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성매매 의혹’을 다룬 뉴스타파 보도가 이슈를 집어삼키고 있다. 물론, 인터넷상에서다. 22일 오전 10시 현재 네이버‧다음 두 포털의 실시간 검색어는 ‘이건희’ ‘뉴스타파’다.

인터넷 언론들은 이른바 ‘어뷰징’을 하며 기사를 쏟아내고 있지만, 조선·동아·중앙 등 주요 보수 언론과 방송사들은 침묵을 하거나 올렸던 기사를 삭제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진보 언론인 경향‧한겨레는 발 빠르게 움직였다. 두 신문은 뉴스타파 보도가 난 후 이를 온라인에 인용 보도했다. 경향신문은 뉴스타파 보도를 가장 먼저 인용 보도한 언론사였다. 

한겨레는 종판(5판) 이후 이례적으로 다시 찍어(5.5판) 일부 지역에서 지면으로도 이 회장의 성매매 의혹 보도를 받아볼 수 있게 했다.

▲ 한겨레신문 22일치 10면.
백기철 한겨레 편집국장은 22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뉴스타파의 ‘성매매’ 의혹 보도는 사회적으로 관심이 많은 사안이라고 판단해 온라인과 종이신문 모두를 통해 보도한 것”이라고 말했다.

방송사들은 침묵을 지켰지만 이를 가장 먼저 깨뜨린 것은 KBS였다. 그러나 KBS의 ‘이건희 성매매 의혹’ 보도는 30분여가 지나자 바로 삭제됐다. 

KBS는 22일 0시 20분께 “뉴스타파, ‘이건희 회장 성매매 의혹’… ‘공식 입장 아직 없다’”라는 제목의 온라인뉴스를 올렸다.

▲ KBS의 22일자 온라인 보도.
KBS는 “인터넷 언론사 ‘뉴스타파’가 이건희 삼성 회장이 성매매를 한 의혹이 있다며 관련 동영상 등을 보도했다”며 “뉴스타파가 방송한 동영상에는 이건희 회장으로 보이는 남성이 몇 차례 등장하며 여성들에게 돈을 전달하거나 대화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고 보도했다. 이 뉴스는 22일 0시 50분께 삭제됐다.

KBS 측은 이에 대해 “사실 여부 판단을 위해 최초 보도한 언론사에 영상 원본 제공을 요청했으나 불가하다는 입장을 전해왔다”며 “소스에 대한 확인이 불가능한 상황이었다”고 해명했다. 

이어 “영상을 누가 찍었고 어떤 목적으로 제공했는지 신중한 접근과 확인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기사를 보류했다”며 “현재 해당 보도 내용에 대해 취재하고 있다”고 밝혔다.

▲ 뉴스타파 21일자 이건희 삼성 회장 성매매 의혹 보도. (사진=뉴스타파)
SBS는 22일 오전 10시 25분 “뉴스타파 ‘이건희 회장 성매매 의혹’ 파문 확산”이라는 제목의 온라인 기사를 게재했다. MBC와 TV조선, 채널A, JTBC 등 종편은 침묵하고 있다.

한편, 삼성은 “이건희 회장과 관련해 물의가 빚어진 데 대해 송구하게 생각한다”며 “이 회장의 사생활에 관한 문제여서 회사로서는 드릴 말씀이 없다”고 밝혔다.

<7월22일 오전 11시40분 추가. 편집자 주>

한편, KBS는 22일 오전 11시20분경 “이건희 회장 ‘성매매 의혹’ 동영상 공개…삼성 ‘당혹, 사생활로 할말 없어’”라는 제목으로 이 회장의 모습이 담긴 뉴스타파 영상 캡처화면과 함께 ‘성매매 의혹’ 보도를 다뤘다.

KBS는 “한 인터넷 매체가 이건희 삼성 회장이 과거 성매매를 한 의혹이 있다며 관련 동영상을 공개했다”며 “이 동영상은 현장에 간 여성과 다른 공모자들이 촬영했고, 입수한 외장하드에는 삼성 임원들에게 돈을 요구하는 이메일 캡처 사진이 있다고 이 매체는 보도했다”고 밝혔다.

삭제된 기사에서는 ‘뉴스타파’라고 명시했지만 다시 올린 기사에서는 ‘한 인터넷 매체’로 설명했다. 이번 보도를 주도하고 있는 뉴스타파 김경래, 심인보 기자는 모두 KBS 출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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