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으로 들통난 우병우 해명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은 20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예정에 없던 기자간담회를 열고 자신에게 제기된 여러 의혹을 전면 부인한 뒤 사퇴 요구를 일축했다. 지난해 1월 민정수석이 된 후 우 수석이 청와대 출입기자들과 간담회를 한 건 처음이다. 자신을 둘러싼 의혹들이 동시다발적으로 터져 나오는 상황에서 공개 해명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우 수석은 미리 준비한 메모를 읽어 가며 50여 분 동안 각종 의혹들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그는 “국민과 대통령을 위해 성실히 최선을 다해 일해 왔다고 생각하지만 그것만으론 모든 게 이해되지 않는다는 걸 이번 일을 계기로 알게 됐다”면서 “보도를 보면 가정사라든지 아들 문제까지 거론해 개인적으로 매우 고통스럽다”고 심경을 밝혔다.

우 수석의 해명을 요약하면 김정주 NXC(넥슨 지주회사) 대표와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 법조브로커 이민희씨 등 3명을 전혀 모른다는 것이다.

조선일보 21일자 1면
우 수석은 특히 ‘부동산 계약서를 직접 검토했다’는 의혹을 해명하는 데 주력했다. 그는 지난 18일 “처가와 넥슨과의 부동산 매매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해명한 바 있는데, 결국 이는 거짓말이었음이 탄로 났다.

우 수석은 ‘계약서 검토’ 의혹에 대해 “(넥슨과 처가 부동산 매매) 계약 당일 장모님이 와 달라고 해서 갔고, 가서 주로 한 일은 장모님을 위로해드리는 일밖에 없었다”며 “(장인이) 열심히 일해 번 땅을 지키지 못하고 판다는 부분에 대해 많이 울었다 그래서 내가 그날 위로해드렸다. 이게 전부다”라고 말했다. 계약 장소에는 갔지만 계약서 검토는 하지 않고 장모만 위로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겨레는 우 수석의 해명은 거짓일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당시 계약에 관여했던 복수의 관계자들은 <한겨레>에 “내 사위가 검사인데 부르겠다고 장모가 말했다”, “검사인 사위가 와서 계약서를 검토했다”, “우 수석이 와서 계약 내용을 살폈다”고 증언했다. 

한겨레는 “매수자인 넥슨 쪽에서 변호인이 2명이나 참석해 계약서 작성을 주도했는데, 매도인 쪽은 따로 변호사 등이 없었다”며 “현직 검사로 법률전문가인 우 수석이 이 역할을 맡았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상식적인 판단이다”이라고 분석했다.

우 수석은 처가의 1300억 원대 강남 땅 의혹 관련 보도에 대해 “그 땅을 김정주 NXC 회장한테 사달라고 한 적 없다”며 “진경준 검사장을 통해 김 회장에게 부탁한 적도 없고, 다리를 놓아달라고 했다는 것도 사실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 법조 브로커 이민희씨에 대해서도 “3명 다 모르는 사람이고, 단 한 번도 본적 없다”고 거듭 부인했다.

우 수석은 또 2010년 대검찰청 범죄정보기획관으로 재직하면서 당시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2부장이던 진경준 검사장의 비위 의혹을 보고받고도 감찰하지 않았다는 보도에는 “그런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진 검사장 승진 당시 부실한 인사검증 지적에 대해서도 “인사검증 과정에서 차명재산, 차명계좌를 들여다볼 수 있는 법적 근거는 없다”고 해명했다. 

한겨레는 “진 검사장은 비상장 상태의 넥슨 주식을 공짜로 받아 2015년 기준 80여 만주, 120여억 원어치를 보유했다. 10년의 보유기간을 고려하더라도, 현직 검사가 갖기에는 지나치게 많은 양이고 큰 금액”이라며 “게다가 진 검사장이 금융정보분석원(FIU)과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2부에서 근무했던 점을 고려하면 직무상 넥슨 주식 보유가 상당히 부적절하다는 점을 금세 알 수 있다. 이런 정황을 고려하면, 좀더 적극적으로 판단해 검증 작업에 나섰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전했다.

