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 부위원장이 중국현지에서 방문을 거절당했다.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배치 결정에 따른 중국의 반발이 한류에도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28일 예정된 김재홍 방송통신위원회 부위원장의 중국 장쑤위성TV 방문일정이 중국측의 일방적인 취소로 무산됐다. 방통위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김재홍 부위원장은 28일 EBS와 장쑤방송 공동제작 등 협력 지원, 콘텐츠 교류 등을 논의하기 위해 장쑤위성TV 부성장과 만날 예정이었으나 장쑤위성TV측은 방문 이틀 전인 26일 “베이징에 회의일정이 생겨 만날 수 없다”면서 일정을 취소했다.

장쑤위성TV는 후난위성TV와 저장위성TV 등과 함께 중국 내 영향력이 큰 1선 위성TV로 꼽힌다. 중국의 방송사는 중앙정부에서 운영하는 중앙방송인 CCTV와 각 지역 단위인 성에서 운영하는 위성TV로 나뉘는데, 시청률과 영향력에 따라 각 위성TV를 1선부터 3선으로 구분한다. 장쑤위성TV는 지난해 중국판 ‘우리 결혼했어요’, ‘비정상회담’ 등을 방영하는 등 한류콘텐츠 교류가 활발했다.

중국의 이 같은 행동이 ‘사드배치에 따른 반발’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출국 직전까지 중국측에 일정을 확인했고, 이전 중국 방문에서 이처럼 일방적으로 일정이 취소되는 경우는 없었다. 면담이 불가능하면 다른 간부가 대리참석하는 게 정상적이지만 일정 자체를 취소한 것도 의문이 남는다.

방통위 국제협력팀 관계자는 “사드문제와 연결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본다”면서 “장쑤방송그룹 부사장급 인사가 급하게 베이징에 회의가 잡혀 일정을 취소한 것이다. (다른 간부가 대신 참석하는 건) 부위원장과 격이 맞지 않고, 관련 논의를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사업자들은 사드배치에 따른 중국의 보복조치가 있을까 우려하는 분위기다. 국내 방송 사업자들 사이에선 중국이 사드배치에 따라 한류 콘텐츠에 대한 제재 조치를 내렸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찌라시를 통해 “중국 정부에서 한국 관련 콘텐츠 사업 중지 조치를 추진 중”이라는 내용이 나온 것. 일각에서는 “중국 정부가 중국 내 방송사에서의 한국 관련 콘텐츠 방영을 2달 간 금지한다는 조치가 내려졌다”거나 한국 연예인이 나오는 콘텐츠 방영이 금지됐다는 소문이 퍼지기도 했다. 

이에 대해 방통위 국제협력팀 관계자는 "우리가 알아볼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 사진=국방부
중국 콘텐츠 제작 업계의 상황에 밝은 한 관계자는 “실제로 사드 배치 이후 급격히 중국 쪽의 반응이 달라진 느낌이 있다. 콘텐츠 계약 진행 속도가 느려지고 송금이 이유 없이 지연되는 등의 일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중국 콘텐츠 제작사 쪽에서도 (한국 사드 배치에 강경한 입장인) 중국 정부 눈치를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광전총국이 직접 지시를 내리지 않더라도 중국 방송사업자들이 눈치를 보고 있다는 이야기다.

다른 관계자는 “사드 배치 이후 어떤 제재가 내려올지 몰라 현장은 불안한 분위기”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과 달리 중국은 정부 지침이 하달되면 곧바로 시행되는 시스템이므로 (만약 그런 조치가 취해지면) 바로 현장에 영향이 오지 않겠나. 지금은 구체적인 지침이 없으니 미리 대응할 수도 없어 불안하다”고 말했다.

한편 방송통신위원회는 중국 방문이 외교문제로 번질 것을 우려하며 신중하게 접근하는 분위기다. 방통위는 28일 김재홍 부위원장의 중국 방문관련 보도자료를 배포한 후 이례적으로 내용 일부를 가리켜 "외교, 안보와 관련된 포괄적 엠바고이므로 보도를 자제해 주시기 바란다"며 이미 배포된 보도자료 일부 내용의 엠바고를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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