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와 SBS가 자존심을 걸고〈제 4공화국〉과〈코리아게이트〉로 경쟁하고 있는 가운데 방송계와 정계에서는 두 드라마의 사실성을 놓고 격렬한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두 방송사는 모두자기들의 프로그램이 사실성에 충실하다고 주장하고 있는 가운데 드라마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두 드라마의 사실성에 이의를 제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허화평씨는 일부 정치인들은 두 드라마를 제소하겠다고까지 말하고 있는 형편이다.

두 드라마는 3회분부터 6회분 사이에 12·12과정을 집중 조명하면서 신군부의 부도덕성과 장태완장군의 활약상을 그렸다. 이같은 드라마의 내용은 최근에 벌어진 노태우씨 비자금 사건과 맞물리면서 시청자의분노를 자아내고 정치군인들에 대한 반감을 크게 증폭시키는 역할을 했다. 이 때문에 당시 신군부측에 섰던 인사들이 사실성에 대한 이의를 제기하며 강력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들 중 상당수는 내년 총선 출마준비를 하고 있는 현역정치인들인데다가 최근 민자당내에서는 6공인사 물갈이 설이 나돌고 있기 때문에 이들의 반발은 절박한 것이기조차 하다. 방영 5주가 지나면서 이제 프롤로그를 마치고 본격적인 경쟁의 양상에 돌입한 두 정치 드라마에 대한 중간 평가는 어떻게 내려질 것인가.

방송인이나 평론가들은〈코리아게이트〉가 다큐드라마로서 사실성을 유지하려는 측면에 충실한 반면〈제 4공화국〉은 드라마로서의 완성도에서 앞선다는 분석을 조심스럽게 내놓고 있다.〈프로듀서연합회보〉11월 3일자는“〈제 4공화국〉이 비교적 극적 구성에 신경을 쓴 반면〈코리아게이트〉는 다큐멘타리적 구성에 충실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하고 있다.

실제로 두 드라마의 지난 10회분을 검토해보면〈코리아게이트〉의 경우 등장인물의 대사나 화면상황이 그동안의 수사나 취재를 통해 밝혀진 사료에 비교적 충실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또 국회청문회 장면 등을 삽입해서 사실성을 높히려 한 것도 사실성을 높히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이에 비해〈제 4공화국〉은 드라마적 구성과 능숙한 연기를 바탕으로 시청자의 흥미를 이끄는데 성공했다는 점이 부각된다.

드라마적 완성도와 사실성 추구에 있어서는 평자들마다 평가가 갈린다. KBS 이규환 프로듀서는“역사 드라마나 정치 드라마는 비록 드라마적 구성이 떨어지는 한이 있어도 사실을 훼손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고 주장한다. 시청자는 정치드라마나 역사 드라마를 하나의 픽션으로 보기보다는 역사적 사실로 인지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란 것이다. MBC의 한 교양 프로듀서도〈코리아게이트〉가 사실성을 추구하려고 노력하는 점은 평가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렇지만 이에 대한 반론도 적지 않다. KBS의 한 드라마 프로듀서는“진실을 왜곡하는 것이 아닌 이상 드라마적 완성을 위해 정치드라마도 대사나 구성에 변화를 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역사 서술이 역사가의 사관에 영향을 받듯이 다큐드라마가 추구하는 사실성 또한 일률적으로 재단할 수만은 없다는 것이다.

두 드라마에서 영웅시되고 있는 장태완 당시 수경사령관의 경우가 그 사례로 들어지기도 한다. 이 프로듀서는“두 드라마를 통해 영웅시 되고 있는 장태완 당시 수경사령관의 경우, 그가 정승화 계열의 군부인맥이었다는 점과 군인으로서 상관의 명령에 복종하고 군율을 어긴 신군부에 맞섰다는 상이점이 드라마에 어떻게 반영되고 있는가 하는 점이 논란이 될 수 있지만 이는 작가와 제작자의 사관의 문제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 드라마가 이미 확인된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거나 확대 과장하는 측면이 없지 않다는 점과 역사적 전체성을 제대로 드러내주고 있지 못한 점등은 다큐드라마로서 결정적인 취약점으로 지적되고 있기도 하다. 12·12당시 한남동 육군참모총장 공관과 국방부 청사에서 일어난 합수부측과 신군부측과의 총격전을 재현하면서〈제4공화국〉이 그동안 확인된 것 이상으로 많은 사상자가 난 것처럼 방송하면서도 그러한‘새로운 사실’에 대한 명확한 증언이나 증거를 제시하지 않은 것은‘무책임한 선정적 제작’이라는 비판을 사고 있다.

두 드라마가‘5·18광주’를 다루었지만 5·18광주의 진상을 총체적으로 드러내주거나 극적으로 전달하는데 미흡했던 점도 지적될 수 있다. 두 드라마의 드라마로서의 완성도도 문제다.〈코리아게이트〉의 경우 배역등 기본적인 측면에서 취약성을 드러내고 있다. 이등병 나이쯤 돼 보이는 앳띤 얼굴을 한 연기자가 중령계급장을 달고 있는가하면 엑스트라급 단역배우를 썼는지 기본 대사조차 소화가 안되는 장면도 많다.

이에 대해 제작진은 모두“대사가 있는 배우만 2백여명이 필요한데다 중복 캐스팅 피해야 한다는 점 때문에 현실적인 한계가 있다”고 제작상의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기획단계에서 확정한 제작방향이 시청자의 반응에 따라 자꾸 바뀌고 있는 점도 드라마의 완성도를 떨어트리는 요인이다.〈코리아게이트〉의 경우 제목과는 달리 12·12이후 상황을 지나치게 오랫동안 다룸으로써 애초에 약속했던 두 드라마간의 차별성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제 4공화국〉도 당초 계획에 없었던 광주항쟁 장면이 재현되는 등 시청자의 기호에 따라 프로그램 내용이 끌려가는 경우가 많다. 완성된 시나리오에 따라 방영 전에 모든 프로그램을 완성시키는 전작제가 이뤄지지 않았다 하더라도 이처럼 시청자의 흥미에 따라 드라마의 진행방향을 몰고 갈 경우 드라마로서의 기본구성이 흐트러질 수밖에 없다. 졸속 제작에 따른 드라마의 질적 하락도 충분히 예상해볼 수 있는 일이다. 실제로 12·12 이후를 다룬 7회분부터 두 드라마의 긴장감이 상당히 떨어진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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