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페이스북 페이지가 아슬아슬한 수준을 넘어 “이 정도면 범죄가 아닌가” 라는 비판까지 받고 있다. 언론사로서 지켜야 할 가치나 사회적 책임을 방기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조선일보는 최근 발행한 사보에서 “본사 페이스북 페이지 팬 수가 41만 명을 돌파했다”며 “작년 9월 당시 선두였던 A 신문을 제친 뒤 격차를 10만여 명으로 벌려 국내 신문사 중 1위 위치를 더욱 공고히 했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는 “탁월한 뉴스 콘텐츠에, 카드뉴스·퀴즈·화제성 외신·각종 동영상 등 소셜미디어와 모바일로 뉴스를 접하는 젊은 층의 이용 패턴에 맞춘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제작해 얻은 결과”라며 “본사 페이스북 팬 중 34세 미만이 86%에 달한다”고 자평했다. 

하지만 조선일보의 자평과는 달리 비판의 목소리는 높다. 조선일보 페이스북 페이지의 ‘드립’이 아슬아슬하다는 지적은 올해 초부터 나왔다. 당시 한 종합일간지 SNS 담당자는 “사회적 책임보다는 ‘많이 읽히겠다’로만 보여 옳은 방향인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 8월6일 발행된 조선일보 사보
최진순 한국경제신문 디지털전략팀 차장은 “조선일보 페이스북에 대해 비판적이고 부정적인 의견이 나올 수 있다”며 “이렇게 모은 팬을 가지고 그 이후에 무엇을 보여줄 것인지가 관건”이라고 말한 바 있다. 팬을 확보한 이후 언론사 위상에 맞는 방향으로 가야한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팬 수를 확보한 이후에도 조선일보 페이스북 페이지는 언론사 위상에 맞는 방향으로 가지 않고 있다. 오히려 재미를 빙자한 ‘막말’의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달 26일 게임 중독 된 것이 억울했던 한 남성이 차를 몰고 넥슨 사옥으로 돌진한 기사가 대표적이다. 

조선일보 페이스북 담당자는 해당 기사를 소개하며 “사옥 앞에 뭔가 있었을 텐데”라며 “햄버거 350개 있었다던데”라고 썼다. 당시 넥슨 사옥 앞에는 ‘메갈리아 4’를 후원하는 티셔츠를 입은 성우 해고에 항의하는 이들이 시위를 벌이고 있었다. 여기에 햄버거 350개가 지원물품으로 갔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성매매 의혹 기사를 소개하면서는 “갤럭시4 ‘저는 O됐습니다’”라며 “O퇴물이거든요” 라고 썼다. 또 “이진욱 고소인, 무고혐의 가능성이 높다”라는 기사는 “고소인4 ‘저는 저어언_혀 O되지 않습니다’”라고 소개했다. 이 정도면 막말이다. 

▲ 최근 다시 논란이 된 조선일보 페이스북 5월17일 게시물.
앞서 5월17일에는 “이 정도면 범죄가 아닌가” 라는 지적을 받은 게시물도 있었다. 조선일보는 “미국에서 첫 성기이식 성공…세계 두 번째”라는 기사 소개 썸네일에 ‘실비’ 라는 게임캐릭터를 합성해 내보냈다. 이어 댓글에 “실비보험은 필수죠”라고 썼다. 

성기이식 수술, 수술비, 실비보험으로 이어지는 연상에서 들어간 ‘드립’ 처럼 보이지만 이 게임의 성격을 알고 보면 문제는 심각해진다. ‘실비 키우기’ 라는 게임은 일본 아동 성학대 게임으로 해당 게임의 한국어판을 제작하고 유포한 이들 13명은 지난 5월 구속됐다. 

해당 게시물이 뒤늦게 알려지자 비판이 쏟아졌다. 여성주의와 관련해 적극적으로 발언해 온 전 직썰 에디터 백승호씨는 “언론사에 대한 규제를 달가워하지 않는데 조페지기의 ‘드립’이 과연 우리가 적극적으로 보호하기로 합의한 언론의 자유 차원의 문제인가”라고 말했다.

이어 백씨는 “이들은 그저 언론사의 이름을 달고 조회수 장사를 하기 위해 질 나쁘고 더러운 혐오표현을 할 뿐”이라며 “개인의 혐오표현도 규제하는 게 국제적 추세다. 따라서 이 문제를 ‘치기어린 소셜 관리자의 장난’으로 두어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언론사 페이스북의 태도로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도 여전하다. ‘페이스북 장사의 신’ 저자인 김철환 적정마케팅연구소 소장은 “젊은 독자층이 취약한 보수언론의 입장에서는 이런 식으로 젊은 사람들을 독자층으로 끌어들이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김 소장은 “그럼에도 조선일보는 단순한 미디어가 아니라 뉴스 미디어이기 때문에 단순한 재미가 사회 의제 설정을 담당해야 한다”며 “지금 소비자들은 가벼운 콘텐츠 소비자이지, 이들이 진지한 콘텐츠 소비자로까지 이어질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김 소장은 “젊은 사람들을 독자로 끌어들이는 것에는 톤앤매너를 가볍게 하는 방식과 필요한 뉴스를 제공하는 것 두가지가 있다”며 “지금은 가벼운 톤앤매너 밖에 없다. 뉴스를 전달하고 의미를 해석해주는 방향으로 가야 진짜 독자를 확보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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