도 국민훈장 대상자였다.

국민훈장은 정치·경제·사회·교육·학술분야에 공적을 세운 이들에게 주어지며 역시 5등급(무궁화장, 모란장, 동백장, 목련장, 석류장 순)으로 나뉜다. 모란장은 2등급에 해당한다.

▲ 이원홍 KBS 사장(왼쪽)과 이진희 MBC 사장의 모습. 두 방송사 사장은 ‘땡전뉴스’로 군부정권에 충성 경쟁을 했다. ⓒ연합뉴스
KBS ‘땡전뉴스’로 악명 높은 4~5대(1980년 7월~1985년 2월) 이원홍 사장은 전두환 임기동안 3번의 훈장을 받았다.

1982년 9월3일에는 KBS 소속으로 국민훈장 모란장을, 1986년 9월5일에는 문공부 소속으로 청조 근정훈장을, 1988년 2월4일에는 대한무역진흥공사 소속으로 국민훈장 가운데 최고 등급인 무궁화장을 받는다.

이 사장은 1985년 2월 KBS 사장에서 문공부 장관으로 자리를 옮긴 뒤 1986년 10월 대한무역진흥공사 이사장을 맡게 되는데 1988년 2월에 받은 국민훈장의 사유는 ‘서울올림픽 유치 공로’였다. 당시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도 동일한 사유로 국민훈장무궁화장을 받는다.

이 사장은 신군부의 뜻에 따라 KBS 내 양심 언론인들을 추방한 인물이다. 1985년 2·12 총선보도로 절정을 이룬 그의 불공정 방송은 ‘KBS 시청료 거부운동’이라는 전 국민적 저항을 불러 일으켰다.

문공부 장관이던 시절 그는 허문도 차관과 함께 홍보조정실을 통해 각 언론사에 보도지침을 시달하며 언론 통제의 첨병 역할로 악명을 높였다.

‘괴벨스’로 불리며 신군부의 언론 통폐합과 언론인 해직을 주도했던 허문도씨도 1980년 10월25일 국보위문공위 소속으로 보국훈장 천수장(3등급)을 받았고, 1992년 5월8일에는 국토통일원 장관으로서의 공로가 인정돼 청조 근정훈장을 받았다.

7대(1986년 8월~1988년 11월) KBS 사장인 정구호 사장도 경향신문 편집국장이던 1980년 12월10일 새마을훈장 협동장을 받았다. 

새마을훈장은 새마을운동을 통해 국가사회 발전에 기여했다고 평가받은 인사들을 대상으로 수여하며 5등급(자립장, 자조장, 협동장, 근면장, 노력장 순)으로 나뉜다.

경향신문 사장이던 1982년 12월5일에는 “교권확립과 교원사기진작에 끼친 공로”로 국민훈장 모란장을 받았다. KBS 사장에 임명된 직후인 1986년 9월에는 황조 근정훈장을 받았는데 그는 KBS 사장 직전 청와대 대변인을 맡았다.

그가 KBS 사장에 임명되자 매일경제(1986년 8월29일자 “정구호 KBS 사장 개방적 성격의 언론인”)는 다음과 같이 ‘낯 뜨거운 찬사’를 늘어놓았다. 

“뚜렷한 국가관과 국익을 앞세운 언론관으로 제5공화국 출범을 전후해 언론의 새로운 방향을 설정하는데 큰 역할을 맡아오다…(중략)… 전 대통령의 구주 순방과 하계회견 등 여러 가지 큰 일을 치르면서 대통령을 성공적으로 보필해왔다.”

▲ 1988년 국회 문공위 언론 청문회에 출석했던 허문도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 ⓒ 연합뉴스
‘땡전뉴스’로 경쟁했던 MBC 이진희

MBC의 상황도 KBS와 크게 다르지 않다. 6~8대(1965년 3월~1971년 6월) 조증출 MBC 사장은 박정희 정권 때인 1970년 12월5일 국민훈장 모란장을 받은 인물이다.

5공 출범과 함께 MBC에 취임한 이진희 사장(1980년 7월~1982년 6월)은 1985년 2‧18 개각으로 문공부 장관 자리에서 내려오게 됐는데, 전두환 대통령은 그해 3월13일 이 사장에게 청조 근정훈장을 내렸다.

이 사장은 서울신문 주필시절인 1980년 4월21일 “역사의 무대는 바뀌고 있다”는 시론을 통해 “80년대 이후의 새 시대가 함축하는 의미와 민족사적 진로의 향방, 그리고 이를 주도할 새 엘리트층의 등장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하며 신군부의 등장을 부추겼다.

그는 MBC 사장 취임사에서 “새 시대 정립을 위해 언론인은 국가관이 투철해야 하며 체제의 수호자가 돼야 한다”며 간부 직원 177명의 사표를 제출받아 다음날 41명을 의원면직시켰다. 언론사들의 언론인 강제해직이 시작되기 전의 일이었다.

1982년 6월 취임한 이웅희 MBC 사장도 1985년 3월3일 은탑 산업훈장을 받았고, 1992년 5월8일에는 청조 근정훈장을 받았다. 황선필 MBC 사장(1986년 2월~1988년 8월)도 직전까지 청와대 공보수석비서관을 지낸 경력을 바탕으로 1986년 5월20일 황조 근정훈장을 받았다.

▲ 역대 KBS MBC 공영방송 사장들. (사진=미디어오늘)
김인규·길환영 KBS 사장도 ‘훈장’

1987년 민주화 이후에도 공영방송 사장에 대한 훈장은 이어졌다.

먼저 KBS의 경우 10~11대(1993년 3월~1998년 4월) 홍두표 사장은 1986년 1월 한국방송광고공사 소속으로 국민훈장 동백장을, 1997년 9월에는 금관 문화훈장을 받았다.

뒤를 이은 박권상 사장(1998년 4월~2003년 3월)은 부산아시안게임 개최 공로로 2003년 2월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받았다.

2003년 노무현 대통령이 임명했다가 노조와 시민사회 반발로 자진 사퇴했던 서동구 전 사장(2003년 3월~2003년 4월)은 경향신문 편집국장이던 1976년 12월10일 새마을포장을 받은 적이 있다.

▲ 훈장을 받은 김인규 전 KBS 사장(왼쪽)과 길환영 전 KBS 사장. (사진=미디어오늘)
이명박 대통령 언론특보 출신인 김인규 KBS 사장(2009년 11월~2012년 11월)은 퇴임 후인 2013년 2월 ‘지상파 방송의 디지털 전환’을 이유로 은탑 산업훈장을 받았다.

세월호 참사 직후 김시곤 전 KBS 보도국장의 청와대‧KBS사장 외압 폭로로 방송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는 길환영 KBS 사장(2012년 11월~2014년 6월)은 2013년 12월 ‘방송콘텐츠 산업발전 공로’로 은관 문화훈장을 받았다.

MBC의 경우 최창봉 전 MBC 사장(1989년 2월~1993년 3월)은 퇴임 후인 1997년 9월 방송문화 발전에 기여했다는 이유로 금관 문화훈장을 받았고, 같은 날 이득렬 MBC 사장(1996년 7월~1999년 3월)도 은관 문화훈장을 받았다.

노성대 MBC 사장(1999년 3월~2001년 3월)은 퇴임 후인 2007년 9월3일 방송80주년을 맞아 금관 문화훈장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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