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 사이트나 모바일 상에서 온라인 광고를 자동으로 막아주는 프로그램이 최근 미디어 업계의 핫이슈로 떠오른 ‘애드 블로킹(Ad blocking)’ 프로그램이다. 해외에서는 온라인 상의 광고를 막는 애드 블로킹 프로그램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실제로 해외 언론사들이 함께 애드 블로킹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걸기도 하는 등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기도 한다.
한국언론진흥재단에서 지난 19일 내놓은 해외미디어동향 ‘해외 미디어 광고 시장의 변신’ 보고서에서는 온라인 광고 집중 현상으로 인해 애드 블로킹 프로그램과 관련된 이슈들이 불거지고 있는 해외의 사례를 소개했다.
실제 손실 금액이 커지자 미국의 언론사들은 공동 대응에 나서기도 했다.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월스트리트저널 등 미국의 가장 영향력있는 퍼블리셔들이 애드 블로킹 업체인 ‘브레이브(Brave)’사를 고소하기도 했다. 브레이브가 자신들의 콘텐트를 가져다가 광고를 빼서 퍼블리셔의 수익을 훔쳐간다는 내용이다.
사람들은 왜 애드 블로킹 프로그램을 설치할까. 동영상 광고회사인 티애드(Teads)에서 조사한 애드 블로킹 이용자들이 광고를 차단하는 이유 4가지는 △동영상 프리롤(콘텐트 재생 전 앞 부분에 재생되는 광고)을 막기 위해 △강제 노출한다고 해서 광고 효과가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 △사이트 이용이 불편해지면 광고 때문이라고 생각 △이용자들은 프라이버시 침해를 심각하게 여김 등이 꼽혔다.
자세히 살펴보면 이용자들의 광고에 대한 피로도가 크게 높아진 상황이 애드 블로킹 프로그램 사용에 한 몫한 것으로 해석된다. 인터넷과 모바일 이용빈도가 높아지면서 이용자들은 광고와 맞닥뜨리는 경험을 자주 하게 되는데, 이와 함께 광고로 인한 불쾌감도 동시에 늘어나는 상황이다. 예를 들어 원하는 콘텐츠를 보려다가 실수로 광고를 클릭하거나 개인 정보를 빼내 맞춤 광고를 하는 것 같다는 경험 등이다. 클릭수를 올리기 위해 온라인 상 광고가 콘텐츠 이용자를 따라다니고 콘텐츠 소비의 한 몫을 아예 차지하려 들면서 발생한 불가피한 현상이다.
광고를 아예 피할 수 없게 콘텐츠 안에 광고를 넣으려는 시도가 등장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해당 보고서는 이러한 광고를 ‘스폰서드 콘텐트(Sponsored Content)’라고 표현했는데 대표적인 사례로 브랜디드 콘텐츠가 여기에 해당한다. 이용자가 광고를 피하지 않고 볼 수 있도록 하면서 미디어 매체 입장에서는 광고주가 원하는 광고 효과도 누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현대카드의 사례는 언론사 고유의 영역인 콘텐츠 제작을 아예 기업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끌어들인 것으로 볼 수 있다. 미디어 매체와 기업체 간 조율과정을 거치는 대신 직접 대기업이 저널리즘 경력의 인력을 내부에 수용해 제작에 나서는 것이다.
해당 보고서에서 ‘브랜드 저널리즘’이라고 이름 붙인 이러한 콘텐츠가 언론사에 주는 의미는 뭘까. 해당 보고서는 “기존의 광고를 대체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지만, 퍼블리셔의 고유 영역으로 인식되어 온 저널리즘 생산과 유통 영역을 새로운 주체(대개는 기업)에게 잠식당하는 위기”로도 봐야 한다는 조언을 내놓았다.
오랜 기간 광고는 시청률과 시청자수, 클릭수 등 양적 가치를 바탕으로 그 가치를 책정했다. 그러다보니 한국뿐만아니라 해외에서도 미디어 광고는 무리하게 많은 광고를 싣거나 어뷰징 콘텐츠를 만들면서 노출수만 늘리려는 왜곡된 목표를 갖게됐고, 여기에 불편함을 느낀 이용자들이 광고를 피하는 프로그램을 사용하게 되는 현상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여기에 대한 대안처럼 스폰서드 콘텐츠가 등장하고 더욱 정밀한 타게팅이 가능한 광고들이 등장하고 있지만 결국 이 또한 해결방법은 되지 못할 수 있다.
해당 보고서는 “변화하지 않는 기본 가치, 즉 오디언스(이용자)와의 관계맺기의 중요성은 뒷전으로 밀린 채로, 기술적으로 점점 더 다양한 방식으로 뒷받침되는 쉽게 드러나는 수치를 올리는 테크닉에만 몰두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