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새누리당 당대표로 선출된 이정현 대표는 지난 9일 당선 직후 KBS, TV조선, 채널A, JTBC 등 방송 언론과 인터뷰를 가졌다.
인터뷰어로 나선 각 방송사 앵커들은 ‘계파주의’, ‘당청 수직관계’ 등 우려 섞인 질문을 던지며 이 대표를 난감하게 했다.
KBS ‘뉴스9’은 예외였다. 다른 방송사에 비해 KBS 앵커 질문은 무뎠다. 세월호 참사 직후 이 대표가 청와대 홍보수석 신분으로 자사 보도국장에게 “해경 비판을 자제하라”고 압박한 사실을 고려하면, 지나치게 이 대표에게 우호적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TV조선 : 질문자 이하원 뉴스쇼 판 앵커
② “비박 후보 1인 대 친박 성향 3명의 후보가 나서 불리한 구도에서 승리했는데, 이런 구도에서 승리한 원인을 어떻게 분석하나? 일각에서는 친박계 이른바 ‘오더’가 통한 것 아니냐 이렇게 이야기하는 분도 있는데?”
③ “이 대표는 그동안 이런 이야기를 해왔다. ‘나를 대통령의 내시라고 불러도 부인하지 않겠다’, ‘박근혜 대통령은 나 같은 쓰레기를 청와대 정무․홍보수석으로 임명해주며 배려했다.’ 그만큼 박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렸는데, 앞으로 당청 관계는 어떻게 끌고 갈 것인가?”
④ “청와대 직할체제가 될 거다, 이런 건 우려에 불과하다는 건가?”
⑤ “이 대표에게 전화를 걸면, 통화 연결음으로 ‘거위의 꿈’이 흘러나온다. 오늘도 거위의 꿈을 이야기했다. ‘소외된 사람을 위해 역할하겠다’고도 했다. 앞으로 당 대표로서 이거 하나만은 해보고 싶다, 이런 건 있나?”
⑥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새누리당 대표로 나서고 그런 과정에서 (이 대표가) 모종의 역할을 하느냐, 이런 얘기가 나오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② “당장 계파 문제 이야기가 나온다. 계파 청산을 외쳤는데, 어제까지만 해도 계파에 너무 기대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오더 투표 논란도 있었다. 그 부분을 어떻게 타파해 나갈 것이냐, 방법론이 궁금하다. 방법론이 있다면 말씀해주실 수 있나?”
③ “정치개혁이나 국회개혁은 새누리당 혼자할 수 있는 일은 아닌 것 같다. 다만 새누리당의 개혁을 펼치겠다 이런 뜻으로 말씀하신 것 같은데, 어떻게 실행할 것인가?”
④ “본인을 발탁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감사한 마음이 크고 그것을 표현하는데 늘 주저함이 없었다. 어제도 그랬고. 대통령과의 의리, 믿음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편인가?”
⑤ “여태까지 해온 말씀을 되돌아보면, 박 대통령의 복심이라는 표현은 자타가 쓰고 있다. ‘호남 시민이 버렸지만 대통령이 나를 다시 써줬다’는 말씀도 했다. 대부분의 신임 대표들이 후보 시절에 보면 청와대와의 대등한 관계, 청와대에 대해서도 할 말은 하겠다고 말해왔는데 이정현 신임 대표는 그런 얘기를 하신 바가 없는 것 같다. 앞으로 당청 관계는 어떻게 할 것이냐 하는 문제에 대해 당내에서 궁금해할 것 같다?”
⑥ “대선 후보를 영입한다고 말씀하셨다. 당내 대선후보들도 있는데, 영입이라고 하신 것은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을 염두에 둔 것인가?”
⑦ “아시는 것처럼 반 총장은 사실상 대선 출마 선언을 해놓은 상태다. 그래서 제가 이렇게 질문드리지 않아도 향후 어떤 상황으로 갈 지는 대부분 분들이 알고 계실 것이다. 그동안 여당 대선 후보들은 대통령과 대척점을 이뤄왔던 것이 상례였다. 최근 들어 아닌 경우는 찾기 어렵다. 누가 후보가 될지 모르겠으나 만일 특정 후보가 대통령과 대척점에 서야 하고, 그것이 득표에 도움이 된다는 전략으로 나아간다면 어떻게 할 건가?”
⑧ “이 질문(⑦번 질문)은 제가 창작한 것이 아니라, 수십 년동안의 사례를 비춰봤을 때 정치권이 그런 질문을 하게 만들었다는 걸 말씀드리고 싶다.”
② “이정현 대표께서는 청와대 정무‧홍보수석을 지내셨고, 박 대통령의 남자를 자임한다. 당청 관계가 청와대에 끌려 다닐 수 있지 않겠느냐, 이런 우려가 있는 게 사실이다. 앞으로 청와대와의 관계 어떻게 풀어나가실 건가?”
② “새누리당을 바닥부터 바꿔놓겠다, 이렇게 공약하셨는데 어떤 복안이신지요?”
③ “정말 솔직하게 현재로서 새누리당의 정권 재창출 가능성은 어느 정도라고 보나?”
④ “그렇다면 새누리당에서 내세울 수 있는 대선후보, 어떤 분들이 있나?”
⑤ “반기문 UN사무총장을 영입해야 한다, 그런 얘기가 당 안에서 나오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정리하면 KBS를 제외한 여타 방송들은 ‘새누리당 내 계파갈등’과 ‘당청 관계’에 대한 질문을 던졌고, 이 대표 당선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반영한 질문이었다. KBS 앵커들의 무딘 질문에 ‘낯 뜨겁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한국일보 조아름 기자는 11일 “與 ‘새 대표님’ 향한 KBS의 낯 뜨거운 축하인사”라는 기사에서 “인터뷰 내용을 보면 더 할 말을 잃게 된다. 당선 소감, 새누리당의 정권 재창출 가능성 등 뻔히 예상 가능하고 그의 지지자들이나 흡족해 할 질문과 답변으로 채워졌다”며 “국민들은 공영방송보다 오히려 종편이 전하는 뉴스를 보며 속 시원함을 경험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지난 6월 이정현 녹취록이 공개되고 난 뒤 KBS 27기 기자들은 ‘청와대의 보도개입’에 침묵하는 간부들을 비판하며 “우리 얼굴에 튄 그 더러운 침을 닦아내는 시늉조차도 않고 있다”고 성명을 낸 바 있다.
기고 글을 통해 KBS의 무보도 행태를 비판했던 정연욱 KBS 기자는 제주방송총국으로 사실상 ‘좌천’됐다. 이처럼 KBS 기자들이 ‘이정현 녹취록’ 이후 겪게 된 상황을 고려해보면, KBS의 인터뷰 질문은 현실과 달리 너무나 평화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