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넓은 계층의 호응을 받으면서 쇼 프로그램의 독특한 영역을 구축해 온 KBS〈열린음악회〉가 최근 들어 정치색채를 강하게 띠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KBS노동조합(위원장 전영일)은 지난 17일 열린 공정방송위원회에서 지난달 29일 방영된 인천공연과 지난 5일 방영된 수원공연이 방송사 안팎의 정치적인 요구에 따라 이뤄진 것이라고 지적하고 열린음악회의‘변색’방지 방안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노조는 이날 회의에서 인천공연은 홍두표 사장과 최동호 부사장의 연고로, 수원공연은 이인제 경기지사에 대한 비중이 고려돼 각각 추진된 것이 아니냐고 따졌다.

인천공연이 이렇듯 구설수에 오른 것은 이날 프로그램의 진행이 인천 공설운동장에서 제작됐음에도 불구, 초첨이‘인천고등학교 개교 1백주년’에 맞춰져 있었다는 데에서 비롯되고 있다. 게다가 홍사장(54년 졸)과 최부사장(57년 졸)이 이 학교 출신이어서‘내부요구’에 따라 공연 일정이 잡힌 게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 예정에도 없던 인천고 동문회장 심정구씨의 인터뷰가 프로그램 중간에 들어가거나 진행을 맡은 장은영 아나운서가“인천고는 그동안 수많은 인재를 배출했다”“새로운 한세기를 맞은 인천고의 큰 발전이 있길 기대한다”며 이례적인 찬사를 덧붙인 것도 이같은 비판을 초래한 한 요인이 되고 있다.

수원공연은 그동안 야외공연이 대부분 계기성 사안에 따라 이뤄져 온 점을 감안할 때“아무런 계기가 없는 공연”이라는 노조의 지적을 받았다. 노조는 특히 이인제 지사가 한때 여권의 차기 대권주자로 부각될 정도로 주목을 받는 정치인 이라는 점에서‘외풍’을 탄 게 아니냐는 비판을 제기한 것이다.

열린음악회는 지난 9월 이후 열차례 동안 야외녹화를 해왔으며 몇 차례를 제외하곤 대부분 거물급 정치인들이 직접 출연하거나 화면에 얼굴을 내밀었다. 정관계 인사들의 얼굴도 다양해 주돈식 문화체육부 장관·권영해 안기부장(10월8일 안기부청사 공연), 김윤환 민자당 대표·박세진 의원(11월19일 구미공연)등이 출연하는 기회를 얻었다.

이에 앞서 지난 달 11일 국회 문공위원회의 KBS 감사에서 신경식 위원장이 홍사장에게“열린음악회를 서울에서만 하지 말고 의원들의 지역구 같은 지방을 순회하면서 하는 게 어떻겠냐”고 묻기도해 이프로그램이 정치권에서 상한가를 기록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이같은 비판과 관련 프로그램 제작을 맡고 있는 서태룡 PD는“지역안배 문제와 계기성 사안들을 고려해서 공연일정을 잡고 있다”고 설명하고“정치적인 외풍을 타고 있다는 것은 이같은 방침을 감안하지 않은 데에서 비롯된 오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공빙위에서 회사측은 열린음악회에 밀어닥치고 있는‘외풍’가능성을 일부 시인하고 내년초부터는 국회의원 총선이 끝날 때까지‘외도’를 걷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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