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문화일보, 중앙일보 등이 검찰의 재벌에 대한 소환조사와 관련해 왜곡된 보도태도를 보이는 것은 재벌소유 언론의 태생적 한계를 극명히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특히 중앙일보는 내년 삼성그룹으로 부터의 독립을 공언해 놓고도‘모기업감싸기’에 급급한 보도태도를 보이고 있어 설사 중앙이 독립을 한다고 해도 삼성의 그늘을 벗어날 수 있을까에 대한 성급한 회의마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중앙일보 홍석현 사장은 취임 초부터 제2의 개혁을 주장해 왔다. 그러나 이번 보도로 인해 홍사장의 개혁은 신문 외피에 대한 것일 뿐 알맹이에 대한 개혁은 전혀 이루고 있지 못하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게 됐다. 중앙일보 고흥길 편집국장은 지난 달 7일〈미디어 오늘〉과 인터뷰에서“삼성 때문에 보도가 제한된다고 일부에서 오해하지만 삼성의 간섭은 없다”며“내가 국장으로 있는 한 실을 가치가 있는 것은 꼭 싣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달이 갓 지난 시점에서 고국장의 공언(公言)은 점점 공언(空言)이 돼가고 있다는 게 주변의 평가다.

중앙일보의 기자들은 이번 재벌관련 보도가 파행을 보이는 것은‘삼성의 간섭’보다‘삼성에 대한 중앙일보의 자발적 충성’이 더 큰 원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기자들 또한‘자발적 충성’으로 인한 왜곡보도의 책임을 면할 수 없다는 내부 지적도 나오고 있다. 중앙일보의 한 기자는“기자들이 이런 식의 보도에 대해 고민하면서도 그냥 자기검열을 하고 만다”며“심한 경우엔 경영주가 원하는 경제위기론에 방향을 맞춰 기사를 쓰
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말했다.

경향신문과 문화일보도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재벌언론의 한계를 똑같이 보여주는 사례로 꼽힌다. 경향은 최근 들어 신문지면이 이전과 많이 달라졌다는 언론계의 평가를 듣기도 했다. 이번 비자금 사건 초기만 해도 경향의 논조는 재벌언론의 한계를 상당히 극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결정적인 순간에 한계를 드러낸 것이다. 재벌들이 노씨에게 막대한 뇌물을 바칠 수 있었던 것은 우리 나라 재벌들이 총수 한 개인의 사물(私物)처럼 됐기 때문이란 지적이 있었다. 언론마저도 재벌총수의 사물처럼 전락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되는 현실이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