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곤 전 국장과는 평소 개인적인 친분이 있어 격식없이 통화하고 지내던 사이였다.”

세월호 참사 당시 김시곤 KBS 보도국장에게 전화를 걸어 ‘해경 비판을 자제해달라’는 압박을 가했던 이정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새누리당 의원)은 지난 6월 보도개입 녹취록이 터진 뒤 이처럼 해명했다.

기자는 관련 내용을 취재하는 도중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었다. 김시곤 전 보도국장과 이정현 전 수석의 첫 만남은 비공식 ‘방송사 국장단 모임’에서 이뤄졌다는 것이었다.

국장단 모임에 참석했던 한 방송계 인사(이 인사는 당시 ‘국장’도 아니었는데 모임에 참석했다고 한다.)가 청와대에 입성한 사례도 있다고 하니, 보통의 모임은 아니었을 거라고 추측한다.

지금은 보도본부장을 맡고 있는 한 방송사 인사가 제안했고, 이 자리에서 두 사람은 처음 만났다고 한다. 정치부를 거친 바 없는 김 전 국장이었으니 이 전 수석과는 초면이었을 가능성도 높다.

그 뒤로 이 전 수석과 김 전 국장은 따로 자리를 마련한 적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개인적인 친분이 있다’는 말은 이 전 수석만의 생각인 것이다.

▲ 이정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왼쪽)과 김시곤 전 KBS 보도국장. 사진=미디어오늘, 연합뉴스
취재수첩을 뒤적거리며 구구절절 이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최근 지상파가 쏟아내는 ‘붕어빵식 보도’에 있다.

TV만 틀면 박근혜 대통령 뉴스가 1~3꼭지에 배치되고 민감한 아이템은 빠지거나 뉴스 말미에 보도되는 현상. 

합을 맞추지 않으면 도저히 불가능할 것 같은 ‘붕어빵식’ 방송 보도의 기원은 이들 보도 책임자들간의 ‘짬짜미’가 아니었을는지 생각해봤다.

물론, 방송사 국장단 모임에서 어떤 내용이 오갔는지는 알기 어렵다. 단순한 친목 모임에서 불과하다면 다행이다. 반면, 청와대와 교감하며 보도 방향에 서로 합을 맞추고 취재 정보를 공유했다면 불행 그 자체다. 

최근 시청자들은 또 하나의 붕어빵 보도를 마주할 뻔했다. 영화 ‘인천상륙작전’이다. 영화 평론가들이 인천상륙작전에 낮은 평점을 준 것을 비판적으로 보도하라는 KBS 간부들의 지시에 불응한 기자들은 징계 위기에 처했다. 

“개별 영화 아이템은 홍보가 될 수 있어 과도하게 다룬 적이 없다”는 기자들의 우려는 일축됐다. (관련기사: KBS, ‘인천상륙작전’ 기사 거부한 기자들 징계 검토)

▲ 지난달 29일 MBC 뉴스데스크 보도.
공교롭게도 KBS에서 논란이 벌어졌던 지난달 29일, MBC 메인뉴스에서도 비슷한 주제의 리포트가 보도됐다. 

MBC 뉴스데스크는 “관람객들은 포털의 영화 평점에서 8.6점의 높은 점수를 줬지만 평론가들은 정반대”라며 “한 영화전문 잡지(씨네21)의 평론가 6명은 평균 3점을 매겼다. (중략) 대중과 평론가 간의 인식차이가 이렇게 큰 것은 이상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념에 빠진 영화 평론가들이 실수한 게 역사적으로 쭉 뒤져 보면 반공영화는 나쁜 영화는 아니다”라는 영화감독의 발언이 MBC 보도가 말하고자 하는 핵심 메시지로 풀이된다.

인공호흡으로 어떻게든 인천상륙작전에 생명을 불어넣으려는 양대 공영방송의 애처로운 ‘짬짜미’의 기원은 무엇일까. 청와대와의 교감을 통해 보도 방향에 서로 합을 맞추고 정보를 공유한 결과는 아니었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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