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김영란법'에 합헌 결정을 내렸다. 공무원, 사립학교 및 언론사 임직원 등의 부정청탁 관행에 제동이 걸렸다. 한국식 부정부패 관행에 변화가 시작됐다는 평가가 지배적인 한편, 일부 언론은 언론인이 적용 대상에 포함된다는 기준의 모호함과 사생활에까지 법이 적용된다는 과잉입법 문제를 강조했다.

막무가내로 강행되고 있는 '화해·치유재단' 출범식이 아수라장이 됐다. 출범을 저지하려는 대학생들은 출범식에서 기습시위를 벌였고 김태현 재단 이사장은 반대자들로부터 캡사이신을 맞기도 했다. 피해당사자들이 "정의의 이름으로 반대한다"고 밝히고 나선 가운데 언론은 "구체적인 사업 내용과 계획도 불분명한 상태"라며 "재단이 왜 지금 출범해야 하는지 존재 이유 자체부터 비판이 일고 있다"고 비판했다.

중산층 세 부담 경감, 신사업 세액 공제 확대 등에 초점을 맞춘 세제개편안이 발표됐다. 정부는 "신사업 투자를 늘리고 서민.중산층의 세 부담을 줄이는 데에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으나 재정건전성 확보를 위한 증세 과제를 차기 정부로 미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아래는 29일 아침 종합주요일간지 1면 머릿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9월28일부터 ‘청렴 혁명’…헌재 “김영란법 합헌”>
국민일보 <김영란법 합헌… ‘3·5·10 사회’ 실험 시작됐다>
동아일보 <김영란法 합헌… 400만명 적용받는다>
서울신문<김영란법 ‘Go’… 400만명 ‘청렴 시험대’>
세계일보 <9월28일 ‘청렴사회’ 실험 시작된다>
조선일보 <한국 접대文化 바꿀 태풍이 온다>
중앙일보 <‘3·5·10 시대’ 한국식 접대의 종언>
한겨레 <[단독] 우병우 아파트에 2억대 법인 외제차 등록 확인>
한국일보 <“김영란법 합헌”… 헌재, 청렴사회 길 터주다>

'식사3·선물5·경조사10' 9월28일부터 청렴혁명… 기대감 높아

헌재는 지난 28일 “청렴도를 높이고 부패를 줄이는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분야가 있을 수 있다는 이유로 부패의 원인이 되는 부정청탁 및 금품 수수 관행을 방치할 수도 없다”며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하 김영란법)에 대한 헌법소원심판 사건에서 합헌 결정을 내렸다.

▲ 28일자 경향신문 1면

김영란법은 오는 9월28일부터 본격 시행된다. 시행대상은 공무원, 사립학교·언론사의 장과 임직원과 그 배우자 등으로 400만 명 규모로 추산된다. 앞으로 이들은 100만원 넘는 금품이나 향응을 받은 경우, 100만원 이하의 경우엔 직무관련성이 있을 경우, 사교 목적의 경우엔 식사는 3만원, 선물 5만원, 경조사비는 10만원 넘게 제공하거나 받을 경우, 같은 사람으로부터 매 회계연도 3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을 받을 경우 형사처벌을 받거나 과태료를 물게 된다.

김영란법은 지난해 3월 국회를 통과했으나 위헌성에 대한 문제제기가 계속돼왔다.

헌재는 이와 관련한 4개 쟁점을 모두 합헙이라고 결정했다. 쟁점은 △사립학교 교원과 언론인 적용 여부 △배우자 금품 수수 불고지죄 처벌 여부 △대통령령에 처벌 범위 위임 여부 △부정청탁 개념의 모호성 등이다.

사립학교·언론사 임직원 포함 여부에 대해서 헌재는 “교육과 언론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이 커 공직자와 같은 청렴성이 요구된다”며 “민간부문 중 이들만 ‘공직자 등’에 포함시킨 입법자의 결단이 자의적 차별이라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배우자 신고 강제에 대해 헌재는 "공직자 등의 배우자가 수수 금지 금품 등을 받은 행위는 사실상 공직자 등이 수수한 것과 마찬가지"라며 합헌이라 결정했다.

음식물, 경조사비 등 가액 기준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것은 위헌이라는 주장에 대해 헌재는 “일률적으로 법률에 규정하기 곤란한 측면이 있어 현실의 변화에 대응해 유연하게 규율할 수 있게 행정입법에 위임할 필요성이 인정된다”며 합헌에 손을 들어줬다.

헌재는 "청구인들이 불명확하다고 주장하는 ‘사교’ ‘의례’ ‘선물’은 사전적으로 그 의미가 분명할 뿐만 아니라 일상에서 흔히 사용되는 용어들이다. 입법과정에서 부정청탁의 개념을 직접 정의하는 대신 14개 분야의 부정청탁 유형을 구체적으로 열거하는 등 구성요건을 상세하게 규정하고 있다"고 밝히며 부정청탁의 개념이 모호하다는 문제제기를 기각했다.

