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산업화를 통한 정보량의 확대는 국민이 정보에 접근하는 기회를 늘려 줄 것인가. 만약 정보의 산업화가 그런 역할을 하지 못한다면 그에 대한 대안은 무엇인가. 지난 14일 언론노련(위원장 이형모)주최로 프레스센타에서 열린〈뉴미디어시대 공공채널(Public Access Channel)확대방안을 위한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은 다매체시대에 정보민주주의를 확대하기 위해서 케이블채널에 공공채널 확보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의견을 모았다.

〈공공영역의 민주화와 참여민주주의〉라는 주제로 발제에 나선 강명구 교수(서울대 신문학과)는“다매체 다채널시대를 맞아 참여민주주의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대중들에게도 정보와 지식을 습득하고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통로가 주어져야 한다”고 전제하고“현실적으로는 정보통신산업이 시장의 논리에만 맡겨져 있어 자본과 국가로부터 독립된‘대안적 커뮤니케이션 매체와 채널’은 확보하기 어렵게 됐다”고 진단했다.

강교수는 또“정부가 아무런 정책적 대응을 하지 않는다면 결국 정보와 지식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가속화 돼 전국민적 불평등이 심화될 우려가 있다”고 밝히고“누구나 쉽게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공공복지개념의 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강교수에 따르면 정보민주주의가 실현되기 위해서는 국민이 단지소비자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생산, 유통과정 등 비시장적 영역에도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즉‘소비자로서의 권리’가 아니라‘시민으로서의 권리’를 찾아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공공채널의 확보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현행 종합유선방송법은 공공채널에 대한 여지를 전혀 남겨두고 있지 않으며 모든 인허가 사항을 공보처장관, 정보통신부장관 등 정부 권한으로 하고 있다. 이에따라 다채널시대가 시작됐음에도 불구하고 채널은 여전히 자본과 권력이 독점하고 있다. 종합유선방송법 22조 2항은 국가가 공공의 목적으로 이용하는 채널을 비치해야 한다는 의무를 규정함으로써 정부의 홍보채널을 허용한 반면 22조 4항에는 채널을 유상, 또는 무상으로 타인에게 대여하거나 사용하게 할 수 없다고 규정함으로써 정부 홍보채널 외에 어떤 공공채널도 허용하지 않고 있다.

또 지역채널은 공보처장관이나 시도지사가 인정하는 프로그램만을 방송할 수 있다고 규정했을 뿐만 아니라 뉴스를 금지하고 있고 지역생활정보도 비정치적인 내용으로 국한하고 있다. 강교수는“공공채널을 정부와 지방정부에게만 열어놓고 그 이외에는 지역주민이나 지역단체등 어떤 개인이나 단체도 접근할 수 없게 하고 있다”고 지적하고“지방채널의 뉴스보도를 금지시키는 것은 언론자유를 보장하는 헌법에도 어긋나는 규정”이라고 주장했다.

토론자로 참석한 유재천 교수(서강대 신방과)는“정부의 방송정책의 방향과 철학적 기반이 취약하다”고 비판하고“유선방송의 면허료와 공중파 방송의 이윤 환원제도 등을 통한 공공기금과 정부의 재정을 토대로 한 공공채널 확보 방안이 구체적으로 모색돼야 한다”고 밝혔다. 김기중 변호사는“공공채널의 확보 문제 이전에 시민 단체의 프로그램 제작능력이 검증돼야 하며 영상제작물의 자유로운 유통을 봉쇄하고 있는 각종 규제적 장치가 사라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 YMCA의 백미숙씨는“현재의 시청자 단체의 역량과 조건을 볼 때 공공채널 확보나 프로그램 제작 공급은 상당히 어렵다”면서“전문가 단체 등 다양한 부분과의 연대가 필요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김명준(노동자뉴스제작단 대표)씨는“공공채널의 확보를 시청자 단체의 과제로 한정시키는 시각은 문제가 있다”며“보다 포괄적이고 사회적인 맥락에서 이를 바라보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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