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신사동 곱창집 ‘우장창창’ 사태로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상가법)의 허점이 드러난 가운데 기간 제한 없는 계약 갱신 등 임차인의 권리를 강화한 상가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해당 발의안 대로라면 임대인의 소유권을 제한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발의안이 이미 일본의 차지차가법에서 적용하고 있는 수준이라고 반박한다.

21일 발의된 상가법 개정안은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했다. 박주민 의원 외에 더불어민주당 의원 16명(송옥주, 박광온, 이재정, 윤관석, 박용진, 우원식, 박재호, 김경협, 이원욱, 김현권, 김민기, 최인호, 김현미, 강병원, 제윤경)과 정동영 국민의당 의원, 이정미 정의당 의원이 참여했다.

개정법의 핵심을 요약하면 △환산보증금이 일정금액을 초과하면 상가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조항 폐지 △기간 제한 없는 계약 갱신 △월차임 인상 상한 제한 △권리금 회수 기회 보장 △건물 재건축이나 리모델 시 임차인에게 우선입주요구권을 주거나 퇴거료 지급 △상가법으로 인한 보호받지 못했던 전통시장도 적용대상으로 확대된다.

▲ 21일 오전 10시 서울 신사동 '우장창창' 앞에서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상인들이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개정안 발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출처=맘상모
이 가운데 환산보증금제도 폐지와 재건축 시 임대인의 보상에 관한 사안은 2014년 11월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이 발의한 상가법 개정안 원안에 포함됐던 사안이다. 하지만 2015년 상가법 개정에서 누락돼 다시 한 번 개정안에 포함됐다.

발의된 개정안의 가장 핵심 조항이자 논란이 되는 조항은 기간 제한 없는 계약 갱신 부분이다. 현행 상가법은 계약갱신요구기간을 5년으로 명시하고 있다. 이번 발의된 안에 따르면 임대료를 3개월 이상 밀리거나 건물을 파손하는 등 상가법에서 명시한 일명 ‘악질 임차인’이 아니면 장사를 하는 동안 계속 상가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다. 계약 기간은 임대인과 임차인이 합의해 정한다.

물론 모든 임차인이 계속해서 임차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상가법 10조 1항은 △임차인이 3번의 차임액을 연체했을 경우 △부정한 방법으로 임차한 경우 △임차인이 임대인의 동의 없이 공간을 타인에게 빌려주는 경우 △임차인이 건물의 전부 또는 일부를 파손한 경우 등 8가지 조항을 열거하고 이 경우에는 임대인이 계약갱신을 거절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계약 기간을 정하지 않고 계약을 할 수 있는 사안을 두고 임대인의 소유권을 제한하는 것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박주민 의원 측은 “계약기간을 임대인과 임차인의 계약에 따라 하자는 것이지 무기한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다”라며 “이미 법에 악성임차인을 거를 장치가 충분하기 때문에 무리가 아니라고 본다”고 반박했다.

▲ 21일 오전 10시 서울 신사동 '우장창창' 앞에서 박주민,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상인들이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개정안 발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출처=우원식 의원실
일본은 이미 이러한 내용을 담은 ‘차지차가법’을 1991년 제정해 적용하고 있기에 무리한 발의안은 아니라는 입장도 있다. 일본은 건물임대차 계약을 할 때 ‘기간을 정하지 않는 임대차 계약’과 ‘기한부임대차계약’, ‘계약 갱신 없는 임대차계약’ 등 여러 가지 유형으로 계약이 가능하다. 일본의 차지차가법은 임대인은 정당사유가 없는 한 해약 통고를 할 수 없으며 기간이 만료해도 계약 갱신을 거절할 수 없다는 원칙이 적용된다.

김영주 변호사(법무법인 도담)는 22일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일본은 오래된 가게가 그 지역의 상권을 이끄는 경우가 많은데 한국에선 불가능하다”며 “다만 이렇게 법이 바뀔 경우 임대인의 수익률을 최대한 맞춰주는 등 정교한 조정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 변호사는 “하지만 현행법은 임차인이 견디지 못할 정도로 수익률을 설정해 상권 자체를 망가뜨리는데 이런 상황을 제어할 장치가 필요하다”며 “임대인과 임차인 각자의 니즈를 맞추는 방향으로 해법이 제시되어야한다”고 말했다.

지난 7일 우장창창의 서윤수 사장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사진=정민경 기자
이외에도 발의된 개정안을 따르면 최근 우장창창 사태로 알려진 ‘환산보증금’에 관한 제약도 삭제된다. 우장창창 사태가 터진 원인 중 하나는 우장창창의 환산보증금이 3억을 넘어 계약 자동갱신을 명시하고 있는 상가법 보호를 받지 못한 점이다. 현행 상가법에 따르면 우장창창도 상가법 적용 대상이지만 우장창창이 리쌍과 계약을 한 시점에는 그렇지 않았다.

서울시의 2015년 실태조사에 따르면 서울 주요 5개 상권(명동, 청담, 혜화, 강남, 압구정)평균 환산보증금은 7억 9738만원이다. 현행규정은 환산보증금이 4억원 이하면 보호법의 적용을 받지 못한다. 이번에 발의된 개정안은 이러한 환산보증금 관련 조항을 삭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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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외 전통시장의 상가법 보호 적용이나 재건축 시 권리금 보호에 관한 사안은 이미 2015년 개정된 상가법에서 조금 보완을 하는 정도다.

▲ 대한민국 국회. 사진=포커스뉴스
문제는 발의된 개정안이 실제 입법으로 이어질 수 있느냐는 것이다.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박주민 의원 측은 21일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상가법은 임차인을 보호하려는 법이며 현실에서 보호가 충분치 않은 부분이 있는 게 사실”이라며 “이번에 통과가 되지 않더라도 언젠가는 해결해야하는 문제이며 시기의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박 의원 측은 “이번 발의안과 관련해 리쌍을 비판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으며 현행법이 부족해서 일어난 사태라고 생각한다”며 “하지만 임차인에 대해 악성루머 등이 도는 등 사실과 다르게 왜곡된 여론에 대해서는 오해가 풀렸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맘상모(맘편히장사하고픈상인모임) 관계자는 “(개정안 통과가) 가능하다고 본다”라며 “발의된 개정안의 몇 가지 사항은 이미 2015년 개정안 원안에는 나왔던 부분이고 개정안이 확정되면서 누락된 부분인 만큼 이번 개정에서는 포함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영주 변호사는 “이번 발의안은 ‘맘상모법’이라고 불리기도 하는 등 임차인들의 니즈(needs)를 최대한 맞춘 것이고 각 이해관계에 맞게 조정이 될 수도 있다”며 “지금까지 정치인들이나 전문가들이 발의에 게을렀던 부분을 반성하면서 다양한 법안들이 많이 나와 상가법의 취지를 살리는 방향으로 개정이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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