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두 차례 부침을 겪은 윤리위원장직에 이진곤 경희대 객원교수를 임명했다. 이진곤 교수는 국민일보 논설고문 출신으로 종합편성채널에 다수 출연하면서 정치 해설을 했다. 윤리위원장으로서의 자질을 의심받을 수 있는 과거 발언 몇 가지를 꼽아본다.

2008년 2월 출범한 이명박 정부는 취임 초부터 인사로 곤욕을 치렀다. 내각 후보자들의 부동산 투기, 논문 표절, 중복 게재, 경력 부풀리기 등이 드러났고 총리·장관 부적격자로 질타를 받았다.

이진곤 신임 윤리위원장은 당시 논설위원으로 2월27일자 국민일보에 ‘새 정부 출범 무렵에’라는 기명 칼럼을 실었다. 그는 이 칼럼에서 “사람이 일생을 도덕군자로만 살아가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법이 너무 많고 복잡한 세상이다. 지켜야 할 사회적 규칙이나 납부해야 할 공과금의 가짓수도 그렇다. 일을 당하거나 고지서를 받기 전엔 모르고 살게 마련이다”고 의혹이 인 내각 후보자들을 두둔하고 나섰다.

▲ 2015년 4월10일 채널A '쾌도난마' 848회 화면 갈무리. 


이진곤 윤리위원장은 “‘취모멱자’라고 굳이 털을 불어가면서까지 흠을 찾아내기로 들면 공직을 맡을 사람이 있겠는가”라며 “도덕의 사표를 찾는 게 아니라 공직을 잘 수행할 일꾼을 선정하는 과정이라는 점도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도 적었다.

취모멱자는 털을 입으로 불어가며 털 속에 있는 작은 흉터를 찾아낸다는 뜻으로 남의 약점을 악착같이 찾아내려는 야박한 행동을 일컫는 말이다. 이진곤 윤리위원장은 그러면서 “예단으로 개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며 “진실이 판명될 때까지 기다려주는 게 이 사회에서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로서의 예의일 것 같다”고 말했다.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이 없다, 죄 없는 사람만이 돌을 던지라는 식의 태도로 당시 제기됐던 인사 난맥을 덮고 가자는 주장으로 논란이 일었다.

이진곤 윤리위원장은 박근혜 정부 들어서도 일관된 입장을 보였다. 경희대 객원교수로 자리를 옮긴 이진곤 윤리위원장은 2014년 6월20일 MBC의 “긴급대담: 문창극 총리 후보자 논란”편에 출연해 당시 문창극 총리 후보를 두둔했다.

이진곤 윤리위원장은 “(문 후보자의 발언으로) 국민이 자극 받고 분개할 만하다”면서도 “그렇다고 ‘끌어내려라’고 하는 것이나 자격에 미달된다고 여론과 언론의 단죄를 받으라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그런 식으로 비난할 것이 많을수록 국회의 인사청문회에서 따져보는 것이 좋다”고 주장했다.

▲ 국민일보 2008년 2월27일. 


이진곤 윤리위원장은 논란이 됐던 문창극 전 후보자의 발언에 대해서도 “문 후보자가 표현을 하는데 있어 부주의했고 역사적 사실을 인식하는데 곡해나 왜곡이 있었던 것은 맞는데 이걸 문 후보자의 본질이다 이렇게 말해버리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문창극 전 후보는 여론에 밀려 결국 청문회장에 서지 못하고 낙마했다.

경향신문이 ‘성완종 리스트’ 녹취록을 보도했던 2015년 4월10일 당시에도 이진곤 윤리위원장은 종편 프로그램에 출연해 “감정에 북받쳐서 한 말일 수도 있으니 리스트의 진실성은 유보해 놔야 한다. 죽은 사람의 말이나 리스트가 개연성이 높다고 하면 살아있는 저분들은 어떻게 하나”, “성완종이 복수심에 불타서 같이 끌고 갔다면 어떻게 되는 거냐”고 우려했다.

채널A ‘쾌도난마’ 사회를 맡은 이은우 경제부장이 즉각 “사망 전에는 사실에 가까운 말을 하지 않겠냐는 게 통상적인 정서”라며 “복수심에 그랬다는 말은 많이 나간 발언”이라고 제지할 정도였다.

그럼에도 이진곤 윤리위원장은 연이어 “이미 저렇게 이름이 오른 것으로 회복할 수 없는 상처를 입게 됐다”, “새누리당 안에서도 성완종 전 의원이 친박이었는지 잘 모르는 사람도 대부분이다”, “개인 대 개인으로 돈을 주고받았을 수는 있다”, “이완구·이병기 등 메모에서 발견된 이름은 돈 하고 다른 문제로 이야기했을 수도 있다”고 방어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당시는 성완종 전 의원이 주검으로 발견된 이튿날로 경찰이 옷깃에서 로비 리스트로 의심되는 메모를 발견했고 경향신문이 관련 녹취록 일부를 공개한 시점이었다. 이후 이완구 당시 총리도 성완종 전 의원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총리직에서도 물러났다.

새누리당 핵심 실세나 정권 관계자들에게는 철저한 ‘무죄 추정의 원칙’을 강조했던 이진곤 윤리위원장은 그러나 새누리당 테두리를 벗어나면 흐려진다. 김현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세월호 유가족-택시기사 폭행 논란에 휘말렸던 당시 이진곤 윤리위원장은 2014년 9월22일 TV조선 ‘뉴스4’에 출연해 “폭행 사건을 촉발한 사람은 정황상 보면 김현 의원”, “폭행 사건을 유발한 그런 책임이 있다”고 단정했다.

김현 전 의원은 같은 혐의로 기소됐던 4명 중 유일하게 “폭행에 직접 가담하거나 폭행을 지시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올해 2월15일 서울남부지법에서 무죄를 선고 받았다.

또 2015년 11월14일 민중총궐기 참석자들에 대해서도 엄격한 잣대를 들이댔다. 같은 달 20일 채널A ‘쾌도난마’에 출연한 이진곤 윤리위원장은 “청와대로 진격하자는 건 거기서 적들을 몰아내자는 말이냐. 그렇게 선동했으면 그것은 애초 이 시위를 주도한 측에서 선동된 폭력 행위”, “물대포는 살인 의도가 없지만 쇠파이프는 애초에 살의를 가지고 든 것”이라는 주장을 했다.

이진곤 신임 윤리위원장은 78년 부산일보에서 기자 생활을 시작해 89년 국민일보 논설위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2003년 7월부터는 논설위원실장을 맡았으며 경희대 정치학 석·박사 과정을 마쳤다. 종합편성채널에도 출연하며 패널로 활동하며 정치 해설과 의견을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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