동아일보 위헌성 가장 부각, 중앙일보 송이버섯 농가 등 '울상' '아우성' 강조

주요 일간지 대부분이 이번 결정을 '청렴 혁명', '부패 근절의 계기' 등으로 지적하는 가운데 일부 언론은 위헌성에 방점을 찍었다.

▲ 28일 동아일보 3면

동아일보가 가장 두드러졌다. 동아는 "헌법재판관 9명 중 한 조항이라도 위헌 의견을 낸 재판관은 과반수인 5명이었고 쟁점별로는 합헌과 위헌 의견이 1표 차이에 불과한 ‘5(합헌) 대 4(위헌)’ 조항이 2개였다"고 강조했다.

문제가 된 4개 쟁점에 대해 동아일보는 전문가의 의견을 인용하며 "식사 대접 등을 받은 배우자는 처벌을 안 하면서 신고하지 않은 행위만을 처벌하겠다는 불신고 처벌 조항은 우리 형사법 체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극히 이례적인 입법 형태”라면서 “민간 영역 중 교육이나 언론만을 대상으로 삼은 합리적 이유를 찾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오영근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기본적으로 너무 많은 사람의, 너무 세세한 행동까지를 법으로 규제하겠다는 과잉 입법”이라고 지적했고 김용철 부산대 행정학과 교수는 "허용 금액이 실생활과 맞지 않는 상황에서 편법이 난무하고 일부만 적발되는 등 일정 기간 혼란스러운 상황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동아는 '헌재 김영란법 ‘합헌’… 국회와 정부가 과잉입법 바로잡아야' 사설에서 "허용되는 금품의 상한선이 식사 대접 3만 원, 선물 5만 원, 경조사비 10만 원으로 입법 예고된 데 대해 농축수산업계 화훼업계 등 각계의 시름이 깊다"며 "호텔 백화점 식당 골프장이 직격탄을 맞으면 이들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직원들도 피해가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중앙일보도 법 시행으로 5만원 초과 선물 수요가 급감해 매출에 직격탄을 맞는 농축수산업계 종사자 문제를 조명했다. 중앙은 “양양 송이, 법 기준 맞추려면 달랑 1개 넣어 선물해야”기사에서 강원도 양양군 송이버섯 농가, 강원도 횡성 한우, 충남 금산 인삼재배, 충북 충주 사과농가, 전남 영광 굴비 시장 등의 상인들이 걱정이 태산이라고 보도했다. 이들 농특산물은 특성상 대부분 5만원 이상의 고급 선물용으로 선호돼 왔다.

▲ 28일 중앙일보 10면

국회의원을 대상에 적용시키는 후속입법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중앙일보는 사설을 통해 "국회의원 등의 민원 전달을 부정 청탁의 예외로 둔 조항을 삭제하고 국회의원, 고위공직자의 가족 취업 청탁을 막기 위한 이해충돌 방지 조항을 되살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겨레도 사설 '김영란법 합헌, 부채 척결의 전환점 삼아야'에서 같은 지적을 제기했다.

한겨레는 김영란 법을 부채 척결의 전환점이라 환영하면서도 미비점을 우려했다. 한겨레는 "국가권력이 이 법을 남용해 언론을 감시하고 통제할 위험이 존재한다. 피해 역시 광범위하고 장기적이며 원상회복이 쉽지 않다"며 "이를 막을 조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피해자가 거부하는데 누구를 위한 '화해·치유 재단'인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지원을 위한 비영리법인인 화해·치유재단(이사장 김태현)이 지난 28일 오전 1차 이사회와 출범식을 개최했다. 화해·치유재단은 지난해 12월28일 한일 위안부 합의에 따라 출범하는 기구다.

위안부 피해당사자가 모여 있는 정대협은 논의 시작부터 "누구를 위한 화해, 치유냐"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혀왔다. 정대협은 이날 재단이 들어선 건물 앞에서 “10억엔으로 거래를 끝낸 정부의 막장 질주가 오늘 화해·치유재단 출범에까지 이르렀다”며 “한·일 정부 간 지난해 12월28일 위안부 합의를 끝내 강행하고야 말겠다는 고집불통 정부 앞에서는 정의도 인권도 올바른 과거사 청산도 모두 실종됐다”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 28일 한겨레 1면

대학생 10여 명은 이날 출범 기자회견장에 기습적으로 입장해 "피해자가 원하지 않는 합의를 진행해놓고 10억엔을 받기로 한 것은 우롱"이라 외치는 시위를 벌였다. 김태현 이사장은 한일 합의를 반대하는 한 남성의 캡사이신 세례를 받기도 했다.

제대로 된 준비없이 졸속으로 출범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재단이 위안부 피해자들을 지원한다는 공식적 취지 외에 구체적 사업을 공개하지 않고 있으며 재원으로 사용될 10억 엔이 출연되기 전짜기 어떻게 사용비용을 조달할지 계획이 없기 때문이다. 경향신문은 "의문투성이인 운영 방향을 둘러싸고, 재단이 왜 지금 출범해야 하는지 존재 이유 자체부터 비판이 일고 있다"며 "재단 설립부터 운영까지 정부가 관여하면서도 ‘민간재단’ 형태를 고수한 것이 국회 감시를 피하려는 꼼수가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고 지적했다.

