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의 프레임’이 또 등장했다. 종편은 사드배치에 반발하는 국민들이 ‘괴담’에 놀아난 것처럼 보도했다. 여기에 지상파 공영방송까지 가세한 ‘외부세력’ ‘종북’ 프레임이 결합하면서 성주군민들이 ‘종북세력의 괴담’에 놀아난 게 됐다. 정부정책에 반대하는 이들을 단순 보상을 바라는 사람들로 묘사하며 싸움의 목적을 ‘돈’으로 왜곡하기도 한다. 세월호 참사 당시 종편이 즐겨 쓰던 프레임이다. 

종편식 기울어진 운동장도 여전했다. 기본적으로 찬성과 반대측 패널의 수를 기계적으로 맞춰야 할 대담 프로그램에서 사드배치 찬성론자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황당한 발언도 여과없이 보도됐다. 성주에 박근혜 대통령의 조상묘가 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사드 성주배치를 박근혜 대통령의 희생으로 묘사한 게 대표적이다. 이 같은 종편 보도 탓에 사드배치 논의에서 필수적으로 다뤄야 할 의제는 외면받고 있다.
 
외부세력의 괴담에 놀아난 성주군민?

‘괴담’프레임에 TV조선이 앞장섰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이 지난 8일부터 21일까지 조사한 결과 TV조선 '뉴스쇼판'은 ‘괴담 프레임’ 보도를 7건 쏟아냈다. 

지난 16일 TV조선 뉴스쇼판은 “메르스 괴담부터 ‘뇌송송 구멍탁’라고 불린 광우병 괴담까지 극단적이고 자극적인 표현과 내용으로 여론을 선동했다”고 지적했다. 지난 13일 TV조선 ‘이것이 정치다’에서 여상원 변호사는 “(2008년) 쇠고기 괴담과 지금이 똑같다. (미국산) 쇠고기만 먹으면 광우병 걸린다고 얼마나 그랬는데, 광우병 발병해 돌아가신 분이 한 분도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괴담'은 반대 논리의 핵심과는 거리가 멀고, 정부가 당연히 해야할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은 게 발단이 됐기 때문에 인과관계를 따져봐야 한다. 2008년 국민들은 미국산소고기를 수입하면 무조건 광우병 걸린다고 본 게 아니라 주변국들도 수입하지 않는 30개월 이상의 소를, SRM(광우병위험부위)까지 수입하기로 정부가 결정한 점을 문제 삼았다. "광우병 발병자가 없다"고 조롱할 게 아니라 촛불집회 저항 덕에 30개월 미만의 소고기만 수입돼 더욱 안전한 고기를 먹게 된 맥락도 고려해야 한다.

이번에도 다르지 않다. TV조선은 ‘사드 전자파 맞으면 무정자증에 걸린다’는 등 사실확인이 되지 않은 괴담이 퍼진다며 반대 주장을 단순 괴담으로 몰고 있다. 그러나 정부가 전자파 안전성을 확실히 입증하지 않고 일방통행식 행정을 한 게 안전성 논란의 핵심이다. 미국의 경우 수차례의 환경영향평가를 거쳤지만, 국내에선 주민들이 반발하자 그제서야 예정에 없던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괴담을 키운 건 이번에도 정부였다.

‘괴담 프레임’은 사드배치에 대한 다양한 층위의 문제제기를 단순 근거없는 ‘괴담’ 탓으로 치환시킨다는 점에서 문제다. 더군다나 양념처럼 ‘종북프레임’과 ‘외부세력 프레임’보도가 쏟아지면서 주민들의 저항을 외부세력이 퍼뜨린 괴담에 선동당한 것으로 전락시키고 있다. 자연스럽게 핵심적으로 검증하고 논쟁해야 할 동북아 군비경쟁, 중국의 경제보복 등의 문제는 논의에서 제외된다.

(관련기사: 온 나라가 사드 후폭풍, 외부세력이 어딨나)

▲ 지난 16일 TV조선 뉴스쇼판 화면 갈무리.

보상 언급한 적도 없는데 “보상요구는 잘못된 것”

채널A는 ‘보상 프레임’에 집중했다. 현재까지 성주 군민 그 누구도 사드배치에 따른 경제적인 보상을 공개적으로 요구한 적 없다. 그러나 채널A ‘김승련의 뉴스TOP10’은 두 차례에 걸쳐 ‘주민보상의 적절성’에 대한 토크를 하며 보상요구를 기정사실화했다. 이는 사드배치에 반발하는 성주군민들을 속물로 만드는 보도로 세월호 참사 배·보상 금액을 부풀리고 부각한 언론보도와 판박이다.

