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민중총궐기 주도 및 참여 혐의로 기소된 민주노총 간부 6인의 형이 모두 확정됐다. 형량의 총 햇수는 13년 4개월이다. 최장 형량은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이 선고받은 징역 5년이다.

이들 선고가 집회 주최자 및 참여자에 대한 이례적인 중형이라는 비판은 시민사회·법조계를 중심으로 제기된 바 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은 지난 4일 한상균 위원장 선고날 즉시 성명을 내 "무도한 공권력에 대한 견제권을 포기한 부당한 판결"이라 비판했다. 수감자 모두가 항소심 절차에 돌입한 가운데 미디어오늘은 6인의 판결문을 통해 판결의 정당성을 분석했다.

▲ 디자인=이우림 기자

6개 판결문은 대동소이했다. 각자의 '범죄 상황'만 차이 날 뿐이이었다. 범죄사실 대부분은 민중총궐기를 비롯한 다수 집회에서의 불법·폭력 행위였다. 일반교통방해는 집회 신고되지 않은 차로를 점거해 교통을 방해한 범죄이고 집시법 위반은 집회 금지 구역에서 집회를 했다거나 해산명령에 불응한 범죄였다.

특수공무집행방해,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은 '도로 점거 불법 시위'를 막는 경찰 방어막을 위력으로 뚫으려 한 혐의와 밧줄·사다리 등으로 경찰 차벽을 넘거나 경찰 병력을 폭행한 혐의다. 검찰은 경찰 버스, 경찰 방패 등 경찰 장비 훼손에 대해 특수공용물건손상 혐의를 적용했다. '범인도피'는 1차 민중총궐기가 열린 지난 11월14일 일반교통방해 및 집시법 위반 등으로 구속 영장이 청구돼 수배 생활을 하던 한상균 위원장을 경찰이 검거하려 했을 때 그의 도피를 도운 혐의다.

"일반 시민과 지역 상인, 거주자의 피해를 넘어서 공공 안녕·질서를 유지하려는 경찰관 다수에게 상해를 가하는 등 치명적인 위험을 주었고 경찰차량 등 공용물이 무차별적으로 파괴됐다. (…) 시위대는 당일 늦은 밤에 이르기까지 서울 시내 중심부를 마비시켰으니 주말 서울의 도심 한복판에서 법질서의 근간이 유린되고 '무법'과 폭력이 지배하는 사태가 초래된 것이다. 이러한 점을 종합할 때 피고인에게는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

판결문 요지를 가장 잘 드러내는 구절이다. 법원은 모든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고 수감자들의 변론은 모두 기각했다. 차벽·살수차 등 경찰 대응이 위법했고 차벽이 먼저 교통을 방해했다는 변론은 집회의 불법성과 폭력성 때문에 기각됐다. 경찰의 집회 해산과 금지 통보는 교통 편의와 공공질서를 위해 정당화됐다.

미신고 집회·신고 범위를 이탈한 집회는 범죄?

일반교통방해죄는 집회 자유가 제대로 보장돼 있지 않기 때문에 더 적용하기 쉽다. 경찰은 대부분의 서울시내 주요 도로에선 '교통 편의'를 이유로 집회를 금지할 수 있다. 집시법 12조는 "주요 도로에서의 집회에 대해 교통 소통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금지하거나 제한할 수 있다"고 정한다.

'주요 도로'엔 세종대로, 마포대로, 종로, 남대문로, 삼일대로 등 서울 중구의 대부분의 도로가 포함돼 있다. 한상균 위원장 등의 변호를 맡은 조세화 변호사는 "광화문 방면의 행진 신고는 대부분 금지 통보를 받는다. 20명 이하 인원의 인도 행진의 경우 몇 차례 접수되는 걸 본 정도"라고 말했다. 민중총궐기 집회도 교통소통 등의 이유로 금지통보 받았다. 집회 참가자들은 정책결정권자에게 요구를 전달하거나 더 많은 시민에게 집회를 보여주기 위해 광화문 방면 등 대로 행진을 원한다. 신고대로 움직이지 않을시 불법집회로 간주된다.

▲ 사진=지난 6월 28일 열린 집회에서 물포사용 문제와 경찰의 집회 대응 개선을 위한 국제 심포지움 자료집 캡쳐

헌법적 권리를 따를 때 미신고 집회는 불법집회가 아니다. 2012년 4월19일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은 "신고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옥외집회를 헌법의 보호 범위를 벗어나 개최가 허용되지 않는 집회라고 단정할 수 없다"면서 "옥외집회로 인해 타인의 법익이나 공공의 안녕질서에 대한 직접적인 위험이 명백하게 초래된 경우에 한해 해산을 명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미신고집회라는 이유로 곧바로 해산할 것이 아니라 집회가 안전하게 열릴 수 있게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집회 중 참여 인원이 불어나 도로를 점거한다고 해서 '불법시위'가 되지 않는다. 지난 6월15일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발표된 ‘유엔 집회・결사의 자유 특별보고관’ 한국보고서는 "집회에 많은 참가자들이 모이면 도로에 나설 수밖에 없다"며 “그들을 기소하는 것, 더구나 일반교통방해죄라는 중범죄로 기소하는 것은 차도에서는 집회를 못 하게 하겠다는 정부당국의 의사를 보여주는 것”이라 비판했다.

