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가 혹평을 받고 있는 영화 ‘인천상륙작전’ 구하기에 나선 모양새입니다. 관객들과 평론가들의 반응이 상반됐다며, 특정 이념에 빠진 평론가를 문제삼고 있는데요. 구체적으로 따져보면 평론가들보단 이 리포트에 문제가 많습니다.

MBC 뉴스데스크는 29일  “인천상륙작전이 개봉 3일 만에 100만 관객을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면서 “(관객들은) 이야기 구성이 탄탄하고 감동적이었다는 반응”이라고 전합니다. MBC는 “관람객들은 포털의 영화 평점에서 8.6점의 높은 점수를 줬다. 하지만, 평론가들은 정반대”라며 “한 영화전문 잡지(씨네21)의 평론가 6명은 평균 3점을 매겼다. (중략) 대중과 평론가 간의 인식차이가 이렇게 큰 것은 이상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고 밝힙니다.

▲ 29일 MBC '뉴스데스크' 화면 갈무리.
왜 인식 차이가 벌어질까요. 뉴스데스크는 직후 “이념에 빠진 영화 평론가들이 실수한 게 역사적으로 쭉 뒤져 보면 반공영화는 나쁜 영화는 아니다”라는 최공재 감독 인터뷰를 내보냅니다. MBC는 ”우파영화라는 꼬리표를 달았던 영화 연평해전과 국제시장은 비교적 낮은 평론가 점수를 받은 반면 제주 4.3을 다룬 영화 지슬과 화려한 휴가, 변호인은 상당히 높은 점수를 받았다. 하지만 국제시장이나 연평해전은 평론가들의 혹평과는 반대로 성공을 거뒀다”면서 마무리합니다.

과도한 이념이 평면적 캐릭터 만든 게 문제

평론이라는 건 당연히 주관적일 수밖에 없겠지만, ‘진보영화’와 ‘보수영화’를 차별적으로 평론하는 건 문제가 있겠죠. 그러나 ‘이념 프레임’으로 접근할 문제가 아닙니다. 

‘인천상륙작전’이 혹평을 받는 주된 이유는 반공 이데올로기가 지나치게 부각된 탓에 복잡한 정세와 인간군상이 단순한 선악구도로 그려지게 됐다는 점입니다. 영화에 특정한 목적이 과도하게 들어가면 작품 퀄리티가 떨어질 수 있는 게 문제의 핵심인 것이죠. 이는 어느 쪽이든 마찬가지입니다. 

▲ MBC 뉴스데스크 29일 보도화면 갈무리.
MBC 뉴스데스크는 평론가들이 ‘화려한휴가’ ‘변호인’에는 호평을 했다면서 진보적인 영화와 보수적인 영화를 차별하는 것처럼 이야기하지만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보수언론 및 기득권의 성상납 사건을 다룬 ‘노리개’의 씨네21 전문가 별점은 4점으로, 네이버 평점7.35보다 크게 낮습니다. 관건은 작품성이지, 진보적 영화라고 무조건 띄워주는 건 아니라는 거죠.

조중동도 ‘혹평’일색인데, MBC는 ‘감동’

“너희도 진보언론이니까 그렇게 분석하는 거 아니냐”라고 지적할 수도 있습니다만 보수언론을 표방하고 있는 조중동의 평가도 씨네21 못지 않게 인색합니다. “이야기 구성이 탄탄하고 감동적이었다는 반응”이라는 MBC 뉴스데스크의 평가와는 상반됩니다.

조선일보의 22일 기사는 혹평 일색입니다. “이 영화에서 고뇌하는 인간은 찾아보기 어렵다. 인물은 평면적이고 국군은 선, 북한군은 악이란 흑백논리가 적용된다. 특히 북한군은 90년대 이전까지 국민학생들이 배운 대로 ‘뿔달린 괴물’처럼 극단적으로 묘사된다. 국군과 북한군의 관계를 선악으로만 그려내지 않은 영화들이 이미 수년전 나온 것을 감안하면, 이는 퇴보에 가깝다.”

