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영통신사인 ‘포커스뉴스’가 삼성서울병원의 ‘대리수술’ 정황을 단독 보도했던 기사를 자체 삭제했다. 해당 보도가 언론에 회자되며 의료계의 문제가 드러나고 있지만 정작 첫 보도를 이끌어냈던 포커스뉴스는 조용하다. 당시 첫 단독 기사를 썼던 기자는 “기자인지 영업사원이었는지 모르겠다”며 회사를 떠났다.

24일 포커스뉴스와 포커스뉴스에서 사퇴한 조아무개 기자 등에 따르면 포커스뉴스는 지난 13일 조 기자가 쓴 “<단독> ‘명의라더니…’ 삼성서울병원 ‘대리수술’ 정확 포착” 기사를 작성후 5시간 동안 출고를 지연시키다가 송고 20여분 만에 삭제했다.

해당 기사는 특진(특별진료비)비 청구가 가능한 산부인과 의사 김아무개씨가 해외 학회 참석차 출국해 수술할 수 없었음에도 수술 일정을 예약하고 다른 의사들에게 수술을 집도하게 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 포커스뉴스 '단독'으로 보도했던 삼성서울병원 대리수술 의혹 기사가 온라인 홈페이지에 노출된 당시 화면 캡쳐. 현재 해당 기사는 삭제된 상태다.

해당 환자들은 김씨가 수술하는 걸로 알고 있었으며 100만원 가량의 특진비를 낸 것으로 드러났다는 내용이다.

조 기자는 “삼성서울병원 관련 취재를 한 달여 동안 했으며 보도 시점을 두고 데스크(부장)와 계속 논의하던 시점이었다”며 “보도가 막힌다는 생각이 들어 11일 데스크와 면담했고 연차를 쓰고 15일까지 휴식을 취하기로 했던 상황”이라고 당시 정황을 설명했다.

상황이 급박하게 변했던 건 13일 오전 제보자의 전화였다. 제보자는 삼성서울병원에서 김씨의 대리수술 의혹 정황을 덮으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고 알려왔다. “지금 기사를 쓰지 않으면 오보가 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 조 기자는 데스크인 부장에게 보고하고 기사를 작성했다.

기사가 완성된 시간은 13일 제보를 받은 오전 11시30분에서 약 1시간반 가량이 지난 시점이었다. 조기자는 1시께 기사 집배신 시스템에 기사를 올렸다. 하지만 기사 송고는 5시간 이상 멈춰있었다고 말했다. 속보를 중요하게 다루는 통신사였음에도 기사는 내부에 발목이 잡혀 있었다.

조기자는 “부장단 회의 결과 ‘괜찮다’는 평가가 있고 난 후인 6시20분께 기사가 겨우 온라인에 송고 됐는데 이마저도 얼마 못가 20여분 후인 6시40분 께 삭제됐다”고 말했다. 그는 “삼성그룹 쪽에서 전화를 해 기사가 삭제된 걸로 안다”며 “7월이 창간달이라 기업에서 광고·협찬을 끌어오려고 하는 분위기가 좀 컸고 공교롭게도 기사 송고 다음날인 14일 분기별 광고 집행 관련 삼성그룹-포커스 회의가 있다고 했다. 그걸 의식했던 것 아니겠느냐”고 짐작했다.

조기자는 “비판 기사를 걸어놓고 타 언론사나 소비자도 보고 판단할 시간이 필요한 데 전화 한 통 왔다고 무조건 내리는 건 양아치 아니냐”며 “삼성에서 전화를 해서 명확히 어떤 요청을 했는지도 불분명하지만 분기별 광고 협상 건이 있으니 회사가 알아서 내린 거 같다”고 말했다.

그는 후속 기사도 준비중이었다. 1보 단독보도 후 4회 분량을 더 준비하고 있었다. 그는 “삼성서울병원은 병원계 빅5 중 하나인데다 대리수술 의혹은 업계 관행처럼 퍼져있지만 의료사고로 연결될 수 있어 작은 문제가 아니라고 판단했다”며 “특히 김씨는 다른 대리수술 의사들과 달리 수술방에 한 번도 들어가지 않고 수술집도의로 표기해 더욱 문제가 심각해 알릴 필요가 있었다”고 강조했다.

실제 포커스는 13일 보도를 20여분 만에 내렸지만 지난 23일 한겨레가 같은 사안을 보도한 이후 언론들은 앞다퉈 해당 기사를 다루고 있다. 포커스는 해당 이슈를 주도할 수 있는 기회를 잡기는커녕 관련 뉴스에 침묵하고 있다.

조기자가 작성했던 2보, 3보 기사는 지난 15일 예약송고 됐으나 “빛을 보지 못하고” 그대로 방치되고 있다. 18일 송고하려고 했던 르포기사 등도 마찬가지 신세다.

조 기자는 “포커스뉴스의 이런 행태에 염증을 느껴 쉬던 차에 장기 취재 중이던 기사를 송고하게 됐는데 결국은 이게 ‘방아쇠’가 됐다”며 “이렇게 괜찮은 기사 거리를 마다하는 편집국장이라면 함께 할 수 없을 거 같다고 생각해서 결국 지난 18일에는 사표를 썼다”고 말했다.

포커스뉴스는 그 날짜로 바로 조 기자의 사직서를 수리했다.

이에 대해 김종수 포커스뉴스 편집국장은 “조 기자의 퇴사는 이미 지난 11일 보고된 것으로 알고 있어 이번 사건과 연관 짓기 힘들다”며 “해당 기사 삭제 전후로 삼성과 전화 통화를 한 적 없고 그런 보고도 들은적 없다”고 말했다.

김종수 편집국장은 이어 “포커스뉴스와 삼성의 분기별 광고 업무 협의 등 일정에 대해서도 아는 바가 없다”며 “광고 관련 업무는 담당부서에서 전담하기 때문에 전혀 알수 없다”고 부인했다. 그는 삼성서울병원 관련 “후속 기사를 준비 중”이라면서도 “해당 기자가 퇴사를 했고 그 기사를 우리가 따로 어떻게 처리해야할지 보고 있다”고 답했다.

포커스뉴스는 지난 5월 경영난을 이유로 취재 기자들에게 사직을 종용했으며 한 달 뒤인 지난 6월에는 정리해고를 예고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포커스뉴스는 민영통신사를 표방하며 지난해 설립됐다. (관련기사: 출범 9개월 포커스뉴스, 기자들에게 “사표쓰라” 종용권고사직 없다던 포커스뉴스, 정리해고 들어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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