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지난 4일 학원 화장실에서 숨진 초등학생 사건을 자살로 결론지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 결과 타살 흔적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가족들은 더 이상 수사를 원치 않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경찰은 해당 학생이 따돌림을 당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담임과 학원 선생님을 조사했지만 관련된 내용을 확인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뉴시스는 해당 학생의 아버지 역시 같은 입장이라고 보도했다. 

문제는 경찰의 조사 결과 발표 이전의 언론 보도다. 초등학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은 사회적 문제를 드러내는 사건이지만 언론은 해당 사건이 자살이냐 타살이냐 부터 시작해 상황을 자세히 묘사하고, 추측성 발언을 여과 없이 내보내는 등 자극적인 방식으로 사건에 접근했다. 

▲ YTN 신율의 시사탕탕 3일 방송. 사진=방송화면 갈무리
YTN 신율의 시사탕탕은 3일 방송에서 “정말 만일 자살을 생각을 하는 아이라면 좀더 쉬운 투신이나 이런 걸 하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드는데 목을 맨다는 게 굉장히 힘들 것 같거든요”라는 집담회 토론자 발언을 여과 없이 내보냈다.

또 다른 토론자는 “요새 초등학생들도 여러 가지 놀이, 끔찍한 엽기적인 놀이를 많이 하는 것 같다”며 “처음에 자살할 의도가 있던 건 아니고 한번 호기심에 목을 맸다가 어떻게 되는가 보자 했다가 사고로 이어졌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발언은 사건 해결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으며 오히려 자살 방법에 대해 언급했다는 점에서 부적절하다. 한국기자협회 자살보도 윤리강령은 “언론은 자살 장소 및 자살 방법, 자살까지의 자세한 경위를 묘사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다.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이에 대해 “여러 가지 자살 방법을 언급하면서 ‘이렇게 하는 게 더 쉬울 것 같다’고 자살 방법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며 “특히 어린 아이들의 자살 보도에는 신중을 가해야한다. 모방을 부추길 수 있다”고 말했다. 

▲ JTBC 8월3일 리포트. 사진=방송화면 갈무리
사건의 원인을 틱 장애로 인한 따돌림으로 단정 짓는 듯한 보도도 문제다. YTN와 JTBC, MBN 등은 학교 관계자와 학생들의 발언을 빌어 해당 학생이 틱 장애로 인해 지속적으로 괴롭힘을 당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이 같은 보도는 다른 매체에서도 인용 보도됐다. 

이 과정에서 장애에 대한 편견도 강화될 수 있다. 실제 CBC뉴스는 YTN 보도를 인용하며 “어깨 틱장애로 왕따, 애정 결핍이 부른 비극”라고 단정적인 제목을 달았다. 서울신문은 “틱 장애에도 명랑했는데… 초등학생 극단적 선택 왜”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한국기자협회 자살보도 권고기준은 “자살은 다수의 복합적인 원인에 의해 발생한다”며 “작은 사실에 근거해 일반화하거나 원인을 단순화하지 말라”고 정하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에서 틱 장애로 인한 따돌림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나아가 언론은 해당 사건과 관련해 초등학생들에게도 마이크를 들이댔다. 초등학생들의 인터뷰는 JTBC와 MBN 등에서 보도됐다. 실제 취재진의 무리한 취재 때문에 이 때문에 학부모들이 학교에 민원을 넣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교수는 “아이들은 기자의 유도 질문에 쉽게 반응하고 어른에 비해 직설적으로 말한다”며 “이 과정에서 사건과 무관하거나 사망한 학생에 부정적인 이미지를 씌우는 발언도 나올 수 있어 반드시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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