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성매매 고발 사건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수사는 서울중앙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가 맡기로 했다.

이 회장의 성매매 정황을 담은 영상을 공개한 뉴스타파 보도 이후 모두 3건의 고발이 이뤄졌다.지난 22일 박아무개씨와 25일 시민단체, 그리고 27일 김성환 삼성일반노조 위원장 등은 이 회장과 삼성에 대해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죄 등으로 고발했다.

수사에서 가려야할 쟁점은 크게 두가지다. 

영상 속 이건희 회장이 실제 대가를 지불하고 불법 성매매 행위를 했는지와 삼성그룹실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이 회장의 성매매에 개입돼 있는지 여부다. 

당초 수사를 하겠다고 나선 서울지방경찰청 수사과는 뉴스타파 보도 영상에서 이건희 회장이 옷을 입고 있었다며 실제 성행위가 이뤄졌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한 바 있다. 뉴스타파는 선정적인 이유로 공개하지 않았지만 접촉을 통한 성행위가 이뤄졌다는 입장이다. 

삼성 측은 뉴스타파 보도에 대해 '개인 사생활'이라는 입장을 통해 성행위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개인적인 문제임을 강조한 바 있다. 성행위가 인정돼 이건희 회장이 기소가 되더라도 현재 이 회장은 의식이 없는 상태이기 때문에 고발인 조사를 받을 수 없고 형 집행이 이뤄질 가능성은 낮다. 

하지만 삼성그룹 차원에서 이건희 회장의 성매매에 개입했다고 하면 상황이 달라진다. 이 회장의 개인 사생활의 문제, 재벌 총수의 도덕성 문제를 벗어나 삼성그룹이 범법을 도운 공범이 되기 때문에 삼성그룹 전체의 이미지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 

뉴스타파 보도 이후 삼성의 입장을 보면 복잡한 심정을 읽을 수 있다.

지난 28일 삼성 관계자는 한겨레와 인터뷰에서 성매매 의혹 영상에서 장소로 이용된 서울 논현동 빌라의 전세자금 13억원이 지난 2008년 삼성 비자금 사건 특검 수사에서 드러난 이 회장의 차명계좌에서 나온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 논현동 빌라의 전세 계약자는 김인 전 삼성에스디에스 고문 명의로 돼 있었다. 김 전 사장은 자신도 모르는 일이라고 했다가 말을 바꿔 개인적으로 빌린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삼성 측이 김인 전 고문의 말과 배치되고 여론의 시선이 곱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논현동 빌라의 전세 자금이 이 회장의 차명계좌에서 나왔다고 한 것은 성매매에 이용된 장소를 그룹 차원이 아닌 개인 자금으로 마련했다고 하면 법적 처벌 책임을 삼성그룹이 상당부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건희 회장의 성매매에 삼성그룹의 인력과 자금이 동원되면 횡령 및 배임이 될 수 있다. 성매매 알선 혐의로 또다른 사람이 법적 처벌을 받는 사람이 늘 수도 있다. 

전세계약서상 김인 전 고문의 이름이 올라가 있기 때문에 부동산실명제법 위반은 피해갈 수 없겠지만 이 회장의 차명계좌의 돈이 전세자금으로 쓰여졌다고 결론이 나면 이건희 회장의 '개인 사생활' 문제에 그쳐 마무리될 수 있다.

전세계약서를 체결한 당사자가 그룹의 직원이라고 밝혀지면 사문서위조 혐의가 적용될 수 있지만 이 회장을 대리해 전세 자금을 냈을 뿐 성매매 알선 장소로 쓰였는지 알지 못했다는 진술을 통해 성매매와 관련한 삼성그룹의 개입은 없었다고 방어할 가능성도 높다. 

삼성은 이건희 회장의 성매매와 관련해 그룹 차원의 '연결고리'를 최대한 감추고, 반대편에선 연결고리를 찾아야 하는 입장에 서게 된 것이다. 

김성환 삼성일반노조 위원장 등이 제출한 고발장에 피고발인으로 이건희 회장, 김인 전 삼성에스디에스 고문 뿐 아니라 삼성그룹 비서실 임직원이 포함돼 있는 것은 그룹 차원에서 이 회장의 성매매를 인지했던 정황이 있었다고 보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은 동영상이 공개되기 전 삼성 측이 동영상의 존재를 알고 제작한 사람에게 접근해 영상 공개를 막았다는 증언을 들었다고 밝힌 바 있다. 동영상을 제작한 사람의 증언대로 삼성 측이 동영상 공개를 막기 위해 찾아온 증거를 확보한다면 삼성그룹이 조직적으로 개입한 정황이 될 수 있다.
 
뉴스타파의 후속보도도 이건희 회장의 성매매와 삼성그룹의 연결고리를 찾는 방향으로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뉴스타파는 지난 26일 김성환 위원장과 함께 동영상을 제작한 사람들을 만났던 장소인 시골의 길가에 설치된 컨테이너 박스를 찾아 취재했다. 뉴스타파와 동행했던 김성환 위원장은 컨테이너 박스 내부가 치워져 있었지만 컨테이너 박스 앞에 세워진 차량에서 블랙박스를 발견해 영상을 검증하고 있다고 전했다.

▲ 뉴스타파 보도 화면.

또한 지난해 9월 김 위원장은 컨테이너 박스에서 동영상을 제작한 핵심인물인 이아무개씨와 선아무개씨 이외에 '마을이장'도 함께 만났다고 전했는데 마을이장의 증언을 확보할 경우 파장이 예상된다. 지난해 만났던 당시 마을이장 이아무개씨는 '삼성위기관리팀에서 온 사람의 차량이 마을 입구를 막고 있어서 호통을 쳤다'고 말했다고 김성환 위원장은 전했다. 특히 동영상을 제작한 이아무개씨는 삼성 측 성매매 연결고리 실무 역할을 한 일명 '채홍사' 로 부장급 인사 한명을 지목했다.

검찰은 뉴스타파 보도가 파장을 일으키면서 수사를 안할 순 없겠지만 적극적으로 범법 사실을 밝혀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검찰은 29일 현재까지 뉴스타파 측에 동영상 제공 협조 요청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용진 뉴스타파 대표는 29일 통화에서 "검찰에서 공식적으로 요청이 오지 않았다. 요청이 오면 구체적으로 보고 (동영상 제공 여부를)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 수사 착수 소식에 언론이 "공갈·협박 범죄 수단으로 만든 동영상 자료를 언론기관이 보도하는 과정에서 왜곡 가능성 등 적법성 여부도 살펴볼 것으로 보인다"는 보도한 대목을 놓고서도 뉴스타파 측은 우려하고 있다. 김 대표는 "검찰에서 한 얘기인지 추측 보도를 한 건지 황당하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뉴스타파 후속 보도와 관련해 "성매매와 관련한 부분은 삼성에서 실질적으로 시인해 문제는 아니다"면서 "전체 자금 문제가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실제 논현동 빌라를 전세계약한 사람을 보면 그 돈이 어디서 왔는지 알 수 있는데 삼성에서 명확하게 밝혀야될 부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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