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활동을 위해 입국하려는 시민단체 활동가들을 법무부가 입국금지 조치하면서 당사자들이 반발하고 있다. 입국 금지 조치에 국정원이 개입돼 있다는 주장도 나오면서 논란이 예상된다.

시민단체 활동가들은 실정법 위반 내용이 없는데다 과거 자유롭게 왕래를 해왔다는 점에서 한국 정부가 정부 정책에 반한다는 이유로 정치적 자유 의사를 보장하지 않고 이동권을 제한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 25일 한국계 미국 국적자인 이현정씨와 이주연씨는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절차를 밟던 중 입국이 금지됐다. 

이현정씨는 뉴욕에 거주하면서 한국의 민주주의 및 평화를 위한 연대회의 대표를 맡아 활동을 해왔다. 또한 온라인상으로 한반도 관련 뉴스와 비평을 블로그에 올리는 활동도 하고 있다. 이주연씨도 코리아 정책연구소의 이사직을 맡아 평화활동가로 활동하고 있다. 두 사람은 오는 8월 15일 코리아국제평화포럼에 참석해 사드 배치에 반대하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할 예정이었다.

출입국관리사무소는 두 사람의 입국을 불허하고 공황 환승휴식지역에 대기시켜놓은 뒤 출국시키는 조치를 취했다. 

법무부는 두 사람을 입국 금지한 사유로 출입국관리법 제11조제1항제3호를 근거로 들어 대한민국의 이익이나 공공의 안전을 해치는 행동을 할 염려가 있어 입국을 금지했다는 입장이다. 

법무부의 조치에 국내 시민사회단체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사드 한국배치 반대 전국대책회의(준)는 법무부가 든 출입국관리법 조항에 대해 "입국규제자 규정은 모호하고 광범위한 범위 때문에 자의적 해석의 가능성이 크다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이현정, 이주연 두 활동가는 수차례 한국을 방문했지만 단 한 번도 입국 금지된 적이 없었다. 두 활동가는 한국의 실정법을 어긴 적도 없다. 따라서 출입국관리소의 입국금지 조치는 타당한 근거가 없는 반인권적 행위"라고 비판했다.

전국대책회의는 입국 거부 조치 이유로 사드 한국 배치에 반대하는 입장 때문으로 추정하고 있다면서 "이들의 정치적 입장이나 예정하고 있는 활동이 '대한민국의 이익이나 안전을 해치는 행동을 할 염려가 있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에 해당된다는 어떠한 근거도 없다"고 지적했다.

한국진보연대도 "한국정부의 입국 거부 조치는 최근 사드 배치 반대의 목소리가 확대되어 가고 있는데 사드반대 국제평화활동가의 방한으로 사드 문제가 한국 내에서 그리고 국제적으로 더욱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해 입국을 금지시키는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을 지울수 없다"고 지적했다.

28일 현재 이현정와 이주연씨는 미국 하와이로 출국을 한 상태다. 

이주연씨는 28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입국 금지 조치에 국정원이 개입된 정황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이씨에 따르면 두 사람은 지난 26일 입국심사대에서 심사를 받던 중 ‘한국계 미국인을 놓치지 마라’는 감독관의 지시가 있었고, 별도의 방으로 불러가 조사를 받았다. 출입국관리소 측은 '중앙기관'에서 입국 금지를 걸어놔 확인 중이라면서 입국 목적, 체류 기간 등을 물었고, 출입국관리법 제11조에 의거해 입국을 금지한다고 통보했다.

이주연씨는 출입국관리법상 입국 규제 대상에 자신이 포함되는 것을 납득할 수 없다며 항의하고 출국 절차 동의서에도 서명하지 않았다. 하지만 결국 환승 창구에서 36시간을 대기하다 대한항공 측의 신병인도에 따라 하와이로 출국했다.

이 과정에서 이씨는 국정원 '명령서'에 따라 출국이 금지된 정황을 발견했다. 이씨는 27일 입국할 예정이었던 평화재향군인회 소속 미국인들도 입국 금지 조치를 당할 것을 예상해 출국 연장을 문의했는데, 대한항공 측에서 '출국을 통보한 명령이 국정원 이름으로 돼 있어 출국 연기를 할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국정원이 개입돼 있다면 두 사람은 단순한 입국 규제 대상이 아니라 테러와 같은 위협요소로 파악해 조치를 취했다는 뜻이 될 수 있다. 국정원 대변인실은 입국 금지 및 출국 조치 명령서를 발부했는지를 묻는 질문에 “그 부분에 대해선 언급하는 게 맞지 않다. 법무부 소관이다. 그쪽에 문의하라”고 밝혔다.


이씨는 사실상 자신이 테러분자로 취급당했다며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다. 이씨는 "미국에서도 팔레스타인이나 이라크 사람들을 테러리스트 혐의로 몇시간을 억류하는 경우를 많이 봤다"면서 "한국에서 국익에 해가 되면 테러라고 보는 것 아니냐. 테러방지법을 통과시켰는데 그 연장선상에서 입국금지 조치를 취했는지 모르겠다. 혐의가 있으면 증거를 제시해야 한다. 근거도 없는 상황에서 이런 입국 금지 조치는 부당하다"고 말했다.

이씨는 “한국에서 성주에 거주하지 않으면 외부세력으로 보고 범법사실을 조사하고 있는데 그런 논리대로라면 저희는 완전한 외부세력인 셈”이라며 “입국 당시 성주로 갈 수 없을지도 모르겠다고 했는데 성주 주민들의 삶과 직결된 문제에 연대 차원에서 도움을 주려고 했고, 원하지 않는다면 주변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을 하자고 했는데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씨는 "사드 배치 문제뿐 아니라 평화재향군인회와 함께 미군이 저지르는 범죄, 환경 오염 문제 등을 공유하고 주한미군 기지를 탐방 조사해 여러 문제를 미국 정부에 개선하라는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며 "우리가 무엇을 했길래 안전 위협을 운운하느냐 착잡하다"고 말했다.

법무부는 입국 조치 근거를 묻는 질문에 출입국관리법을 들기만 할 뿐 구체적인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미디어오늘은 ▲입국 거부 기한 ▲입국 금지 조치 최종 심사 권한 소재 ▲사드배치 반대 활동 이외 사유 ▲정보기관과의 협조 여부 ▲외국 국적자의 코리아국제평화포럼 참가 제한 여부 등을 물었지만 법무부는 서면을 통해 "입국금지 조치는 국가의 이익과 안전에 관한 사항으로 구체적인 내용은 국익과 외교관계 등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어 공개하지 못함을 양해하여 주시기 바란다"고 답변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