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사드라는 유령이 한반도 상공을 배회하고 있다. 지상에는 경북 성주에서 사드 한반도배치 철회를 요구하는 촛불집회가 20여일 째 계속되고 있다.

우리나라 방어에 사실상 무용지물인 사드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는 미사일로부터 남한을 방어하는 데는 사실상 무용지물에 가깝다. 정부 발표에 의하더라도 고도 40~150km에서 날아오는 미사일에 대해 요격 가능하다는데, 만일의 경우 북한이 스커드 미사일 등으로 남한을 공격할 때는 고도 40km 이하로 날아 올 것이 예상된다고 한다. 또 탄도 미사일의 경우 나선형으로 비행하거나 공중제비를 돌게 되면서 낙하하게 되고 또 위장탄을 함께 발사할 경우 제대로의 요격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미국의 탄도미사일 전문가들이 증언하고 있다. 이런 저런 상황을 종합적으로 살펴보면 사드를 한반도에 배치하여 미사일 방어한다는 말은 거의 실현 불가능한 목표라 할 수 있다. 다만 한반도 사드 기지에서 탐지된 미사일 궤적을 기초로 한다면 유사시 일본 교토나 태평양의 괌에 설치된 사드 기지에서 일본이나 미국을 타격목표로 하는 중국이나 북한의 중장거리 미사일을 요격하는 데는 혹시 유용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사드배치 발표가 있자, 중국 등에서는 상황발생시 성주의 사드기지를 우선 공격지점으로 삼을 수밖에 없다는 언급들이 나오고 있다. 결국 오로지 일본이나 미국 방어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 위해, 한반도 사드기지가 공격당할 수 있는 위험을 감수한다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조성되고 있는 것이다. 이 무슨 바보짓인가?

▲ 국방부 출입 기자들이 지난 7월18일 미국 괌에 위치한 앤더슨 공군 기지에 미군 관계자와 함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사드)의 전자파 방출량을 측정하고 있다. 사진=국방부
사드 요격이 성공하면, 한반도가 핵물질로 뒤덮여

한편, 가사 백보를 양보하여 정부당국의 발표대로 사드로 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다고 해도, 처참한 상황은 마찬가지다. 아마도 요격 대상이 되는 탄도미사일은 북한이나 중국의 핵폭탄이 탑재된 미사일이 될 것인데, 만일 성주의 사드 기지에서 요격미사일을 발사하여 날아오는 미사일을 요격하는데 성공한다면 어떻게 될까? 이때 요격된 핵폭탄이 한반도 상공에서 폭발하거나 한반도에 떨어지게 되는데, 그 참화를 어찌 필설로 형언할 수 있을까? 생각만 해도 몸서리쳐진다.

미일과 중러의 대결구도에 초점에 놓이게 되는 한반도

사드 배치는 한반도를 더욱더 냉전의 초점 지역으로 몰아넣는 우매한 정책이다. 우리 민족이 미·일과 중·러간에 균형추 역할을 하면서 민족의 활로를 자주적으로 개척해 나가는 대신, 남한이 미·일 군사동맹의 하위 파트너로 자리매김하면서 중·러와 북한간의 밀착을 조성하게 되어, 결국 미·일·한과 중·러·북 간의 대결 구도를 더욱 확대·강화시키게 된다. 이런 상황전개는 결코 한반도 평화와 민족통일에 도움이 되지 않고 도리어 심각한 위해요소가 된다.

뿐만 아니다. 사드배치에 노골적인 불만을 터뜨리고 있는 중국의 경제적 보복은 어렵지 않게 예상되는 상황이다. 중국은 우리나라 제1의 무역상대국이다. 미국과 일본을 합친 무역규모보다 더 큰 규모로 교역하고 있는데, 일사불란한 정책집행 체계를 갖고 있는 중국이 만일 작심하고 경제보복을 시작하면, 가뜩이나 어려운 우리 경제에 치명적인 수준의 생채기가 생길 수 있다. 이미 중국내 한류진출과 관련해 문화예술 영역에서 규제가 시작되고 있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성주 배치 결정은 실정법 위반, 국회 비준동의 받아야

정부의 사드 성주배치 결정은 실정법에도 위반된다는 지적이 있다. 우선, 서울행정법원과 서울고등법원은 "군사 시설이라도 환경영향 평가를 거치지 않고 진행하는 사업은 무효"라고 판결했다. 즉, 경북 김천에 국군체육부대를 배치하면서 주민공람이나 주민의견제출, 주민설명회 등 환경영향평가 절차를 적법하게 거치지 않은 채 국방부 장관이 사업계획을 승인한 것은 무효라고 판결한 것이다. 이런 판결에 따르면, 성주의 경우 "아닌 밤중에 홍두깨"식으로 주민에게 결정 통보한 것이므로 실정법에 위반되어 무효라고 봐야 한다. 또 미국과 협정 체결하여 2002년 10월 30일 국회에서 비준동의한 “공여토지 종합협정(Land Partnership Plan, 이하 LPP협정)”을 개정하는 절차, 즉 협정개정에 대해 국회 비준동의를 받아야 한다. 참고로 2004년 12월 10일에도 평택 지역을 주한 미군에게 공여하는 내용으로 개정된 LPP협정과 서울 기지 이전 협정(YRP)이 국회에서 비준동의된 바 있다. 따라서 현재 LPP협정 상 미군에게 공여되지 않은 성주 지역을 미군에게 제공하기 위해서는 LPP협정을 개정하는 절차를 거쳐야 하고 당연히 국회에서 비준동의 받아야 한다. 이것이 헌법과 실정법상의 적법절차임은 분명하다. 그럼에도 정부여당은 국회 비준동의 절차를 밟지 않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만일 이대로 그냥 강행한다면 대통령 탄핵사유가 될 수 있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폭력사태와 외부세력의 굴레를 억지로 뒤집어 씌우는 공영방송

자발적으로 나선 성주 주민들의 정당한 저항에 대해, 주류언론은 연일 총리에 대한 폭력사태와 외부세력의 개입이라는 굴레를 억지로 뒤집어씌우면서 성주를 고립시키려는 왜곡·편파보도를 마구 남발하고 있다.

