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경북 성주군청 근방에서 황교안 국무총리가 탄 차량과 성주군민 이민수씨 가족이 타고 있던 차량이 충돌했던 사건의 실체를 밝혀줄 블랙박스가 사라져 논란이 예상된다. 

경찰은 황 총리가 탄 국무총리 차량을 이씨의 차량이 후진으로 충돌했기 때문에 공무집행방해라고 주장하고 있고, 이씨는 경찰이 유리창을 깨부순 뒤 자신의 차량을  들이박고 도주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서로의 주장이 엇갈리는 만큼 사고 당시 영상 기록은 결정적 증거 자료가 될 수 있다. 그런데 사건의 실마리를 풀어줄 블랙박스의 행방이 묘연해지면서 논란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씨의 차량과 황교안 국무총리가 탄 차량이 부딪힌 사건은 경찰이 공권력을 남용한 뺑소니냐 아니면 정당한 공무집행을 위한 대응이냐를 놓고 치열한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이씨에 따르면 황교안 총리가 탄 차량이 자신의 차량에 막혀 나가지 못하자 경찰관이 차량의 유리창을 곤봉으로 두드려깨고 공무집행 방해라며 이씨의 차량 뒷범퍼를 들이박고 지나갔다. 이씨 주장대로라면 국무총리가 타고 있던 차량이 통행이 제한된다는 이유로 개인 차량을 훼손하고 도주해버린 뺑소니에 해당된다.

반면, 경찰의 주장은 180도 다르다. 사고 당시 차량은 경찰관 개인의 차량으로 황 총리를 태우고 군청을 빠져 나가려고 했다. 그런데 이씨가 후진으로 황 총리가 타고 있던 경찰관 차량을 들이박았고 이에 정당한 공권력을 행사해 유리창을 깼다는 것이다. 

사건의 핵심은 어떤 차량이 먼저 움직여 충돌했는지 여부다. 만약 이씨의 차량이 움직이지 않았는데도 경찰이 유리창을 부수고 이씨의 차량을 들이박고 갔다면 과잉진압은 물론 국무총리가 탔다는 이유로 개인 재산을 훼손하고 도주한 것이다. 하지만 경찰 쪽 주장대로 이씨가 먼저 황 총리가 타고 있던 차량을 후진으로 박았다면 공무집행방해 행위가 될 수 있다. 

양쪽의 주장이 엇갈린 가운데 사건 실체를 밝혀줄 핵심단서로 두 차량이 부딪혔던 영상 기록이 있다는 증언이 나왔다. 

이씨는 사고 당일 저녁 8시 20분경 성주경찰서 관할 파출소에서 자필로 진술서를 작성했다. 그리고 경찰관 한명이 사고 당시 두 차량으로 향해 주차돼 있었던 경찰차량에 블랙박스가 부착돼 있었다며 향후 경찰서 조사에서 사고 당시를 기록한 블랙박스를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그런데 경찰은 말을 바꿔 블랙박스 존재를 부인했다. 

경찰은 국무총리가 탄 차량과 관계돼 있어 사안이 중하다고 판단해 성주경찰서가 아닌 경북지방청 지능범죄수사팀으로 사건을 넘겼다. 지능범죄수사팀은 경북지부 도로교통공단에 조사를 의뢰하고 18일 이씨와 황교안 총리를 태운 차량을 운전한 경찰관을 사고 현장에 불러 조사했다.  

사건 실무를 맡은 경북지방청 교통조사계 관계자는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블랙박스를 부착한 관할 경찰차는 사고가 난 이후에 왔고 사고 당시 그 차량이 없었다고 들었다. 찍힌 게 있었다면 사고가 난 이후에 출동한 차량의 블랙박스 영상에서 사건 이후가 찍혔을 것"이라며 "사고 당시 블랙박스가 있었으면 정확한 결과를 하루 빨리 발표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씨의 차량이 후진해 경찰관 차량을 박은 것으로 조사 결과가 나오면 공무집행 방해로 결론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사고 당시를 기록한 블랙박스 없었다는 경북지방경찰청의 설명과 달리 현장조사에 참여한 성주경찰서 교통조사계 경찰관의 말은 달랐다. 

성주경찰서 교통조사계 관계자는 "사고 당시 (주차돼 있던)경찰 차량에 블랙박스가 설치가 돼 있는 것은 알고 있다. 하지만 경북지방청에서 해당 블랙박스를 확보했는지 여부는 사건을 담당하지 않아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최초 이씨의 자필 진술서를 받았던 파출소 소속 경찰관과 성주경찰서 소속 경찰관 모두 사고 영상이 기록된 블랙박스는 존재한다고 증언한 것이다.

▲ 사진=민중의소리

이민수씨는 18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사고 당시 50미터 떨어진 곳에 경찰차량의 블랙박스로 영상을 기록한 게 있다고 분명히 들었고 경찰이 말한 내용도 녹취돼 있다"고 말했다.

이씨는 "사고 당시에도 블랙박스가 부착돼 있다는 경찰 차량이 주차돼 있는 것도 기억이 난다. 그런데 파출소 조사 하루 뒤 경찰 쪽에서 블랙박스가 없다고 하고, 부착된 블랙박스가 고장이 났다고 말을 바꿨다. 그 장면이 있으면 자기네들 주장과 정반대로 되는 것이어서 그런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이씨는 또한 사고 현장이 내리막길이고, 자신의 차량이 수동 기어 차량이라는 점에서 후진을 했다면 앞으로 밀리는 게 정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씨는 "경찰 주장대로 제 차가 후진해서 박았다고 하면 왜 경찰이 제 차량의 유리창을 깨겠느냐. 제 차량이 움직이지 않으니까 유리창을 깨고 제 차량을 박고 가버린 것"이라며 "사고 당시 아내가 112에 신고까지 했는데 경찰이 '성주 사람이면 차량을 막아도 되느냐'고 하면서 자기들은 아무 권한이 없다며 진술만 받고 사진만 찍고갔다"고 말했다.

이씨는 "지금도 아이들 상태가 불안정하다. 아이들이 엄마가 없으면 밖으로 나가지 못한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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