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새누리당 전 대표가 “강경노조 때문에 (콜트악기가) 문을 아예 닫아버렸다”고 발언한 것에 대해 1년 만에 공개사과를 하게 됐다. 이는 법원의 강제조정 결정에 따른 것이다. 김 전 대표의 뒤늦은 사과는 이에 대해 침묵하거나 ‘논란’으로 적당히 보도한 언론의 책임도 크다. 

서울남부지방법원 3조정센터(상임 조정위원 최재석)가 지난 달 15일 김 전 대표와 전국금속노동조합 인천지부 콜트악기지회가 합의해 정한 일시, 공개 장소에서 유감(사과)를 표명하라고 결정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양측이 결정문을 받은 이후 2주 이내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으면 확정판결과 같은 효력이 생겼다. 

콜트악기지회를 대리한 탁선호 변호사에 따르면 김 전 대표는 이번 달 말 즈음 국회 정론관에서 사과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김 전 대표가 사실관계를 틀린 발언을 한 지 1년 만의 사과다. 그간 지회 조합원들은 사과 등을 요구하며 새누리당 앞에서 노숙 농성을 이어왔다. 방종운 지회장은 단식 농성 끝에 쓰러지기도 했다. 

김 전 대표는 지난 해 9월3일 “기업이 어려울 때 고통을 분담하기는커녕 강경한 노조가 제 밥그릇 늘리기에만 몰두하는 결과 건실한 회사가 아예 문을 닫은 사례가 많다”며 “콜트악기, 콜텍 이런 회사는 모두 이익을 많이 내던 회사인데 강경노조 때문에 문을 아예 닫아버렸다”고 말했다. 

▲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 사진=이치열 기자
김 전 대표의 발언이 틀렸다는 사실은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이미 몇몇 언론사에서 정정보도를 한 뒤였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2011년 동아일보 기사를 두고 “이 사건 기사가 콜트악기의 폐업이 순전히 노동조합의 잦은 파업 때문이라는 내용의 보도이어서 이는 허위라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단했다.

한국경제도 지난해 6월 “콜트악기가 한국 공장을 폐쇄한 이유는 노동조합의 생산활동 중단과 폭력시위 등으로 경영자를 압박하여 경영위기를 불러왔기 때문이 아니라”며 “(회사가) 한국내 공장의 생산물량을 줄였기 때문”이라고 콜트악기 관련 정정보도를 했다. 

그럼에도 해당 발언은 그대로 기사화됐다. 보도 양상은 언론사마다 차이가 있었다. 대부분의 보도는 김 전 대표의 발언과 더불어 노동계가 반발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적당히 ‘논란’으로 보도한 것이다. 보수성향의 언론사와 경제지 등은 아예 발언 자체를 보도하지 않았다. 진보성향의 언론사들만 사실관계를 지적했다. 

이후 노동계에서 연일 기자회견이 열리고 콜트악기지회가 새누리당 당사 앞에서 김 전 대표의 사과를 요구하며 무기한 노숙농성에 들어갔을 때에도 언론의 무관심은 이어졌다. 방 지회장이 45일간의 단식 농성 끝에 쓰러졌을 지난해 11월, 해당 소식을 전하는 기사는 4개가 고작이다. 

▲ 조선일보 2015년 9월5일 6면 기사

▲ 매일경제 2015년 9월5일 5면 기사

친기업·보수 성향 언론이 김 전 대표의 발언을 보도한 건 딱 한 차례다. 한국노총 출신의 이용득 더불어민주당(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김 전 대표 발언에 대해 “진짜 독립운동가들이 나온다면 쇠파이프 휘두를 대상은 그대들(청와대와 새누리당)이란 점을 명심하라”고 발언한 것이다. 언론은 이를 ‘막말 정치’로 보도했다. 


한국경제, 매일경제, 조선일보, 동아일보 등은 김 전 대표의 발언과 이후 상황에는 침묵으로 일관하다 “박 대통령, 김무성 쇠파이프 대상, 이용득 최고위원 또 막말 논란”(한국경제), “이용득, 朴대통령-김무성 대표에 ‘쇠파이프 대상’ 막말 논란”(동아일보), “김무성 VS 민주노총 ‘쇠파이프’ ‘찢어진 입’...힘 겨루기 계속될 듯”(조선일보) 등으로 보도했다. 

사안의 보도 유무는 언론사가 결정할 일이다. 하지만 김 전 대표의 발언은 명백하게 기사 가치가 있었고 이로 인해 연쇄적인 일들이 발생했다. 그럼에도 다수 언론은 침묵했고 그마저도 ‘논쟁’으로 적당히 보도하고 말았다. 당시 언론이 사실관계를 바로 잡았다면 1년이라는 시간이 걸리지 않았을지 모른다.

이에 대해 방 지회장은 16일 “당시 김 전 대표의 발언은 노동악법 통과를 위한 것이었다”며 “김 대표의 사과로 인해 이런 사람들에게 노동악법의 문제를 환기시킬 기회가 있어 늦었지만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방 지회장은 언론보도에 대해서는 “언론의 무관심은 일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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