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영 KBS 사장의 ‘사드 보도지침’ 논란과 정연욱 KBS 기자에 대한 ‘부당 인사’ 등을 규명하려 했던 KBS 이사회가 21일 무산됐다. 

이사장을 제외한 여권 추천 다수 이사 6명이 모두 불참해 성원 미달이 됐기 때문이다. 이에 야권 추천 소수 이사들과 언론노조 KBS본부는 반발하고 나섰다.

KBS 이사회(이사장 이인호)는 이날 임시 이사회를 소집해 고 사장의 사드 보도지침 논란과 간부를 비판했다가 제주 발령을 받은 정연욱 KBS 기자 건에 대한 진상을 규명하려 했다.

앞서 사드 보도지침 논란은 중국‧러시아의 반발 가능성을 전한 김진수 KBS 해설위원 논평이 발단이었다. 

▲ 김진수 KBS 해설위원의 11일자 KBS뉴스해설. (사진=KBS)
고대영 KBS 사장이 김 위원 논평에 대해 “중국 관영 매체의 주장과 다름없다”, “안보에 있어선 다른 목소리가 있어서는 안 된다”, “KBS 뉴스의 방향과 맞지 않다”고 평을 한 뒤 이에 간부들이 김 위원에게 인사 조치 가능성을 통보했다고 알려지면서 논란이 된 것. 김 위원은 지난 15일 방송문화연구소로 발령받았다.

KBS는 지난 17일 공식입장을 통해 “고대영 사장은 지난 11일 임원회의에서 사드 현안을 보도할 때 외교적 맥락에 대한 깊은 이해가 필요하다는 원론적인 언급을 했을 뿐 특정 뉴스 해설을 언급한 적이 없다”며 “아울러 특정 해설위원에 대한 인사 조치도 지시한 적이 없다. 이번 사드 관련 임원회의 내용이 사실과 다르게 유포된 과정에 대해 진상조사를 거쳐 관련자를 사규에 따라 엄중히 조치하고자 한다”고 밝히고 KBS 해설위원들을 대상으로 감사를 실시했다.

정 기자의 경우 외부 기고를 통해 청와대의 KBS 보도개입에 침묵하는 간부들을 비판했다가 제주방송총국 발령을 받았다. KBS 기자들은 기수별 성명을 내어 사측의 부당 인사를 비판하고 있다.

▲ 정연욱 KBS 기자(가운데)가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에서 열린 KBS새노조 조합원 총회에서 민주 선열에 대한 묵념을 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KBS 이사회가 여권 추천 이사들로 인해 무산된 데 대해 야권 이사 4인은 지난 21일 성명을 통해 “이정현 녹취록과 사드 배치 보도에 대해 KBS에서 벌어지고 있는 작금의 상황을 놓고 고대영 사장과 보도국 간부들이 자신들의 일방적인 보도방침에 맞추기 위해 불공정 보도를 강요하고 있다는 의혹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이들은 “6인 이사들의 행위는 KBS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보장하기 위해서 최고의결기관으로 설치된 이사회의 기능을 무력화시킨 것이며 방송법이 부여한 자신들의 역할을 포기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언론노조 KBS본부도 22일 성명을 통해 “여당 추천 이사들의 이와 같은 담합이 계속되는 한 부당 인사와 사장의 보도개입 의혹이 이사회에서 논의될 가능성은 거의 없는 상황”이라고 우려한 뒤 “KBS 이사로서의 명백한 책임 회피이자 의무 위반이다. 이사회의 가장 기본적인 역할마저 포기한다는 차라리 사퇴하는 것이 낫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이사회는 사장의 보도개입 의혹과 부당 인사에 대해 진지하고 성실한 자세로 조사를 벌여야 한다”며 “감사도 사장의 청부 감사를 중단하고 사장과 경영진을 상대로 보도개입 의혹과 인사권 남용 부분에 대한 감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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