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갈리아4 티셔츠를 입었다는 이유로 목소리가 삭제된 김자연 성우의 문제를 보도한 기자들의 신상을 공개하고 비난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해당 인터넷 사이트에는 기자들의 사진과 함께 외모 비하 등 게시글이 다수 발견됐다. 메갈리아 티셔츠에 대한 비난이 언론계로도 확산되는 모습이다.

‘일간베스트 저장소’, ‘오늘의유머’ 등 인터넷 커뮤니티에 신상이 ‘털린’ 기자는 넥슨의 목소리 삭제에 대한 비판 기사를 쓴 오마이뉴스 기자와 경향신문 기자다.

▲ 메갈리아 후원 티셔츠를 인증한 여성 성우에 대해 네트즌들이 항의를 제기하자 넥슨은 하루만에 여성 성우를 교체한다고 밝혔다. 사진=김자연 성우 트위터
곽우신 오마이뉴스 기자는 메갈리안 티셔츠 사건과 관련해 ‘한국 게임이 또…넥슨은 왜 죄 없는 성우를 하차시켰나’(오마이뉴스 19일자)라는 기사를 작성했다. 이 기사는 김자연 성우의 사건을 설명한 후 메갈리아의 미러링이 모두 적절한 것은 아니지만 페미니즘 운동에서의 성과를 인정해야한다는 요지를 담고 있다.

이 기사는 “메갈리아의 미러링이 적절한 전략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메갈리아에 대한 개인적 호불호를 떠나, 그들은 많은 것을 이루었고 지금도 더 큰 가치를 위해 분투하고 있다”라며 “그들은 성 평등을 이룩하기 위한 전선에서 가장 거칠게 싸우는 전위대였기에 온갖 모욕과 박해를 받았다. 최소한 일베와 동일선상에 놓일 집단도 커뮤니티도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최민영 경향신문 기자도 ‘메갈리아 티셔츠 입었다고 잘린 여자 성우’(경향신문 19일자)라는 기사를 작성했다. 이 기사는 “넥슨 측의 성우 교체 결정은 이례적으로 신속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며 “넥슨의 이번 조치야말로 한국 사회의 여성혐오를 단적으로 보여준다는 목소리도 나온다.”고 지적했다.

앞서 넥슨은 자사 온라인 게임 ‘클로저스’의 캐릭터 ‘티나’의 성우 김자연씨가 인터넷 커뮤니티 ‘메갈리아’ 후원 티셔츠를 인증했다는 이유로 성우의 목소리를 삭제하고 교체했다. 김자연씨가 커뮤니티 ‘메갈리아’의 후원 티셔츠를 입고 자신의 트위터에 인증사진을 올리자 이에 반감을 가진 유저들이 성우를 교체해달라고 요구했기 때문이다. 넥슨은 논란이 인 지 하루만에 성우 교체를 결정했다.

▲ 현재 넥슨의 '티나' 캐릭터는 목소리가 교체돼 '업데이트'됐다. 사진=넥슨 홈페이지
해당 기사가 보도된 이후 인터넷 커뮤니티 ‘일간베스트 저장소’에는 ‘기레기’등과 같은 욕설과 함께 기자들의 사진이 다수 포함된 게시물이 올라왔다. 기자들의 외모에 대한 비하글도 적혀있었다. 곽우신 기자에 대한 ‘신상 털기’글은 원문이 삭제된 상태고, 최민영 기자에 대한 글은 여전히 남아있다.

사건을 겪은 기자들은 메갈리안이라는 사이트 자체에 대중이 부정적 낙인을 찍은 것 같다고 분석했다. 곽우신 오마이뉴스 기자는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일간베스트와 같은 사이트에서는 그런 반응이 나올 수도 있다고 생각했지만 평소에 소위 진보로 분류되는 커뮤니티들에서도 비슷한 이야기가 언급되는 것을보고 여혐은 좌우를 떠나 광범위하게 퍼져있다고 생각했다”며 “대중들에게 메갈리안이라는 것 자체가 부정적으로 낙인이 찍여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최민영 경향신문 기자도 “메갈리안 안에서도 다양한 생각을 가진 이들이 많은데 각각의 개별성을 무시하고 메갈리안 전체를 라벨링한다”며 “다양한 것들을 간단한 문제로 치환해 비난하는 것은 차별이며 동시에 지적으로 매우 게으른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최 기자는 신상이 털리거나 항의메일을 받은 것으로 자기검열을 하게 되지는 않을 것 같다고 밝혔다. 최 기자는 “해당 사안이 잘못됐다고 판단했고 스스로나 내가 몸을 담고 있는 언론사의 논조 등을 모두 따져도 보도해야할 일이라고 생각했다”며 “옳은 일을 하고 있는 것이고 언론으로서 해야 할 역할을 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메갈리아 티셔츠’ 문제가 확산된 이유에는 메갈리아의 정체성에 대한 문제도 있다. 일부 메갈리아 회원들의 혐오를 혐오로 반박하는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평소에 진보적이라고 분류됐던 사이트 등에서도 메갈리아에 대한 비난에 동참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손희정 문화평론가는 “메갈리아 등도 여타 다른 운동들처럼 한계도 있고 분명히 염려할만한 부분은 있다”라면서도 “하지만 모든 운동에 한계가 있듯이 페미니스트들이 ‘완전체’로 등장해 페미니즘 운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 ‘과정체’로서 운동을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손희정 평론가는 “페미니즘에 수많은 분파가 있는데 메갈리아만 보고, 또 메갈리아에서 가장 자극적인 게시물만 보고 이를 퍼나르며 페미니즘 운동이 변질됐다고 하는 것은 페미니즘 혐오”라며 “오히려 문제는 티셔츠 한 장이라는 작은 사건이 이렇게 빨리 백래쉬(역공)되면서 기다렸다는 듯이 모두 비난을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사회의 진보를 위한 모든 운동에는 일부의 문제나 한계가 늘 존재해왔는데 페미니즘 운동에는 유독 높은 잣대를 들이댄다는 지적도 나왔다. 손희정 문화평론가는 “운동이 취하는 다양한 전략이 있는데 모든 전략에 대해 모두 동의해야 그 운동을 승인한다는 말인가”라며 “페미니즘 외의 운동에도 일부의 돌출적 행동은 항상 존재했는데 유독 페미니즘 운동에서만 그런 부분을 도드라져보이게 만드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더 나아가 오히려 메갈리아의 과격함이 페미니즘 운동의 성과를 돋보이게 했다는 분석도 있다. 위근우 문화 웹매거진 ‘아이즈’ 기자는 칼럼 ‘메갈리안, 분노가 이긴다’(2015년 9월16일자)를 통해 “많은 이들이 메갈리아의 방식에 대해 과격하다고 우려를 표하고 이기는 방법이 아니라고 하지만 오히려 그 반대다”라며 “끊임없이 ‘없는 사람’ 취급을 당하는 존재에게 때로 과격함은 주체가 되기 위한 유일한 길이 된다”라고 썼다. 

이어 이 칼럼은 “하지만 앞으로의 싸움에서도 분노만으로 이길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라며 “적극적이고 대등한 싸움을 위한 폭력은 결국 그 결과에 대해서도 책임을 지는 단계로 이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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