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합동 긴급 회의까지 열었지만 '부산 가스' 원인을 특정하지 못했다. 

국민안전처는 2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환경부와 산업통산자원부, 기상청,부산시 등 9개 부처와 함께 부산 가스 사태와 관련해 긴급 안전 점검 회의를 열었다.  

앞서 부산시에서 지난 21일 오후 5시 30분경부터 해안가를 따라 가스냄새가 난다는 신고가 폭주해 200여건이 접수된 바 있다. 울산 남구지역에서도 다음날인 23일 가스 냄새가 난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부산시는 정체 불명의 원인을 알 수 없는 가스 냄새로 주민들의 불안이 커지고, 지진의 전조 현상이 아니냐는 소문이 확산되자 조사를 시행했다.

부산시는 대형 유조차 등을 추적해 부취제(폭발성이 있는 가스 등이 유출될 때 곧바로 감지할 수 있도록 첨가하는 물질)가 누출된 흔적을 조사했지만 찾을 수 없었다. 

부산시는 다섯차례 회의를 거쳐 전문가와 함께 조사하고 논의했지만 원인규명에 실패했다면서 중앙정부 부처에 조사를 요청하기에 이르렀다.

부산 주민들은 가스 냄새가 지진의 전조 현상에서 비롯된 게 아니냐며 불안감을 표출했지만 기상청은 "한 마디로 '지진 전조현상'이라는 것은 없다. 부산 가스냄새도 '지진'과는 전혀 상관 없으니 혼란 없으시길 바란다"며 지진 전조 현상을 괴담에 무게를 두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부산 주민들의 불안감이 수그러들지 않자 사고가 난지 닷새만에 서둘러 중앙부처에서 긴급 점검회의를 열었지만 늑장 대응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긴급 회의라는 타이틀이 무색하게 주무기관이 국민안전처의 발빠른 대응이 없었다는 지적이다.

이날 긴급 점검회의에서도 지진의 전조 현상은 아니라면서도 원인에 대해선 특정하지 못했다. 김희겸 국민안전처 재난관리실장은 "전문가들과 기상청 관계자들과 얘기했지만 지진과 관련 없는 것이라고 했다"고 말했다.

안전처는 관련 정부 부처 등과 함께 합동점검단을 구성해 가스 냄새 원인을 조사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신고 접수를 통한 냄새의 이동경로만 파악됐을 뿐 냄새의 진원지나 물질 구성, 인체 유해성 여부를 파악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날 긴급 회의에 참석한 서용수 부경대 교수(공동실험실습관 냄새분석실)는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일단 냄새가 난다고 민원을 제기한 시민들이 한결같이 가스냄새라고 한 부분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 교수는 "소위 도시 가스 냄새라고 하는데 엘피지 가스는 무취이고 인위적으로 부취제 물질을 가스 누출시 나오게 해서 사람의 코가 인식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면서 "그런데 부취제 냄새는 사람의 코가 감지할 수 있을 정도로만 농도 값이 매우 낮은 물질이어서 일반적인 분석 기기로는 감지가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서 교수는 원인 규명에 대해 "현재로서는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놓고 분석 자료를 취합해 조금 더 과학적인 근거로 원인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 지난 21일 오후 119대원이 가스 냄새 신고가 접수된 지역을 점검하고 있다. (부산소방안전본부 제공) 사진=노컷뉴스


서 교수는 지진 전조 현상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 "그쪽 방면의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명확한 답변을 드릴 수는 없지만 이미 기상청에서 모든 자료 검토를 마친 것으로 안다"면서 "극미한 소량의 부취제 누출이 넓은 범위에서도 가능하다. 차량에 실려 운반돼 누출될 경우도 있는데, 이번 경우 과거 일반적인 사례보다 광범위하게 뿌려졌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울산 남구 지역에서 난 냄새의 경우 하수구 냄새가 났다는 민원 접수로 미뤄보아 부취제 누출쪽보다는 공단 쪽에서 나온 악취로 보고 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사고 책임을 맡는 주관 부처와 관련해 이견을 보이기도 했다. 안전처는 이날 회의에 참석한 사람들에게 화학사고 발생시 대응과 복구 등 관리는 환경부가 주관해야 한다는 입장이 담긴 자료를 배포했는데, 환경부는 화학물질 유출이 확인되지 않은만큼 점검단 주관 부처가 아니라고 하면서 안전처가 주관을 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원인 규명이 늦어지면서 부산 가스 냄새가 공포의 대상으로 확산되고, 정부에 대한 불만이 커지는 모습이다. 괴담 유포 확산을 자제해달라는 요청만 있을 뿐 국민안전에 대한 정부의 역할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 누리꾼은 "문제는 원인을 모른다는게 더 무서운 일"이라며 냄새의 여러 가능성을 제기했다. 또다른 누리꾼은 "내가 과연 마신 냄새는 도대체 무엇이란 말이냐"고 질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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