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이 넥슨의 김자연 성우 교체 사건에 대한 논평을 철회한 뒤 논평 작성자들을 출당시켜야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등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다. 일부 당원들은 '비상대책위원회'를 조직해 중앙당 차원의 사과와 함께 메갈리아에 대한 반대 입장을 밝힐 것을 요구하고 있다.

자칭 '비상대책위원회'는 26일 정의당 당원 게시판에 쓴 글에서 철회된 문화예술위원회(문예위)의 논평과 관련, “일부 구성원이 당 외에서 당원들의 명예를 실추시키고 당원들의 촉구를 경청하여 결정된 상무위원회 결과에 대한 대결의지를 공공연히 표명하여 당의 권위와 명예를 실추하는 등의 경거망동에 대해 관리 감독에 소홀한 점을 사과하시길 촉구한다”고 밝혔다.

▲ 정의당 '비상대책위원회'의 이름으로 올라온 게시물의 일부. 사진출처=정의당 홈페이지
표면적으로는 논평 철회에 대한 책임을 묻고 있지만 정의당 내부에서는 당내에 여성 이슈에 반감을 가진 이들이 조직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이번 논평 철회로 인한 당내 잡음이 정의당의 정파 갈등의 대리전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비대위'는 “향후 정의당의 정체성을 명확히 하기 위해, 목적을 위해 혐오 발언이라는 수단을 정당화하고 그러한 성폭력적 발언을 자라나는 아이들 앞에서 거리낌 없이 외치는, 혐오에 기생하며 혐오를 전파하는 극단주의 세력에 대한 상무위 및 중앙당의 명확한 입장 표명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이 글에서 언급한 극단주의 세력은 인터넷 커뮤니티 메갈리아를 지칭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정의당이 이번 논평 사건으로 인해 신설한 ‘젠더문제 논의를 위한 TF’에 대해서도 TF의 발제내용 등을 즉각 공지하라고 요구했다. ‘비대위’는 “발제 내용과 참석자 등에 대한 각각의 제반 사항들이 논의, 결정될 때마다 당원 모두가 정보를 제공 받을 수 있는 충분히 효과적인 수단을 사용하여 공지할 것”이라며 “당원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열린 창구를 개설하고 건설적인 의견을 수렴하라”고 요구했다.

▲ 정의당은 25일 문화예술위원회의 논평을 철회한다고 밝혔다. 사진=정의당 홈페이지

정의당 ‘비상대책위원회’는 정의당의 공식 조직은 아니다. 정의당 홍보팀 측은 “비상대책위원회는 문예위의 논평 이후 이에 반대하는 당원들이 소모임 형식으로 만든 것”이라며 “비상대책위원회라는 이름을 쓰는 게 오해를 부를 수도 있다는 이의제기도 있었다”고 말했다. 해당 게시물이 퍼지며 이들의 명칭이 논란이 되자 27일 오후에 ‘비상대책위원회’에서 ‘당원비상대책회의’라고 모임명을 바꾸기도 했다.

정의당 내에서 일부 소모임 커뮤니티가 여성 관련 이슈에 대해 지속적으로 반감을 드러냈으며 이번 논평 사건 외에 ‘중식이 밴드’ 사건, ‘강남역 살인사건’ 때에도 관여해 왔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식이밴드’ 사건이란 정의당이 총선 당시 중식이밴드와 로고송을 만드는 과정 가운데 중식이밴드의 자작곡 중 여성비하적 표현이 들어간 곡이 있어 논란에 휩싸인 사건이다.

정의당의 한 관계자는 “중식이밴드 사건 당시에도 ‘정의당은 페미니즘 정당이 아니다’는 주장을 담은 글들이 올라왔었다”며 “그때 당시 보였던 닉네임들이 이번 논평 사건에도 또 다시 반여성주의적 주장을 담은 글들을 올리는 게 보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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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이 관계자는 “강남역 살인사건 이후 10번 출구에서 ‘남자 여자 편 가르기 그만해요’라는 문구를 쓰고 자신이 정의당 당원이라고 밝힌 한 당원이 있었다”며 “그 때도 당 내에서 중재위원이 중재를 했는데 그 중재위원에게 당원의 개인 사상을 검열한다며 비난하는 무리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논평 철회에 대해 찬‧반 입장으로 갈린 정의당의 상황이 사실은 정의당 내 얽히고설킨 정파 갈등의 대리전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정의당의 계열을 간단하게 정리하면 진보신당 탈당파 계열, 참여계, 인천연합, 진보결집플러스 등으로 나눌 수 있다.

▲ 정의당 국회의원 소개. 사진=정의당 홈페이지
각 정파 대표인물로 보면 진보신당 탈당파는 심상정 대표‧노회찬 원내대표‧조승수 시당위원장이, 참여계(국민참여당 출신)로는 유시민 전 장관‧천호선 전 대표가, 인천연합(민주노동당과 비당권파 일부)으로는 이정미 의원‧김성진 시당위원장이, 진보결집플러스는 나경채 정의당 공동대표‧강상구 대변인‧여영국 경남도의원 등으로 분류된다.

정의당의 한 관계자는 “논평 철회에는 노회찬 의원과 참여계 중 몇 인물 등이 찬성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 외 나경채 공동대표와 진보결집플러스의 구성원들은 철회를 반대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전에 진보신당계에서 성소수자에 대한 반감을 가지는 등 보수파들이 있었는데 이런 의견이 그대로 이어졌고 당내 반여성주의자들이 결합해 이번 사건이 벌어진 것 같다”며 “정의당 정파 간 싸움의 대리전으로 번지는 모양새”라고 전했다.

이러한 지적에 한창민 정의당 대변인은 “‘비상대책위원회’라는 이름으로 올라온 게시물의 요청에 대해서는 검토할 예정에 있으나 결정을 내린 것은 없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이 정파 간 갈등으로 번지고 있는 것은 아니냐는 질문에 한 대변인은 “그런 주장이 나온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공식 입장을 이야기하기에는 부적절한 내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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