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THAAD)의 유해성을 주장한 인터넷 게시글을 경찰청의 신고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삭제해 국가 검열의 남용이라는 비판이 또 일고 있다. 방통심의위는 이번에도 ‘사회적 혼란을 현저히 야기할 우려가 있는 내용’이라고 삭제 이유를 밝혔다.

3일 사단법인 오픈넷에 따르면 방통심의위는 지난 2일 열린 통신심의소위원회에서 사드의 유해성과 관련한 인터넷 게시글 3건을 삭제하는 시정요구 결정을 내렸다. 

해당 글들은 ‘사드를 설치하면 300m 이내 새·나비·벌들이 먼저 즉사한다’, ‘전자파로 인해 꿀벌의 활동이 교란돼 멸종하고 참외가 흉년이 들어 성주는 죽음의 땅이 될 것’, ‘불임, 기형, 치매 발생 확대 등 사드 배치로 전자파 피해까지 겹치면 한반도는 생지옥이 될 것’이라는 등의 내용이었다. 

방통심의위는 지난달 26일 열린 통신심의소위에서도 사회통합과 사회질서를 저해하는 정보라는 이유로 4건의 게시글이 삭제 의결했다. 이는 모두 경찰청의 삭제 요청에 따른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오픈넷은 “국민이 공적 사안과 관련해 제기하는 의혹들을 방통심의위와 같은 행정기관이 불명확한 기준을 들이대 함부로 삭제하는 것은 결국 국가가 정한 방향으로만 여론을 통제하겠다는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통신심의제도를 국가 검열을 위해 위헌적으로 남용하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오픈넷은 “방심위가 말하는 ‘사회적 혼란’이란 무엇인가? 민주 사회에서 당연히 있어야 하고 헌법이 보장하는 다양한 의견의 표출이 사회적 혼란이냐”며 “국가기관의 신고와 삭제 결정으로 국민의 입을 봉쇄하는 이러한 행위가 민주국가에서 무시로 이뤄지고 있다는 데에 충격을 금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오픈넷은 “헌법재판소는 2010년 일명 ‘허위사실유포죄’를 위헌으로 결정하면서 ‘어떤 표현이나 정보의 가치 유무, 해악성 유무가 국가에 의해 1차적으로 재단돼서는 안 되며, 이는 시민사회의 자기교정 기능과 사상과 의견의 경쟁 메커니즘에 맡겨져야 한다’고 판시(2008헌바157)한 바 있다”며 “‘사회질서’와 ‘진실’이 무엇인지, 이를 ‘혼란’하게 하는 ‘유해’한 표현이나 ‘허위’가 무엇인지를 모두 국가기관이 정하고 이에 어긋나는 내용들을 일방적으로 삭제한 것은 결국 위와 같은 헌법적 결정을 정면으로 위반한 것이며 위헌으로 선언된 ‘허위사실유포죄’를 표현물 검열의 형식으로 부활시킨 것과 다를 바 없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심의위는 통신심의 규정 등에 따라 공공의 안전 또는 복리를 위해 긴급히 처분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당사자 의견진술 기회 없이 삭제 등 시정요구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번 사드 관련 글도 당사자의 의견진술 절차 없이 삭제됐다. 

심의위 관계자는 “이번에 삭제된 글들은 국민의 건전한 비판과 의견 개진을 넘어 사회적 불안을 조성, 혼란 야기 정보에 해당한다”며 “방송통신위원회 설치법에 따라 공공의 안전 또는 복리를 위해 긴급한 경우에 해당해 의견진술 기회가 부여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앞서 심의위는 지난해 6월에도 경찰청 요청으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과 관련한 인터넷 게시글 여러 건을 삭제 조치했는데 삭제된 글 대부분이 박근혜 대통령과 청와대 등 정부 비판적 내용이었다. (관련기사 : 정권 비판, 경찰청 요청하면 방통심의위 삭제 가능)

지난해 4월엔 ‘세월호 국정원 개입설’을 주장한 인터넷 게시글을 ‘사회적 혼란 야기’를 이유로 삭제 의결한 바 있다. 그러나 국정원은 청해진해운으로부터 세월호 사고를 보고받았으며 세월호 도입과 관련해서도 국정원의 간섭을 받는 등 깊숙이 개입해 왔다는 것은 미디어오늘 등 여러 언론보도를 통해 확인된 사실이다. (관련기사 : “‘세월호 국정원 개입설’ 게시글 삭제는 위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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