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오늘은 지난 1일 한 어린이집에서 ‘집단 장염’이 발생했다는 MBC의 보도로 해당 어린이집이 문을 닫게 됐다고 보도했다. MBC가 메인뉴스를 통해 ‘단독’이라는 제목을 내걸고 가정 어린이집의 불량급식으로 아이들이 집단 장염에 걸린 것처럼 보도했는데, 이는 사실과 상당히 달랐다는 내용이었다. 

미디어오늘은 MBC 보도에 대한 사실관계 확인을 위해 해당 리포트에서 지목한 어린이집 원장을 직접 만났고 경찰 수사와 구청 조사 결과, 언론중재위, MBC 측 반론까지 취재해 결과적으로 MBC의 보도가 중요한 사실을 누락하고 일방의 주장만을 앞세운 왜곡이었음을 확인했다.  (관련기사 : 어린이집 ‘폐업’시킨 MBC ‘집단 장염’ 보도는 오보)

언론중재위원회도 지난해 12월21일 “관할 구청 및 경찰 조사 결과 해당 어린이집의 급식 때문에 장염이 발생했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고 조정을 갈음하는 결정(직권조정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MBC는 뉴스데스크와 인터넷 홈페이지에 정정보도문을 내보내야 했다. 그러나 MBC가 중재위 결정에 승복하지 않고 이의신청하면서 이 사건은 자동으로 법원 소송으로 넘어갔다. 

그런데 서울서부지방법원 제12민사부(재판장 이우철)은 지난 13일 해당 뉴스데스크 보도에 대한 정정보도 청구소송에서 MBC가 피해자를 특정하지 않았고, ‘유통기한 지난 식품이 장염의 원인’이라고 보도하지 않았다며 원장의 청구를 기각했다.

▲ 지난해 10월6일 ‘뉴스데스크’ 리포트 갈무리.
MBC는 지난해 10월6일 ‘뉴스데스크’에서 “[단독] ‘가정 어린이집’ 영유아 집단 장염, 불량급식 제공”이라는 제목의 리포트에서 “한 아파트 가정 어린이집에 맡겨진 영유아들이 집단으로 장염에 걸렸다”며 “부모들은 최근 이 어린이집 원아들이 한꺼번에 장염에 걸린 것도 이런(유통기한이 넘은) 비위생적인 급식 때문이라고 말한다”도 보도했다. 

1심 재판에서도 어린이집 음식 때문에 아이들이 장염이 걸렸는지는 전혀 확인되지 않았다. 그런데도 재판부는 MBC 보도의 전체적인 취지가 ‘가정 어린이집에서 집단 장염이 발생했는데, 실제로 점검해보니 유통기한이 지난 식품들이 다수 발견되는 등 위생상태가 불량했다’는 것이라며 ‘장염의 원인이 어린이집 음식’이라는 한 부모의 주장을 전달한 것밖에 없어 허위사실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결정적으로 재판부는 ‘집단 장염’이라는 MBC 보도의 허위성을 판단하지 않았다. ‘여러 명의 어린이가 장염을 일으켰다’고 했지만 한 집의 쌍둥이 남매가 원인 모를 장염에 걸린 게 과연 집단 장염인지 납득하기 어렵다. 더구나 MBC는 장염의 원인도 모르는 상황에서 가정 어린이집이 장염의 온상인 양 인식을 심어줬다. 

또한 MBC는 어린이집을 모자이크 처리하고 관계자의 음성을 변조하는 등 피해자를 특정하지 않았다지만, 어린이집의 특성상 부모에게만 알려져도 사실상 운영이 어려워진다. 특히 MBC가 내보낸 허위사실 논란의 주체가 해당 어린이집에 아이를 맡긴 부모와 보육교사였으므로 원장은 명예훼손으로 특정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MBC에 보도된 영상(지난해 9월24일 촬영분)을 보면 한 아파트 어린이집으로 경찰과 구청 직원들이 부모들의 제보를 받고 어린이집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유통기한이 지난 우유(2015년 9월20일까지)와 어묵(2015년 9월22일까지)이 발견된 것은 사실이다. 

이런 비위생적인 급식을 어린이집에 다니는 아이들이 먹어서 장염이 걸렸다는 게 일부 부모의 주장이었고, MBC는 부모들의 주장을 그대로 전달하면서도 실제로 어린이집 음식이 장염의 원인인지 확인하거나 해당 어린이집 원장 측의 반론은 전혀 보도하지 않았다. 

이 사건을 수사한 인천서부경찰서는 지난해 11월 “(해당 어린이집이 불량급식을 제공했다는) 아동학대 혐의점을 입증할 만한 객관적인 증거자료를 발견할 수 없고, 혐의점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내사 종결 처리했다. 

어린이집에 다니는 아이가 장염에 걸렸어도 아동학대 혐의가 인정되려면 어린이집 음식 때문에 장염이 발생했어야 하는데 MBC 보도에 나온 아이의 장염 원인이 어린이집 음식 때문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인천서구청 역시 MBC 보도가 나간 다음 날 MBC 측에 정정보도를 요청했다. 서구청 조사에 따르면 보도에 나온 유통기한이 지난 음식은 9월20일 이후인데 아동의 장염이 발생한 건 한 달 전인 8월21일이었다. 게다가 ‘감염성 및 상세불명 기원의 기타 위장염 및 결장염’ 진단을 받은 아동 2명은 한 가정의 쌍둥이 남매였다. 

10여 명의 아이를 돌보는 어린이집에서 한 가정의 쌍둥이 남매만이 원인 모를 장염에 걸렸다. 그런데 MBC는 ‘집단 장염’이라고 단정적으로 보도했다. 어린이집 음식과 장염의 인과관계도 전혀 밝히지 못한 채 한 부모의 일방적인 주장만을 근거로 해당 어린이집이 늘 불량급식을 제공한 것처럼 왜곡했다. 

MBC 보도 이후 이 어린이집은 해당 아파트와 주민들에게 소문이 파다하게 퍼졌고 원장은 보육교사와의 갈등 등 극심한 스트레스로 어린이집 문을 닫게 됐다. 

최아무개 원장은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냉장고에서 유통기한이 지난 음식이 나오긴 했지만 주방은 관리하는 교사가 따로 있어 거의 신경을 안 썼고, 오래 보관 중이라는 떡도 일주일 전 아이 생일잔치 때 보육교사가 직접 받은 건데 간식으로 주지 않았음이 경찰 조사에서도 확인됐다”며 “내가 어린이집을 인수한 지 석 달밖에 안 된 상황에서 기사에 나온 보육교사들과 관계가 안 좋아져서 벌어진 일임을 나중에 부모들도 알게 됐다. 하지만 이미 MBC 보도로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돼 버렸다”고 말했다. 

재판부가 놓친 법리적 허점을 애써 외면하고 피해자의 정정보도 청구가 기각됐다는 이유로 되레 미디어오늘 보도를 ‘허위 사실’이라고 단정하는 MBC의 보도자료는 기만이다. 

게다가 보도와 반론 기능을 갖춘 방송사가 합리적 근거로 공영방송 보도를 비판하는 언론에 정정보도·손해배상 소송을 남발하는 것도 권력 남용이자 언론 통제다. 이정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의 공영방송 보도 개입 파문을 뉴스데스크 단신으로 처리할 정도의 둔감함 때문일까. 유독 MBC 보도 비평이나 노조 민주방송실천위원회 활동에 대해서만 ‘통제’라고 느끼는 자기모순은 어떻게 설명할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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