집회 금지 통고는 '다른 방법이 없을 때 최종적인 수단'으로 채택돼야 한다. 민중총궐기 집회는 신고 당일 심각한 교통 불편의 이유로 금지됐다. 조세화 변호사는 "집회 참가 인원을 조정한다던지 이동방법 제한한다던지, 최종 도착 행진경로 중 일부를 바꾼다던지 등으로 제한할 수 있다"면서 "금지 통고가 위법이라고 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민중총궐기 집회가 열려서' 무법과 폭력이 지배했다?

권영국 변호사는 지난 5일 미디어오늘과의 전화통화에서 경찰 집회 대응에 따른 집회 폭력 수준 차이를 지적했다. 법원이 폭력이 유발되는 선후 관계를 오도한다는 지적이다. 그는 "노무현 정부 때는 차벽을 본 기억이 없다. 광화문 종로 쪽에서 대규모 집회가 열릴 경우 아예 전 차로를 집회장소로 내주기도 했다"면서 "주권자들이 지배자에게 봉쇄당하고 권리를 심각히 침해당한다 생각하면 저항 정도는 커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2015년 집회 진압에 살수차 도입이 논의됐던 영국에서는 테레사 메이 영국 내무부장관이 "물대포 배치는 완전히 역효과를 가져올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들며 도입을 무산시킨 적이 있다.

법원은 차벽을 넘으려는 집회 참가자의 폭력성만 고려했고 차벽을 넘으려는 참가자의 의도는 배제했다. 2003년 10월10일 헌법재판소는 “집회의 자유는 다른 법익의 보호를 위해 정당화되지 않는 한, 집회장소를 항의의 대상으로부터 분리시키는 것을 금지한다”고 판시했다. 차벽은 시민들의 통행을 차단해 집회에 참가하려는 사람의 접근을 막고 시민과의 소통을 원천 차단한다. 참가자의 차벽에 대한 반발은 차벽의 위헌성에 대한 반발인 것이다.

▲ 2015년 11월14일 민중총궐기 당시 살수 모습.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재판부는 “시위대와 경찰의 생명·신체에 위해가 발생할 우려가 높았다”고 말했으나 차벽이 설치됐던 당시를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협'이라 하기 힘들다. 헌법재판소도 “집회의 조건부 허용이나개별적 집회의 금지로는 방지할 수 없는 급박하고 명백하며 중대한 위험이 있는 경우에 한해 비로소 취할 수 있는 거의 마지막 수단”으로만 차벽 설치를 인정했다.

민중총궐기 당일 경찰은 청와대로부터 1km 이상 떨어진 곳에 차벽을 설치했다. 집시법 11조는 국회, 청와대, 대사관 등 경계지점으로부터 100m 이내에 집회를 금지하고 있을 뿐이다. 법의 기준을 뛰어넘은 과잉 통제로 볼 만하다.

집회주최자가 평화 의도 표방하면 평화 집회로 간주하는 게 국제 인권 기준

집회 금지가 통보됐던 상황, 차벽이 처음 설치됐던 상황은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위험'이 발생했다고 보기 힘들다. 폭력 시위의 가능성을 전제한 판단이자 '위법이 없음'을 '평화적인 상태'로 전제한 것에 가깝다. 법원이 공권력의 과잉 진압을 '불법·폭력 시위의 우려'를 근거로 수용한 것이다.

집회는 집단행동으로서 일정 정도 타인에 대한 '방해효과'를 낼 수밖에 없다. 연좌농성, 도로점거 등이 제3자에 피해를 줄 지라도 원칙적으로 평화적인 집회의 영역에 속한다. 일부 폭력에 해당되는 행위가 있더라도 곧바로 '비평화적 집회'로 봐서는 안 된다는 국제 기준도 있다. 독일연방헌법재판소는 "강요죄(독일형법 제240조)의 폭력에 해당하는 행위가 있다고 해서 (…) 생명・신체・재산에 대한 폭력적 공격의 위험성이 인정되는 행위가 존재하는 경우에만 평화적 집회의 자유의 보호영역을 벗어나는 것"이라 밝힌 바 있다.

재판부는 헌법재판소의 "집회의 자유에 의하여 보호되는 것은 단지 ‘평화적’ 또는 ‘비폭력적’집회"라는 판시를 적극적으로 인용했다. 그러나 평화적 집회를 판단하는 전제는 소극적으로 인용했다. 유럽안보협렵기구의 '평화적인 집회의 자유에 관한 지침'은 "집회의 주최자가 평화적인 의도를 주장하고 집회에서의 행동이 비폭력적이었다면 그 집회는 평화적인 것으로 인정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쉽게 말하면 '대놓고 폭력을 주장하는 집회'가 아닌 한 선제적인 통제는 가능할 수 없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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