얼마나 터무니없는 보도였으면 MBC가 저녁종합뉴스인 <뉴스데스크>에서 “고출력 전자파 주민피해 근거없다”, “성주 찾은 총리 6시간 넘겨 갇혀”, “폭력사과···외부세력 개입했나”라고 보도한 바로 같은 날, 대구 MBC 뉴스에서는 “사드 안전성 논란 가열··정부가 나서야”, “사드반대 성난 민심 들끓어··‘등교도 거부’”, “수도권 언론, 사드는 님비 몰아붙이기”라고 정반대 내용의 뉴스를 내보냈다. 이런 상반된 보도가 나오는 경위는 총리가 성주를 방문한 날 서울MBC 전국부에서 “리포트에서 성주군민의 폭력을 앞세우고 이에 대해 검찰이 엄단하기 위한 전담반을 구성했다는 내용을 붙이고, 그 뒤에 성주군민의 집회내용을 언급해 달라고 요청이 왔는데, 거부했더니 서울MBC에서 자체적으로 리포트를 작성”해 보도했다고 한다. 또 서울MBC에서 “15일의 사드반대 시위 당시에 외부세력이 참여했다는 내용의 기사를 작성할 것을 대구 MBC측에 요청했으나, 대구 MBC측은 해당 인사가 성주에서 오래전부터 살았던 사람이라는 점에서 외부인사가 아니라며 기사작성을 거절”했지만, 서울MBC에서 그 내용으로 방송했다고 한다. 실로 해도 해도 너무하는 조작·왜곡·편파 보도가 난무하고 있다.

▲ 7월17일 MBC 뉴스데스크에서 방송된 '경찰, 사드 반대 시위 황 총리 '달걀투척' 수사 착수' 보도(위), 7월19일 MBC 뉴스데스크에서 방송된 '성주 사드 배치 반대시위에 외부인사 참여 확인' 보도(아래)
MBC만이 아니다. KBS 전국기자협회에 의하면, KBS 본사에서 외부세력 관련 리포트를 만들라는 지시를 받았던 KBS대구총국 취재데스크는 “이들이 마치 시위를 주도하고 총리에게 날계란과 물병을 던진 사람인 것처럼 몰아가는 기사는 쓸 수 없다”며 본사의 지시에 반발했다고 한다. 그는 “만약 쓰더라도 ‘종북몰이를 중단하라’는 성주주민들의 반론이 들어가야 하고 이를 후배에게 지시할 수 없으니 본인이 쓰겠다”고 말하였는데, 결국 무려 4차례나 수정이 이루어지면서 ‘종북몰이’라는 말은 빠진 기사가 방송됐다고 한다. 또 사드배치 관련해서 “중국과 러시아의 반발이 대단히 거세다, 심지어 군사적인 대응까지 언급되고 있다. 여기에 사드배치 지역으로 거론되는 지역들까지 강하게 반발하면서 앞으로 험난한 앞날을 예고하고 있다”고 해설한 김진수 해설위원의 논평에 대해, KBS 고대영 사장은 “중국 관영매체의 주장과 다름없다”, “KBS 뉴스의 방향과 맞지 않는다”고 불만을 표명하였다. 김 위원은 이 문제로 방송문화연구소로 전보 발령받는 보복조치를 당했다. 또 지난 2월11일에 방영된 "국가이익이 최우선"이라는 김영근 해설위원의 사드관련 논평에 대해서도 "KBS 뉴스 방향과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왔고 김 위원이 주의를 받았다고 한다.

성주 군민의 투쟁을 전국화하는 범국민적 투쟁이 필요해

저들의 왜곡․편파보도에도 불구하고 성주에서는 벌써 20여일 째 촛불집회가 계속되고 있다. 꽤 오래 지속되었는데도 촛불참여 동력이 줄지 않고 매일 주민 1천명에서 2천여명이 자발적으로 모여 직접민주주의 방식으로 모든 것을 의논하면서 집회를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외부세력의 개입” 운운하면서 성주를 고립시키려는 주류 언론과 박근혜 정권에 맞서, 촛불집회에 참석하러 오는 타 지역 사람들을 "지지세력"이라고 부르며 환영하고 있다고 한다. 또 사드의 성주배치를 반대하는 것을 넘어 사드의 한반도배치를 반대하는 것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고 한다.

성주 주민들의 이러한 자발적이고 성숙한 투쟁의지를 받아 안아서, 이제 우리는 사드 한반도배치철회 투쟁의 전국화라는 과제를 안게 되었다. 이와 관련해서 오는 8월14일(일요일) 저녁 7시 서울광장에서 개최되는 "사드 한반도배치철회 전국 집중 촛불집회"에 많은 동참을 기대하고 있다.

시청자들과 공영방송 구성원들이 함께 싸워야

아울러 저토록 무도한 박근혜새누리당 정권의 광란의 폭주가 유지·온존되는 핵심적 기반구조가 바로 언론, 특히 공영방송의 왜곡·편파 보도에 터잡고 있다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 공영방송의 진짜 주인인 국민들, 시청자들이 나서야 한다. 그리고 공영방송의 구성원들이 함께 줄탁동시(啐啄同時)해야 한다.

※ 이 칼럼은 민주언론시민연합이 발행하는 웹진 ‘e-시민과언론’과 공동으로 게재됩니다. -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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