한겨레 21일자 4면
의경 아들 ‘꽃보직’에 처제는 ‘조세도피처’로

우 수석의 가족을 둘러싼 의혹도 연일 불거지고 있지만, 우 수석은 여전히 석연찮은 해명으로 논란을 더 키우는 모양새다. 경찰이 의무경찰(의경) 복무 중인 우 수석 아들을 ‘꽃보직’으로 발령냈고, 우 수석의 처제는 조세도피처로 국적을 옮긴 것도 확인됐다.

우 수석은 또 의경으로 입대한 아들의 전출 특혜 논란과 관련해선 “유학 가 있던 아들이 들어와서 군대 간 것이다. 병역의무 기피했나”라며 “아들 상사라고 하는 사람을 본적 없다. 모른다. 만난 적도 없고 전화한 적도 없다”고 말했다.

이상철 서울청 차장은 20일 기자들과 만나 “우 수석 아들을 서울청 경비부로 공식 발령한 것은 지난해 8월19일”이라고 밝혔다. 이 차장은 “운전병은 운전(실력)만 보고 뽑는 게 아니라 성실하고 입도 무거워야 해서 지난해 7월3일 업무 지원을 받아 (우 수석 아들을) 인턴 방식으로 전임 대원들과 합동 근무를 시키다가 전임 대원이 제대(8월13일)한 뒤 발령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향신문 21일자 2면
이에 대해 언론은 우 수석 아들이 지난해 4월1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경비대에 배치됐다가 두 달여 만인 같은 해 7월3일부터 당시 서울청 경비부장이던 이 차장의 운전병으로 자리를 옮겼는데, 이것이 의경 행정대원 전보 규정(부대 전입 및 잔여 복무 기간 4개월 이상)에 어긋나자 실제 발령일자를 늦춘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한겨레는 “의경을 공식 발령도 내지 않고 인턴 형식을 빌려 두 달여 만에 더 좋은 보직으로 전출시켜준 데 대해선 의경들은 물론 일선 경찰들도 ‘이 정도 사례를 본 적이 없다’는 반응”이라며 “우 수석 아들이 ‘역대급 빽(배경)’이란 소문이 자자했다는 의경 동료 등의 증언이 잇따르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정부서울청사 718전경대 의경중대에서 근무하던 ㄱ씨는 한겨레와 인터뷰에서 “솔직히 정부청사 정도면 대부분 빽으로 들어왔다. 그런데 이번에는 부대에 오기 전부터 ‘청와대 (고위 관계자의) 아들이 온다더라’ ‘논산 훈련 때 면회온 걔네 부모님에게 경찰 간부들이 90도로 인사를 했다더라’는 소문이 돌았다”고 말했다. 

서울청 근무는 의경들 사이에서 이른바 ‘꽃보직’으로 불리며, 운전병의 경우 휴대전화를 쓸 수 있어 매우 선호도가 높다. 근무시간 외에 부대 밖으로 나갈 수 있고, 매달 2박3일(토~월요일) 외박을 나갈 수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청이 청와대 민정수석의 아들이라는 사실을 알고 선제적으로 조치를 취했을 가능성이 높다.

