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통일은 TV혁명이라고 불릴 만큼 방송이 통일과정에서 절대적인 역할을 했다. 그렇다면 한반도에서도 방송이 통일의 기폭제가 될 수 있을까. 남북 당국이 TV의 자유로운 상호수신을 허용하고 이에 대한 기술적 장치를 보완한다면 가능하겠지만 현재로서는 전혀 불가능하다. 남북은 서로 TV제작 방식이 달라 한국에서는 조선(북한)방송을 볼 수 없고 조선에서도 한국방송을 수신하는 것이 불가능하게 돼 있기 때문이다.

TV방식에는 NTSC, PAL, SECAM 등 세가지 방식이 있는데 한국은 NTSC방식을 사용한는데 비해 조선은 PAL방식으로 방송을 제작하고 있다. 이처럼 TV제작방식이 다르면 그 방식에 맞춰 제작한 TV 수상기로는 다른 방식으로 제작한 방송을 수신할 수 없다. NTSC방식을 사용하는 나라는 우리나라 이외에도 미국이나 일본이 있고 PAL방식은 주로 유럽에서 많이 이용하고 있다. PAL방식은 주사선이 많아 방송이 선명한 반면 수상기의 가격이 비싼 것이 흠이다.

만약 제작방식이 서로 다른 TV방송을 보려면 TV변환방치를 통해 방송 방식을 바꿔줘야 한다. 현재 방송사에는 한 개에 2천만원 가량하는 TV변환장치를 구비하고 조선 방송 프로그램이나 유럽에서 제작한 프로그램을 우리나라에서 방송할 수 있도록 변환하는데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조선 TV를 합법적으로 직접 수신할 수 있는 곳은 안기부 뿐이며 방송사는 안기부가 녹화편집한 조선의 TV프로그램을 일정한 절차를 거쳐 사용한다.

조선은 현재 대남방송용으로 개성TV방송을 NTSC방식으로 제작 송출하고 있다. 이 방송은 한국과 방식이 같아 한국 TV로도 수신이 가능하다. 그러나 인기부가 방해전파를 송출하기 때문에 일반 가정에서는 수신할 수 없다. 한국에는 대북용 TV방송이 따로 없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