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쥬라기 공원〉〈쉰들러 리스트〉등을 연출한 세계적 영화감독 스티븐 스필버그(사진 왼쪽)가〈인어공주〉<라이온 킹〉을 제작, 만화영화 흥행의 귀재로 불리는 제프리 카젠버그(사진)와 함께 조선일보와 제일제당의 초청으로 18일 방한했다.

이 두 사람은 영상·음반 제작사인‘드림웍스(Dream Works) SKG’를 설립, 공동운영하고 있다. 드림웍스엔 음반제작자 데이빗 게펜도 참여하고 있다. 두 사람은 20일 힐튼호텔에서 초청강연회를 갖고 자신들의 영화관과 한국의 영상사업에 대해 한국의 영화관계자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90분 동안 토크쇼로 진행된 초청강연회 내용을 지상중계한다. 초청강연회의 사회는 제일제당 이광림 부장이 맡았다.


▷사회 : 왜 드림웍스를 만들었는가.

▷스필버그 : 개인적이고 자유스런 분위기에서 작업을 하고 싶었다. 할리우드의 제작사들은 점점 대규모화돼 가고 있어 내가 원하는 분위기와 맞지 않았다.

▷카젠버그 : 할리우드가 대규모화되면서 열정과 창의적 지도력이 사라지고 있다. 영화는 창의력이 요구되는 상품이다. 그런 의미에서 영화사들의 대형화는 바람직하지 않다.

▷사회 : 미국영화 시장은 할리우드의 메이저 제작사들이 지배하고 있다. 메이저의 틈새에서 드림웍스는 어떤 생존전략을 갖고 있는가.

▷스필버그 : 우선 우리는 메이저 제작사들과 직접적인 경쟁은 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만의 독특한 영화를 만들 계획이다. 우리를 이동이 자유로운 작은 스포츠카에 비유하고 싶다. 작은 스포츠카처럼 우리는 우리의 장점인 융통성과 개성을 발휘해 우리가 좋아하는 영화만 만들 것이다. 메이저 제작사들은 1년에 35편 가량의 작품을 만들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품질을 보장하기 위해 1년에 영화 9편과 만화영화 1편으로 제한하고 있다.

▷사회 : 많은 제작자들이 메이저사에 도전장을 보냈다가 실패했는데.

▷카젠버그 : 우리는 그들과 달리 자본이 충분하다. 실패한 제작자들은 멀티미디어 엔터테인먼트 사업에 대해 너무 좁게 사고를 했기 때문이다. 반면 우리 드림웍스의 세 사람은 각자의 분야에 대해 많은 경험을 갖고 있다. 드림웍스는 이것을 묶은 것이다. 물론 성공을 백퍼센트 보장할 순 없다. 위험도 있다. 그게 재미있지 않은가.

▷사회 : 아시아와 한국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스필버그 : 아시아를 아주 좋아한다. 내가 사는 미국과 다르기 때문이다. 새로운 전통, 취향을 배우는 일은 나의 영화에 상당한 도움을 준다. 한국은 아직 이틀밖에 있지 않아 잘 모른다. 하지만 LA의 한국인들과는 무척 친했다.

▷사회 : 아시아와 한국의 영화시장에 대해선 어떻게 전망하는가.

▷카젠버그 : 가장 잠재력이 큰 시장이라고 본다. 현재 아시아권의 영화 생산능력은 상당한 수준이다.

▷사회 : 한국영화를 봤는가. 한마디 조언을 해준다면.

▷스필버그 : 몇 편밖에 보지 못했다.〈서편제〉와〈삼공일 삼공이〉가 특히 기억난다. 둘 다 창조적인 영화다. 창조력은 영화의 모든 것이다. 자기 목소리가 중요하다. 그 목소리는 한국에서 나와야 한다. 자신들의 유산을 버리고 서구영화를 모방한다면 그건 슬픈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자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 그리고 세계를 무대로 사고하라.

▷사회 : 스필버그, 당신의 작품이 한국에서 왜 사랑을 받는다고 생각하는가.

▷스필버그 : 글쎄. 나는 내 작품을 잘 분석하지 못한다. 무엇보다 내 자신에 대해 객관적이지 못하기 때문이다.

▷사회 : 카젠버그, 당신이 제작한〈인어공주〉나〈라이온 킹〉이 사랑을 받은 이유는.

▷카젠버그 : 월트 디즈니 때문이다. 나는 월트디즈니의 생명력을 복원시킨 것에 불과하다. 월트 디즈니는‘우리 몸 속에 아이가 들어 있다’고 생각했고 그 철학을 실천에 옮겼다. 나는 그 거장의 철학을 따랐을 뿐이다.

▷사회 : 영상산업의 발전을 위해 무엇이 가장 중요한가.

▷카젠버그 : 창의력이다. 영상산업의 성공비결은 창조적인 사람들을 모으는데 있다.

▷스필버그 : 창조적인 인재가 중요하다. 인재를 키운다는 것은 사람을 믿는 것이다. 그를 믿고 계속 밀어주는 것이다.

▷사회 : 컴퓨터 그래픽을 사용한 애니메이션에 대해 이야기해 달라.

▷카젠버그 : 컴퓨터를 사용함으로써 손으로 그릴 때보다 훨씬 정교해진 부분이 많다. 라이온 킹의 경우 먼지와 비를 묘사한 부분은 거의 실제와 같다. 컴퓨터를 이용하면 사용할 수 있는 색상도 무제한이다. 그러나 컴퓨터가 모든 것을 다 할 순 없다. 역시 사람의 붓끝이 중요하다.

▷사회 : 영화에서 컴퓨터 그래픽이 일반화돼 가고 있다.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가.

▷카젠버그 : 컴퓨터는 영화를 보완하는 하나의 도구일 뿐이다. 일부에선 만화영화가 아닌 데도 배우들의 막대한 게런티를 줄이기 위해 컴퓨터로 실제인물까지 가공하려 든다. 컴퓨터 그래픽으로 살아있는 배우를 대신하려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배우는 없고 사이버펑크만 있는 영화를 상상해 보라. 얼마나 황폐한 일인가. 과학이 우리에게 제공한 도구는 우리가 잘 관리하고 책임을 져야 한다.

▷사회 : 21세기 영화에 대한 전망은.

▷카젠버그 : 우리 모두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삶의 질은 일을 마친 시간에 무엇을 할 것인가가 결정한다. 영화란 모든 사람에게 공동경험을 주자는 것이다. 영화는 이런 숭고한 야망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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