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15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추혜선 정의당 의원이 이원종 대통령비서실장에게 질의했다. 있어야 할 비서실장은 없었다. 대신 김용승 대통령비서실 교육문화수석이 마이크를 잡았다. “이정현 홍보수석과 김시곤 KBS보도국장 녹취록 기억하시죠. 국회 운영위에서 청와대 비서실장이 (녹취 내용이) 청와대의 통상적 업무라고 말했습니다. 비서실장 답변이 청와대 공식 입장인 것으로 이해해도 되겠죠?” 추 의원 질의에 김 수석은 “나는 잘 모르는 일”이라며 답변을 피했다.

추혜선 의원은 최근 KBS에서 논란이 된 ‘사드 보도지침’을 두고 질의를 이어갔다. 추 의원은 7월11일 KBS 한 해설위원이 사드 배치 결정 이후 중국·러시아의 반발과 성주 주민들의 반발을 해설하자 고대영 KBS사장이 15일 임원회의 자리에서 “중국 관영매체 주장과 다름없다”고 말했고, 이후 해설위원이 방송문화연구소로 인사 조치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드문제에 대해서는 불필요한 논쟁을 해선 안 된다는 박근혜 입장을 (KBS사장이) 따라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고대영 사장의 이 같은 태도가 공영방송 사장으로서 적절한지를 물었지만 역시 답변은 듣지 못했다. 결국 추 의원은 서면질의서를 보냈다. “성의 있게 답변해 달라”는 말을 덧붙였다. 그리고 지난 20일 대통령비서실에서 서면질의 답변서가 왔다. “사실관계와 다른 보도에 대해 정정을 요청하는 것은 홍보수석의 통상적인 업무라고 생각한다”는 답변이 담겨 있었다. 이정현-김시곤 통화 당시 KBS보도에 사실관계가 틀린 부분은 없었고 이정현 수석의 전화도 정정보도 요청 수준이 아니었다는 지적이 보수신문에서도 등장했으나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는 대목이다.

▲ 대통령비서실이 추혜선 의원에게 보낸 서면질의 답변서.
“통상적인 업무의 사례를 말씀해달라”는 서면 질의에는 “청와대는 KBS를 비롯한 언론의 보도에 대해 개입하지도 않고, 개입할 수도 없다고 생각한다”는 답변이 왔다. 앞선 질의에선 통화내용이 “통상적 업무”라고 말했다가, 통상적 업무가 뭔지 알려달라고 했더니 “언론개입은 없다”는 엉뚱한 답변을 내놓은 것이다. 고대영 사장의 사드 보도지침 논란에 대해서는 “KBS사장의 발언에 대해 알지 못하며, 이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는 답변이 왔다. 추혜선 의원실에선 “이정도로 성의 없게 보낼 줄은 몰랐다”며 허탈한 모습이었다. 우병우 민정수석과 관련한 ‘통상적 업무’로 청와대 비서실이 많이 바빴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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