'가해자가 강요한 화해'라고 강도높게 비판하고 나선 한겨레는 재단이 20년 전 '아시아여성기금'보다 후퇴했다고 지적했다. 아시아여성기금은 1993년 고노담화에 따라 일본 정부가 추진한 ‘'여성을 위한 아시아평화국민기금'이다.

한겨레는 재단 주체가 한국으로 옮겨진 것을 두고 "한-일 사이 ‘미청산 과거사 갈등’에서 한국사회의 내부 갈등으로 퇴보한게 가장 큰 문제"라면서 "박근혜 정부가 일본 정부의 법적 책임을 더는 묻지 않기로 ‘외교적 약속’을 한 탓에 한국 내부 갈등으로 사안의 성격이 변질될 위기에 내몰렸다"고 비판했다.

아시아여성기금은 일본 정부의 위안부 문제에 대한 직간접 관여를 인정하고 사죄한 '고노담화'의 결과물로 위안부 문제를 역사에 남기는 자료를 발굴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그러나 화해.치유 재단은 의료비, 위로금 등 지원비를 일시적으로 지원하는 '피해자 직접 수혜 사업'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한겨레, 경향신문 등이 지적하는 비판 쟁점은 보수언론에서 볼 수 없었다.

동아일보는 '日출연금 70% 위안부할머니 직접 지원… 30%는 추모사업에' 기사에서 "재단은 우선 8월 초 2차 이사회를 열고 한국 측 사업 내용을 확정한 뒤 한일 국장급 협의에서 확정 지을 예정"이라며 "(일 정부로부터) 10억 엔이 재단에 전달되면 피해자 직접 지원금과 추모 사업비가 7 대 3 비율로 활용될 것으로 알려졌다"고 정부.재단의 입장을 전달하는 데 방점을 찍었다.

▲ 28일 동아일보 10면

동아는 한 남성이 김태현 재단이사장에 캡사이신을 분사한 것과 대학생 10여 명이 출범 기자회견장에 기습시위를 벌인 것을 두고 "하루 종일 불화와 상처만 가득한 상황이 이어졌다"고 언급했다.

조선일보는 '출범 첫날 고춧가루액 맞은 위안부 재단' 기사에서 "재단의 앞날에는 장애물이 적지 않다"며 기습시위와 캡사이신 세례 사건을 함께 보도했다. 중앙일보는 '한일 합의 반대 외치며 호신용 스프레이 뿌려' 기사에서 출범식 현장의 혼란을 보도하며 출범 사실을 알렸다. 그러나 이들 보도에서 정대협 반발 및 반대 여론 분석은 찾을 수 없었다.

재정건전성 차기 정부로 미룬 2016 세법개정… 법인세율 조정 논의는 언제?

기획재정부는 28일 2016년 세법개정안을 발표했다. 신용카드 소득공제 한도 차등 적용, 출산·입양 세액공제 확대, 월세 세액공제율 인상, 경차 유류세 환급 일몰연장 등 서민·중산층 세 부담 및 신산업 분야 세 부담 완화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다.

연 총 급여액 2500만원 미만 저소득 근로자에게 지급되는 근로장려금은 10%씩 늘어나고 워세 지출액에 대한 세액공제율은 10%에서 12%로 올라 월세 부담이 다소 줄어든다. 든든학자금 등 원리금 상환액을 교육비 세액공제에 포함시키고 초·중·고 체험학습비도 연 30만원까지 세액공제 대상에 포함된다.

▲ 28일 경향신문 6면

경력단절여성 재취업 지원을 위해 기존 퇴직후 3~5년 이내 경력단절 여성을 재고용한 중소기업에 세제혜택을 주던 것을 퇴직후 3~10년 이내로 지원 범위를 넓혔다.

기업소득 환류세제의 경우 기업소득을 배당보다 임금 증가에 많이 투입하면 과세분이 작아지도록 조정했다.

이밖에 신성장산업 투자 촉진 취지로 수소연료전지자동차에 대해 400만원 개별소비세를 감면하거나 11대 신사업에 대한 연구개발비 세액공제율을 최대 30%로 높이는 등의 내용도 있다.

이번 개정안을 두고 소득세 감면 축소, 법인세율 조정 등 민감한 쟁점 사안이 빠진 현상 유지안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동아일보는 "감면혜택이 연장되면서 여론의 반발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장기적인 국가 재정건전선에는 큰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안창남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는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세법 개정의 목적인 재정건전성 확충, 소득 재분배 중 어떤 것도 달성하지 못했다"면서 "세액공제 전환, 연말정산 파동 등에서 조세저항에 부딪힌 정부가 자신감을 잃어버리고 현상유지를 선택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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