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위장사 반대”를 외치며 이화여대 본관 점거 농성을 벌이던 학생들이 졸지에 “고졸 사회인 입학 반대”를 주장하는 ‘이기적인 이대생’으로 몰려버렸다.

경찰 병력 1600명이 지난 30일 이대에 투입, 학생들을 진압해 수십 명의 학생들이 부상을 당했지만 이날 KBS ‘뉴스9’ 리포트의 제목은 “‘고졸 사회인 입학 반대’…이대생들 점거 농성”(9번째 순서)이었다. 

이날 KBS 메인뉴스의 보도는 학교 관점에서 다뤄졌다. KBS ‘뉴스9’은 9번째 리포트에서 “지난 28일 오후 이곳(이대)에서는 고졸 직장인들을 위한 평생교육 단과대학을 개설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었다”며 “그런데 갑자기 들어닥친 학생 400여 명은 회의를 중단시키고 교수들과 교직원을 감금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KBS는 “갇혀있던 교수가 어제밤 10시 쯤 119 구급대를 불렀지만 학생들은 이를 돌려보냈다”며 “이틀이 넘도록 감금이 계속되자 학교 측은 경찰 출동을 요청했고 46시간 만에 교수 4명과 교직원 1명을 데리고 나왔다”고 설명했다. 

KBS는 뉴스 말미에 “고졸 사회인들의 입학에 반대하는 이화여대 생들의 집단 행동은 거센 사회적 논란을 불러일으킬 전망”이라며 방송이 어느 편에 서 있는지 추측케 했다.

▲ KBS 뉴스9 30일자 리포트.
KBS는 사건 전후 맥락을 빠뜨린 채 학생들이 고졸 사회인 입학을 반대하고 있다고 보도하면서  학생들이 학교 평판 때문에 반발하는 것처럼 비춰지게 만들었다. 이번 사태의 발단이 된 교육부 지원 사업인 ‘미래라이프대학’(실업계 출신 고졸자나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평생교육 단과대학)에 대한 설명과 사업에 대한 검증은 누락했고, “미래라이프대학 학생들도 수준 이하의 교육을 받게 될 가능성이 크다”는 학생들의 우려도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

30일 경찰 투입 전에는 학생들의 시위가 평화롭게 진행됐다는 점, 학교 측에서 총학생회 등에 만남을 제안하고 나서 느닷없이 경찰 병력이 투입됐다는 점, 경찰 1600여명은 조폭 소탕 작전에 투입되는 규모로 이례적인 학내 진압이었다는 점 등도 거론되지 않았다.

되레 TV조선 메인뉴스인 ‘뉴스쇼 판’은 “학생들의 거센 항의는 이화여대가 설립을 추진 중인 평생교육대학 때문”이라며 “평생교육원이 있는 상황에서, 일반 직장인을 위한 단과대를 따로 만드는 것은 대학 이름값을 앞세운 ‘학위장사’라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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