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타파가 보도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성매매 의혹이 다른 이슈들을 집어삼키며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방송3사도 메인뉴스에서 이 회장의 성매매 의혹에 대해 다뤘다. 하지만 KBS, MBC 메인뉴스에는 '뉴스타파'라는 출처도, 영상도 등장하지 않았다.

뉴스타파는 21일 저녁 이건희 회장이 강남에 마련된 안가에서 여성을 불러 성매매를 하는 정황이 담긴 영상을 공개했다. 뉴스타파는 검증 결과 동영상이 위‧변조됐거나 허위라고 볼만한 어떤 흔적도 찾을 수 없었다고 밝혔다. 이 영상이 공개되면서 22일 하루 종일 포털의 인기검색어를 ‘이건희’가 차지했다.

파장이 컸던 만큼 22일 저녁 방송3사의 메인뉴스는 일제히 이건희 회장의 성매매 의혹을 보도했다. 하지만 주요 뉴스로 다뤄지지는 못했다. MBC 메인뉴스 ‘뉴스데스크’는 16번째 꼭지에서, KBS 메인뉴스인 뉴스9와 SBS 메인뉴스 ‘8뉴스’는 16번째 꼭지에서 해당 의혹을 다뤘다. 대신 정부의 추경 발표와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관련 의혹, 미 공화당 대선후보 트럼프 등이 뉴스 앞머리를 차지했다. KBS 뉴스9는 톱뉴스부터 3꼭지를 ‘날씨가 덥다’는 뉴스로 채웠다.

▲ 22일자 KBS 뉴스9 갈무리

KBS의 경우 내부에서 이건희 회장 성매매 의혹을 제대로 다루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KBS는 지난 22일 0시20분께 “‘뉴스타파, ‘이건희 회장 성매매 의혹’… ‘공식 입장 아직 없다’”라는 제목의 온라인뉴스를 올렸다가 30여분 만에 이를 삭제했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이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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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언론노조 KBS본부는 22일 오후 성명을 통해 “KBS가 이번 사건을 메인 뉴스인 뉴스9에 비중있게 다루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어젯밤 인터넷을 통해 1보 기사가 게재됐다가 삭제되는 일이 있었다”며 “오늘 오전 보도본부 수뇌부의 편집회의에서는 ‘황색 저널리즘이다’ ‘경찰이 수사에 착수하면 그 때 보도해야 한다’는 등의 의견이 주를 이룬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같은 견해는 유사한 과거 KBS 보도 사례와 비교해도 설득력이 없다”고 지적했다.

▲ 이건희 성매매 의혹 보도와 과거 보도를 비교한 표. 출처=전국언론노조 KBS본부

단순 비중뿐만 아니라 뉴스의 내용도 부실했다. KBS, MBC 뉴스에는 몇몇 공통점이 있다. 첫 번째는 출처와 영상이 없다는 것이다. KBS와 MBC 모두 성매매 의혹의 출처는 ‘한 인터넷 매체’로 표기했다. 뉴스타파가 성매매 정황으로 제시한 영상을 인용하지도 않은 채 앵커와 기자의 요약설명으로 처리했다.

두 번째 공통점은 경찰과 삼성의 입장을 중심으로 전달했다는 것이다. KBS 뉴스9 리포트 제목은 “이건희 ‘성매매 의혹 동영상’ 파문…경찰 내사’”다. “한 인터넷매체가 공개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성매매 의혹 동영상에 대해 경찰이 내사에 착수했다. 검찰에는 고발장이 접수됐다”며 수사당국이 수사 중이라는 ‘발생기사’로 다뤘다.

KBS 리포트는 또한 “경찰은 동영상 속에 등장하는 남성이 옷을 입고 있어서 성매매 여부를 확인하기 힘들다면서 이 동영상을 공개한 인터넷 매체에 추가 영상 제공을 요청했다”고 전했다.

