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에 대한 사퇴 여론이 80%에 가깝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우병우 수석의 처가가 소유한 1300억대 부동산을 우 수석이, 구속 중인 진경준 검사장과 연결시켜 넥슨에 처분했다는 의혹 등이 쏟아졌지만 우 민정수석은 사퇴요구를 일축한 바 있다. 또한 박근혜 대통령도 21일 국가안전보장회의에서 "저도 무수한 비난과 저항을 받고 있다. 여러분도 소명의 시간까지 의로운 일에는 비난을 피해 가지 마시고, 고난을 벗 삼아 소신을 지켜 가시기 바란다"고 말해 우병우 민정수석에 대한 의혹을 흔들기로 규정하고 사실상 경질 거부 의사를 밝힌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미디어오늘이 여론조사 전문기관 (주)에스티아이(대표 이준호)와 함께 지난 21일부터 22일까지 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이 구속 중인 진경준 검사장의 주선으로 넥슨에 1300억원대 처가 부동산을 처분했다는 의혹이 최근 제기됐다. 이런 의혹과 관련해 우병우 민정수석이 사퇴해야 한다고 보느냐, 사퇴할 필요가 없다고 보느냐"의 질문에 무려 77.2%가 "공정한 수사를 위해 사퇴해야 한다"고 답했다. "아직 의혹일 뿐이므로 사퇴할 필요가 없다"는 답변은 14.7%에 그쳤다. "잘 모르겠다"는 답변은 8.1%였다.

연령별로 19세부터 60대 이상 모두 사퇴해야 한다는 의견이 사퇴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에 앞섰고, 특히 새누리당 지지자(316명) 중 62.2%가 사퇴를 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박근혜 대통령 국정운영 지지층(353명)에서도 60.8%가 사퇴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지역별로 보수 정당 지지가 많은 대구 경북 지역에서도 72.4%가 사퇴를 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해당질문은 우병우 수석의 처가 소유 부동산 처분 의혹만을 담은 내용이라는 점에서 아들 특혜 논란 등 여러 의혹이 추가돼 사퇴 의견을 물었다면 사퇴 여론은 더욱 높아질 수 있다. 

새누리당 내부에서도 박근혜 정부의 국정운영에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라도 우병우 민정수석의 사퇴는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나오는 가운데 80%에 육박하는 사퇴 필요 여론이 나오면서 박근혜 대통령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 주목된다.

당권에 도전한 비박계 정병국 의원은 22일 "대통령을 모시는 사람이 비록 억울하고 자기 스스로 아니라고 하더라도 구설에 오른 자체가 대통령을 모시는 사람으로서 자격이 없다"며 사퇴를 요구한 바 있다. 또다른 비박계 당권주자인 주호영 의원도 "민정수석은 우리나라 사정기관 전체를 장악하는 중요한 자리인데 민정수석 신분을 가진 채로 검찰 조사를 받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 국민 눈높이에 맞는 결정이 이뤄져야 한다"(뉴스 1 새누리당 대표 후보 설문조사)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25일부터 닷새간 휴가에 들어간다. 박 대통령이 휴가를 마치고 문책성 인사를 단행할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국정운영에 부담될 수 있는 여러 사안을 정리하고 우병우 민정수석 경질까지 포함한 인사를 단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과거 박 대통령은 휴가를 마치고 복귀하면서 문책성 인사를 단행한 적이 있다. 대표적으로 지난 2013년 휴가를 마치고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과 홍경식 민정수석 등을 교체했다. 당시에도 김 비서실장에 대한 사퇴 여론이 높았다. 

(주)에스티아이 박재익 연구원은 "박근혜 대통령 국정운영 지지층에서도 우병우 수석 사퇴 여론이 60%가 넘는 것을 볼 때 대통령 지지층에서도 우 수석 논란이 더 이상 국정운영에 부담 주지 말아야 한다는 우려가 큰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번 여론조사에서는 친박계 의원들이 주요 당직을 맡는 것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도 확인됐다.

"친박계 최경환, 윤상현 의원과 현기환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지난 총선 당시 새누리당 공천에 개입한 정황이 최근 드러났다. 귀하께서는 이와 관련해 친박계 핵심 인사들이 앞으로 새누리당 주요 당직을 맞지 않아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의 질문에 동의한다는 응답은 62.8%, 동의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19.4%로 나왔다. 잘 모르겠다는 응답은 17.9%였다. 새누리당 지지층에서도 41.5%가 ‘동의한다’고 답해 ‘동의하지 않는다’는 응답(36.8%)보다 많았다. 

지난 공천에서 친박의 노골적인 개입 행태를 계기로 새누리당 계파 싸움은 전면적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 특히 8. 9 전당대회를 앞둔 친박과 비박의 당권 싸움은 차기 대선의 주도권을 잡는 전초전 성격이 강하다. 

이런 가운데 친박계 핵심 인사들이 주요 당직을 맡지 않아야 한다는 응답이 높은 것은 주요 여론이 총선 패배의 책임부터 시작해 계파 갈등의 주요 책임을 친박의 탓으로 돌리고 있음을 보여준다. 친박계 핵심 인사들에 대한 여론이 부정적으로 확인된 만큼 향후 전당대회 선거에서 표심이 어떻게 나올지도 관심을 모은다. 

박재익 연구원은 "지난 총선 패배를 거치며 정권 재창출을 원하는 새누리당 지지층 내에서도 친박계 2선 후퇴론이 점차 힘을 얻어 가는 양상"이라고 분석했다. 

이번 여론조사는 95% 신뢰수준에서 최대허용 표본오차 ± 3.1%P이고, 응답률은 4.1%다. 그 밖의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인터넷 홈페이지(www.nesdc.go.kr)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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