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방송사의 성차별적인 올림픽 중계가 논란이 됐다. 편집이 불가능한 생방송 중계의 문제로 치부할 수 있지만 미디어오늘이 리우올림픽에 대한 지상파와 보도채널, 5대 일간지의 올림픽 보도를 분석한 결과 성차별적 보도가 비일비재한 것으로 나타났다. 깐깐한 데스킹을 통해 정제된 내용을 내보내야 할 이들 언론마저 왜곡된 인식을 여과없이 내보냈다. 이들 언론의 대표적인 성차별적 보도 프레임 5가지를 꼽았다.

얼굴 평가하고 몸매 강조하고

여성 선수에 대한 외모평가가 빈번했다. MBC 뉴스데스크는 지난 14일 “자고 일어나니 세계 양궁의 별이 된 미녀 궁사 장혜진은 쏟아지는 관심에 아직도 얼떨떨하다”고 보도하며 장혜진 선수를 ‘미녀 궁사’라고 지칭했다. 앞서 13일 뉴스데스크는 “여자 탁구의 미녀 스타 서효원”이라고 보도했다. MBC가 이번 올림픽 보도에서 올림픽 남자선수들을 향해 ‘미남’이라고 보도한 경우는 찾아볼 수 없었다. 

YTN은 한발 더 나아가 지난달 28일 ‘리우 달굴 7인의 미녀 스타’ 리포트를 내보내기도 했다. 앵커는 “올림픽 때면 놀라운 투지로 메달을 목에 걸며, 덤으로 빼어난 외모까지 겸비해 큰 인기를 얻는 스타들이 많다”고 말했다. 리포트에서 서효원 선수를 가리켜 “아담한 체구에다 ‘최강 동안’이란 애칭답게 귀여운 외모지만, 첫 올림픽 무대에서 ‘공격하는 수비 탁구’로 반드시 시상대에 오르겠다는 각오”라고 보도했다.

▲ 지난달 28일 YTN 보도화면 갈무리.
8월3일 중앙일보도 비슷한 보도를 내보냈다. “인기는 이미 금메달, 리우에 뜬 국민 여동생들” 기사에서 중국 수영선수 예스원을 가리켜 “트레이닝복을 주로 입지만 뽀얀 피부와 귀여운 외모”라고 표현한 것이다. 중앙일보는 브라질 다이빙선수 올리베이라를 “예쁜 외모와 육감적인 몸매 덕분에 브라질 전 국민의 사랑을 받고 있다”고 표현했다.



“여자의 손이라고 믿기 힘들어”, 여성성 부각

가장 흔한 성차별 보도행태는 여성선수의 여성성을 부각하는 보도다. 패션을 신경 쓴다거나 외모 치장을 하는 것을 당연한 여성의 몫으로 전제하는 것이다. 조선일보의 6일 “립스틱 짙게 바르고… 전쟁터로 향하는 그녀들”기사가 대표적이다. 조선은 “빨간 립스틱, 짙은 속눈썹, 화려한 액세서리로 무장한 여성 선수들이 리우 올림픽에서 주목받고 있다. 속도나 힘으로 승부하는 스포츠 세계의 이면에서 강력한 무기인 ‘화장술’을 다듬고 있다”고 보도했다. 9일 조선일보는 “네일아트 즐기며 수다 떨던 세 여인, 화살 날릴 땐 돌부처”를 내보내기도 했다.

지난 10일 중앙일보는 유도 정보경 선수를 언급하며 “여자의 손이라고 믿기 힘들 정도로 거칠었다”고 보도했다. 이어 중앙일보는 여성선수들이 여성성을 포기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여자의 멋을 포기한 대가로” “예뻐지고 싶은 마음은 다 똑같다. 하지만 올림픽에 출전하는 태극 낭자들에게 그런 여유와 낭만은 없다” “여자의 멋을 포기한 대가로 그들은 선수로서 가장 아름다운 손과 발을 얻었다” “여자 하키 한혜령의 예쁜 얼굴은 검게 그을렸다” 등이다.