MBC 뉴스데스크 리포트 제목은 “이건희 회장 성매매 의혹 동영상, 삼성 “물의 빚어져 당혹””이다. 리포트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과거 성매매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파장이 일고 있다. 삼성그룹은 당혹스럽다면서도 이 회장의 사생활이라며 선을 그었다”고 시작한다.

MBC 리포트는 또한 “삼성그룹은 물의가 빚어져 당혹스럽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건희 회장 개인의 사생활과 관련된 일이기 때문에 회사로서는 할 말이 없다고 설명했다” “삼성그룹은 또 과거 동영상이 있다며 돈을 요구하는 전화를 받은 적은 있지만 믿을 수 없는 이야기로 판단해 대응하지 않았었다”는 삼성그룹 입장을 전했다.

▲ 22일자 MBC 뉴스데스크 갈무리


세 번째 공통점은 이건희 회장이 아프다는 점을 강조했다는 것이다. KBS 리포트는 “의혹의 당사자로 지목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2014년 5월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이후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의 건강 상태는 성매매 혐의 수사의 변수가 될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MBC 리포트는 “지난 2014년 5월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이건희 회장은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2년 2개월째 입원 중”이라고 밝혔다.

MBC PD 출신인 최승호 뉴스타파 PD는 22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MBC 뉴스는) 뉴스타파의 이건희 동영상은 한 컷도 쓰지 않고 부축 받고 걷는 이 회장 모습 위에 읽는다. 마지막에 ‘심근경색으로 쓰려져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2년 2개월 째 입원하고 있다’고 할 때는 눈물이 핑 돌 뻔 했다”며 “포털에서는 하루 종일 검색어 1,2위였고 유투브 동영상 조회수는 554만인데 방송은 이러고 있다”고 지적했다.

네 번째 공통점은 삼성이 그룹 차원에서 성매매를 지원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전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뉴스타파에 따르면 영상이 촬영된 곳은 삼성 계열사 고문이 전세계약을 맺은 논현동 빌라다. KBS, MBC 뉴스에는 이러한 점이 나오지 않는다.

반면 SBS 8뉴스 리포트는 비교적 상세하게 이 회장의 성매매 의혹을 전했다. SBS 리포트는는 출처를 ‘뉴스타파’로 표기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으로 보이는 남성의 모습과 젊은 여성들이 여러 차례 등장하고 육성도 들린다”며 뉴스타파의 영상과 음성도 공개했다. SBS 리포트는 또한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는 성매매 의혹과 그룹 차원의 지원 여부에 대해 사법당국의 수사를 촉구했다”고 전했다.

▲ 22일자 SBS 뉴스8 갈무리

삼성과 특수관계에 있는 JTBC 메인뉴스 ‘뉴스룸’은 7번째 꼭지에서 이건희 회장 성매매 의혹을 보도했다. JTBC 뉴스룸 리포트는 “뉴스타파가 공개한 영상이 촬영된 시점은 2011년 12월부터 2013년 6월 사이 모두 다섯 차례다. 해당 영상에는 한 번에 3명에서 5명의 젊은 여성들이 등장하고 이 회장으로 보이는 남성과 이야기를 나눈다”며 영상의 출처와 내용을 상세히 설명했다.

JTBC는 또한 “영상이 촬영된 곳은 이 회장의 삼성동 자택과 삼성 계열사 고문이 전세계약을 맺은 논현동의 한 빌라” “여성들이 이 회장으로부터 한 번에 500만 원가량의 돈을 받고 성매매한 의혹이 제기된다”는 뉴스타파 보도 내용을 인용하며 삼성 그룹이 성매매를 지원했다는 의혹에 대해 언급했다. 삼성과 특수관계라는 JTBC가 공영방송보다 더 자세히, 비중있게 이건희 회장 성매매 의혹을 보도한 것이다.

▲ 22일자 JTBC 뉴스룸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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