2014년까지 의경에 복무했다는 한 남성은 우 수석의 아들이 자대 배치 두 달 만에 발령받은 서울청 행정대원 보직에 대해 “시도 때도 없이 시위진압에 불려다니는 기동대나 그나마 나은 방범순찰대, 어느 정도 빽이 필요한 우선선발 부대보다 더 윗급”이라며 “운이 좋아 자기 능력이나 기술로 행정대원이 된 경우도 있겠지만 대부분 고위급 자제들이 미리 내정되고 면접은 형식이라는 게 공공연한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상철 차장은 “면접 뒤 부속실 직원이 우 수석의 아들이라는 사실을 보고했는데, 아버지가 누구인지 문제 될 것은 없고 당신이 쓰기 편한 사람을 고르라고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중앙일보 보도에 따르면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우 수석이 의경인 아들의 상사가 누군지 모른다고 했는데, 서울경찰청 차장은 인사 때마다 파일이 올라가는 최고위급 간부다. (민정수석이) 알지 못한다는 건 납득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중앙일보 21일자 4면
중앙일보는 “경찰 내부에선 지난해 12월 경무관이던 이 차장이 치안감으로 승진하면서 지방 근무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서울청 차장이 된 것에 대해 ‘이례적 사례’라고 평가한다”며 “이 차장과 우 수석이 각각 승진과 아들의 보직을 매개로 서로 봐주기를 한 것은 아닌지 의심되는 대목”이라고 보도했다.

경향신문은 우 수석의 막내 처제 이아무개씨(41)가 2013년 9월 ‘세인트 크리스토퍼네비스’로 국적을 바꾼 것으로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세인트 크리스토퍼네비스는 북미 카리브해의 섬나라로 소득에 세금을 물리지 않는 조세도피처이다. 

경향은 “이 나라 시민권은 25만 달러(약 2억8000만 원) 선에서 거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며 “이씨는 2012년 딸을 외국인 학교에 입학시키려고 국적을 위조했다가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도 있다. 당시 이 사건을 지휘한 인천지검 2차장 검사는 진경준 검사장이었다”고 밝혔다.

공기청정기·에어컨도 독성물질 방출

공기청정기와 에어컨에 탑재된 항균필터에서 ‘가습기 살균제 사태’를 일으킨 성분과 비슷한 독성물질이 나오는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는 독성물질이 함유된 항균필터가 쓰인 공기청정기와 에어컨을 모두 회수토록 기업에 권고 했다.

환경부는 20일 “공기청정기, 차량용 에어컨 내 옥틸이소티아졸론(OIT)을 함유한 항균필터의 위해성 평가 결과 6개 제품이 사용과정에서 OIT를 방출하는 것으로 확인돼 즉시 회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OIT는 애경 가습기 살균제에 들어간 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CMIT) 계열의 독성물질이다. 입으로 먹거나 피부에 닿으면 유해하며, 어류 등 수생환경에도 유해해 2014년 유독물질로 지정됐다.
 
국민일보 21일자 10면
환경부는 OIT가 함유된 항균필터는 공기청정기와 에어컨 88개 모델에 쓰였다고 발표했다. 공기청정기는 위니아, 쿠쿠, LG, 삼성, 코웨이, 청호나이스, 프렉코 등 7개 회사 제품 58개 모델에 쓰였다. 차량용 에어컨은 현대모비스, 두원에서 만든 3개 모델이다. 가정용 에어컨은 LG와 삼성의 27개 제품에서 검출됐다. 문제의 항균필터는 대부분 3M에서 제조했다. 씨앤투스성진이 만들어 두원이 판매하는 자동차 에어컨 필터 1개 모델을 제외하고 모두 3M 제품이었다.

환경부는 공기 중에서 검출된 OIT는 0.0004∼0.0011㎎/㎥로 극히 미량이지만 제품을 지속적으로 사용하면 인체에 유해할 것으로 추정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다른 제품들도 독성물질이 나오는 걸로 간주하고 조치하기로 했다”며 “OIT가 함유된 필터 전 제품은 제품안전기본법에 따라 회수권고 조치하고 실제로 얼마나 흡입되는지 등을 학계, 전문가 등과 추가 분석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일보는 “에어컨과 공기청정기 제품 자체는 전기용품 안전관리법에 등 산업통상자원부 소관법의 관리를 받는데 부품인 ‘필터’에 대한 규정은 없어 사각지대에 있었다”며 “필터는 환경부가 관리하는 방부제, 방충제 등 15종 위해화학물질 제품에도 포함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환경부는 OIT 외의 물질로 처리한 항균필터도 수거한 후 안전성을 검증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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