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최근 당 강령 개정을 추진하면서 ‘노동자’ 등의 단어를 삭제키로 결정한 데에 당 안팎에서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에 나서는 추미애, 김상곤, 이종걸 등 당 대표 후보들과 서울시당위원장 선거에 출마한 김영주 후보, 여성위원장 선거에 출마한 양향자 후보 등은 일제히 당 강령 개정에 대해 반발하고 나섰다.

지난 12일 더민주 전당대회준비위원회 강력정책분과는 강령 전문의 ‘노동자와 시민의 권리 향상’이라는 문구에서 ‘노동자’라는 단어를 빼는 내용을 포함한 개정안을 발표한 바 있다.

추미애 의원은 15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전국대의원대회 준비위원회와 비상대책위원회에 당 정체성을 흔드는 행위를 중단하고 당 강령 정책 개정안에 대한 폭넓은 의견수렴에 나설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특히 추 의원은 강령에서 ‘노동자’ 라는 단어와 ‘통일을 위한 남북간 공동체 기반을 점진적으로 강화한다’는 문장,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설치’ 등을 삭제한 것에 대해 비판했다. 특히 통일과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등에 대한 언급을 제외하기로 한 전당대회 준비위원회의 새 강령이 햇볕정책과 10.4남북정상선언의 정신을 부정하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 추미애 더민주 의원. ⓒ 연합뉴스.
이종걸 당 대표 후보 역시 지난 13일 대변인 논평을 통해 “‘노동자’라는 표현을 삭제한 것은 재검토돼야 한다”며 “이런 주장은 ‘노동자’를 명기하는 것이 강령 문구 상의 완성도를 높이는 것보다 당의 지향성과 관련해서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다는 의미를 간과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상곤 후보도 "강령의 첫 문장을 바꾼다는 것은 당 정체성을 바꾸겠다는 의미"라며 비판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당령 개정이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 체제의 당 정체성이 반영된 움직임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김종인 대표는 이에 “다른 특별한 얘기를 할 게 없으니 그런 걸 갖고 (당 대표 후보들이) 마치 선명성 경쟁하듯 이야기하는 것”이라며 “나는 그게 어떻게 됐는지도 모른다”며 논란을 일축한 바 있다.

더민주당의 '노동자' 단어 삭제 논란은 향후 대선을 앞두고 당 지지층의 확대 전략을 둘러싼 정체성 혼란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다. 다만 전통적 야당 지지층의 이탈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민주노총은 더민주의 강령 개정 움직임이 ‘노동자가 아닌 자본의 이익을 우선한다’는 '우클릭' 전환이라는 관점에서 비판하고 나서기도 했다. 

민주노총은 지난 14일 성명을 통해 “강령에서 ‘노동자’라는 말을 아예 삭제하자는 것은 정권교체를 위해 노골적으로 우향우 노선을 선언하겠다는 것”이라며 “자본주의 경제위기가 심화되고 노동자들의 권리와 삶은 바닥으로 떨어지는 현실에서 더욱 급진적인 노동존중 정책을 내놓아도 모자란데 우향우를 통한 정권교체를 하기 위함이라면 굳이 야당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갈 이유가 있는지 묻고싶다”고 꼬집었다.

더민주당은 오는 17일 비대위에서 강령 개정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다만 우상호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도 재고의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고 오는 27일 전당대회로 대표가 선출된 이후 문구 수정 논란을 포함한 당 정체성 방향이 어느 정도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더민주 당 대표로 나선 추미애, 김상곤, 이종걸 후보 모두 ‘노동자’ 단어 삭제를 포함한 강령 수정에 반대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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