김승련 앵커는 지난 21일 성주군민의 상경시위를 다루던 도중 주제와 무관한 “(주민들이) 중앙정부차원의 지원을 기대하는 거겠죠?”라는 유도질문을 한다. 이정훈 신동아 편집위원은 “(주민들이) 보상을 요구하는 건 잘못된 것 같다”면서 “매번 저렇게 돈을 달라고 하면, 국방은 국민이 해줘야 하는 의무다. 자꾸 보상을 요구하면 대한민국은 북한에게 망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봉 전 국정원 대북실장 역시 “(보상이) 관례가 되면 좋지 않은 선례를 만들까 두렵다”고 말했다. 

▲ 지난 21일 채널A '김승련의 뉴스TOP10'화면 갈무리.
채널A의 이 같은 프레임은 성주에 사드배치가 결정되기 이전부터 강조됐다. 지난 8일 ‘김승련의 뉴스TOP10’은 당시 후보지로 거론되던 칠곡과 평택 주민들의 반발을 전하며 “아마 저렇게(반대) 하시는 분들 입장에서는 ‘우리 칠곡에 금전적으로 지원해달라’는 걸 (전제로) 깔고 하시는 것 같다”고 말했다.

종편 시사토크, 사드 반대패널 8.6%

보도 내용도 문제지만, 종편의 기울어진 운동장도 개선되지 않고 있다. 종편이 가장 많이 편성하는 시사토크 프로그램은 사드에 찬성하는 입장의 패널이 압도적으로 많이 출연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이 지난 8일부터 14일까지 JTBC를 제외한 종편3사 16개 시사토크 프로그램을 분석한 결과 전체 패널 175명 중 정부의 이번 사드배치 결정을 ‘긍정적’으로 보는 패널이 104명으로 59.4%를 차지했다. 반면 ‘부정적’ 의견의 패널은 8.6%(15명)에 불과했고, ‘알수없음’이 32.0%(56명)를 기록했다.

사드배치를 찬성하는 패널이 가장 많은 방송사는 TV조선이었다. TV조선에 출연한 패널 중 사드배치를 긍정적으로 보는 패널은 63.2%에 달한 반면 부정적인 견해를 보인 패널은 7.0%에 그쳤다. 채널A 역시 긍정적인 견해의 패널 61.5%, 부정적인 견해의 패널 5.5%로 나타났다. 종편 시사토크 프로그램이 여전히 최소한의 기계적인 공정성마저 지키고 있지 않음을 드러내는 대목이다.

황당발언, 여과없이 나가기도 

종편 시사토크 프로그램의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된 황당한 주장도 걸러지지 않고 방송에 나갔다. 송영선 전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 12일 TV조선 ‘이것이 정치다’에 출연해 “(사드배치) 이런 문제는 국민하고 상의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11일 ‘이것이 정치다’에 출연한 여상원 변호사는 “군사적이고 아주 중차대한 문제는 이런 속성이 있을 수밖에 없다”면서 정부의 일방통행식 행정을 옹호했다.

민언련은 가장 황당한 보도로 지난 14일 TV조선 ‘이것이 정치다’에서 사드 성주 배치를 박근혜 대통령의 희생이라고 미화한 내용을 꼽았다. 이 프로그램에서 정태원 변호사는 “(성주에 박 대통령의) 고조부터 8대조까지 선영이 있다”면서 “어느 집안이나 선영에 대해서는 그 만큼 소중히 여기는데, ‘정말로 이건 고민 끝에 내린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같은 프로그램에서 이종근 데일리안 편집국장은 “만약 양산에다 (사드배치를) 했다면 야당에서 뭐라고 했겠나”라며 “차라리 (대통령)자신이 욕을 먹더라도 ‘선친이 있는 묘가 있는 자리가 안전하다’라는 걸 스스로 보인 행동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지난 14일 TV조선 '이것이 정치다' 화면 갈무리.

지난 총선 때 쏟아졌던 ‘기승전 친노운동권’프레임도 다시 고개를 들었다. 심지어 이 같은 종북몰이를 의식해 더불어민주당이 사드배치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히고 있지 않음에도, ‘종북몰이’는 어김없이 이어졌다.

지난 11일 TV조선 ‘이것이 정치다’에서 김성욱 한국자유연합 대표는 “운동권 출신이 주를 이루고 있는 친노 친문계열에서는 사실상 반대 입장을 지금 분명히 한 것 같다”고 말했다. 12일 채널A ‘쾌도난마’에서 현경병 성균관대 교수는 “더민주의 주력은 친노운동권이다. 주사파들은 반미적 사고를 반복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민언련은 “‘운동권=주사파=반미세력’이라는 단정적 논리를 기반으로 ‘당내 운동권 세력이 종북, 반미적 사고 때문에 사드 배치에 반대 한다’는 억측”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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