중앙일보는 22일 “화제성에 비해 실망스럽다”는 평가를 내놓습니다. ”한국전쟁에 뒤얽힌 복잡한 국제관계와 역사적 배경을 뭉뚱그리는 흑백논리에 가깝다“면서 ”선악 이분법으로는 가릴 수 없는 복합적 인간의 면모나 한국전쟁을 바라보는 입체적인 시각을 찾아볼 수 없다. 낡은 반공주의나 단순한 애국주의를 자극하는 것 이상 무엇을 줄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비판합니다.

동아일보는 21일 3명의 기자들이 좌담을 하는 기사를 내보냈는데, 부정적인 평가가 더 많습니다.  이지훈 기자는 ”전형적인 국뽕영화라는 지적이 공감되던데“라며 ”모든 캐릭터가 평면적이고 단순하다“고 언급합니다. 정양환 기자는 한줄평점에 ”2시간짜리 대한 늬우스“라고 꼬집습니다. 세 기자는 각각 별5개 기준 평점에서 2개반, 2개, 1개반을 주기도 했습니다. 10점 만점에 평균 4점인 셈이죠.

관객들 반응 뜨겁다고? MBC로 MBC를 반박해보면

물론, 이 영화를 긍정적으로 보는 관객들이 있고, 평론과 일반인의 괴리는 논의해볼만한 주제이긴 합니다. 그러나 MBC가 관객 반응이 뜨겁다고 제시하는 근거는 ‘관객수가 많다는 점’ ‘포털 평점이 높다는 점’ 두 가지인데, 공교롭게도 MBC의 과거 주장과 배치됩니다. 

2012년 10월24일 MBC는 극 중 대사가 노무현 전 대통령을 연상시켜 화제가 된 ‘광해’가 1000만 관객을 돌파하자 “상영관을 몰아줘서 거둔 성적이라는 비판이 있다”고 비판합니다. “700개 가까운 상영관에서 개봉한 광해는 3번째 주말, 상영관이 900개를 넘었다. 기획과 투자, 배급을 하고 영화관까지 보유한 CJ의 작품이라, 더 유별났던 것으로 영화계는 해석하고 있다”면서 “무리한 몰아주기로 1000만 관객 돌파의 의미가 퇴색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맞는 지적입니다. 28일 기준 ‘인천상륙작전’은 전국 899개 상영관에서 틀고 있습니다. 700~900개 상영관을 보유한 광해와 상황이 비슷합니다. ‘인천상륙작전’은 영화를 만들고 영화관까지 보유한 바로 그 CJ의 작품입니다. 상영관 몰아주기 비판이 나올 만도 하지만 한마디 언급도 없습니다. 대신 MBC 뉴스데스크는 “인천상륙작전이 개봉 3일 만에 100만 관객을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고 보도했습니다.

▲ 29일 MBC 뉴스데스크 보도와 2013년 보도(아래).
MBC가 여론의 근거로 활용하는 포털 평점은 어떨까요. 2013년 7월28일 MBC 뉴스데스크는 포털 평점 조작사실을 보도하며 영화 평점 시스템에 “신뢰가 무너졌다”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영화에 호의적인 평점을 개봉전에 200개, 개봉후에 1100개 가량 포털사이트에 올려주겠다며 500만원을 요구한 홍보대행사와 영화 제작사의 거래내용을 폭로한 것입니다. 

영화 개봉 전에 평점이 쌓이는 일도 많습니다. 2013년 12월19일 MBC 정오뉴스는 영화 변호인을 가리켜 “아직 개봉 전이어서 극장에선 볼 수도 없는 이 영화에 2만 5천 명이 평점을 달았다”고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인천상륙작전'의 평점이 조작됐다거나 근거 없다고 보는 게 아닙니다. 다만, 신뢰가 없다고 비판하던 내용들을 주요 근거로 활용하는 건 무척 어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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