‘선수’는 없고, 어머니·아내·아줌마만

젊은 여성선수에게 외모평가를 했다면, 기혼 여성선수에게는 선수 본인의 정체성보다는 어머니, 아내, 아줌마 등의 정체성을 강조해 보도하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역도 윤진희 선수는 ‘운동선수 윤진희’로 다뤄지지 않았다. 경향신문은 9일 “포기하지 않도록 있어준 남편, 이젠 당신 차례야”에서 “올림픽에서 메달을 목에 건 아내가 ‘4살 연하’ 남편은 안쓰럽고 자랑스럽다”고 보도했다. 

이 같은 보도는 9일 경향신문이 “41세 4개월 ‘역도 최고령 출전’ 벨기에 조제 부어”기사에서 “만 41세 4개월을 넘긴 그는 20대 초반이 즐비한 역도 종목에서는 ‘아저씨’ 수준을 넘어서 ‘할아버지’ 뻘이나 다름없다”고 보도한 것과 대조적이다. 나이 든 남자 선수는 아저씨와 할아버지 ‘선수’가 되지만 나이 든 여자선수는 선수가 아닌 아내로서의 삶, 경기와 무관한 ‘4살 연하’ 남편이 있다는 점이 강조됐다. 같은 날 한겨레 역시 윤진희 선수를 ‘부부 역사’라 묘사하며 “기적을 든 ‘돌아온 워킹 맘’, 자기도 힘낼거지?”라고 보도했다.

11일, SBS 8뉴스는 사이클 올림픽 3연패를 달성한 크리스틴 암스트롱 선수가 “엄마의 투혼”으로 3연패를 달성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인터뷰를 보면 정작 자녀에 대해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 지난 11일 SBS 8뉴스 화면 갈무리.
‘여자 펠프스’ ‘여자 우사인 볼트’, 기준은 남자? 

남성 운동선수가 여성 운동선수와 비교되는 일은 거의 없지만, 반대의 경우는 빈번히 일어난다. 미국의 수영선수 케이티 러데키는 세계 신기록을 12번 경신했지만, 한국 언론은 그녀를 케이티 러데키가 아니라 “여자 펠프스”라 부른다. 9일 조선일보는 “2위와 8m 차 ‘여자 펠프스’ 동네 애들 데리고 노는 것 같았다”고 보도했다. 12일 경향신문 역시 “여자 펠프스”라고 명명했다. 우사인 볼트와 ‘함께’ 

역대 최초로 올림픽 100m 3연패에 도전하는 자메이카의 셸리 앤프레이저-프라이스 선수는 12일 조선일보 기사에서 “여자 볼트”라 불리기도 했다.
조선일보는 10일 “유니폼 상의 벗겨지고… 남자보다 치열했던 여자 럭비 결승전”에서 ‘남자보다’라는 수식어를 사용해 남성 럭비선수들의 경기가 더욱 치열하다는 점을 전제하기도 했다.

여성 흑인은 흑진주?

이 외에도 여성 선수에게 선수로서 기량을 표현하는 데 불필요한 내용을 덧붙이는 보도가 많았다. MBC뉴스데스크는 12일 “고난과 역경을 딛고 일어선 흑진주 바일스”라고 보도했다. 앞서 동아일보 역시 11일 “흑진주 바일스 첫 금 5관왕 향해 GO!”에서 시몬 바일스에 대해 ‘흑진주’라는 표현을 썼다. 여성을 진주에 비유한데다, 선수의 기량을 설명하는데 덧붙일 필요가 없는 피부색에 대해 언급한 것이다.

MBC 뉴스데스크는 12일 장혜진 선수를 언급하며 “늦깎이 30살의 나이에 처녀 출전해 금메달을 명중시켰다”면서 여성선수의 첫 출전을 가리켜 ‘처녀 출전’이라는 표현을 썼다. 이 같은 보도는 과거 런던 올림픽 때도 나타났다. 경향신문은 2012년 7월31일 “어디로 튈지 모르는 4차원 처녀 김장미”라며 김장미 선수를 처녀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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