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인수합병이 불허됐다. 거대 방송·통신사업자간의 국내 최초 기업결합 시도는 실패로 끝났다. 양사는 지난해 11월2일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발행주식 30% 취득계약 및 CJ헬로비전과 SK브로드밴드 간 합병계약을 체결하고 그해 12월1일 기업결합을 공정위에 신고했다. 이번 공정위 결정까지는 7개월 넘는 기간이 소요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8일 보도 자료를 내고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 및 SK브로드밴드와 CJ헬로비전의 합병 건 심사 결과 방송 및 통신시장에서의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며 “경쟁제한 우려를 근원적으로 해소하기 위해 기업결합 자체를 금지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주식취득과 CJ헬로비전과 SK브로드밴드 간 합병이 모두 금지됐다. 지난 계약은 모두 무효가 됐다.

▲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 디자인 이우림 기자.
공정위는 심사쟁점으로 떠올랐던 유료방송서비스의 지리적 시장을 CJ헬로비전이 케이블방송 사업을 하고 있는 23개 방송구역별로 획정했다. 공정위는 “결합당사회사는 유료방송시장의 지리적 시장이 전국시장이라고 주장했으나 소비자는 주거지를 변경하지 않고 다른 방송권역으로 구매전환이 불가능하고, 케이블TV사업자들은 허가받은 방송권역에서만 방송 송출이 가능하다. 따라서 유료방송사업자들은 각 방송권역내 소비자를 대상으로 경쟁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이어 “미국·EU등 방송사업자 간 기업결합 심사에서도 지역별 경쟁상황을 고려해 유료방송시장의 지리적 시장을 지역별로 획정했다”고 덧붙였다.

CJ헬로비전의 23개 방송구역 중 결합당사회사 점유율 합계가 1위인 21개 방송구역별 각 유료방송시장에서 경쟁제한효과를 발생시킬 우려가 컸다는 게 공정위 설명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기업결합 이후 21곳의 시장점유율은 46.9%~76%에 이르고 2위 사업자와 격차도 최대 58.8%로 나타났다. 공정위는 이 같은 수치를 근거로 “서울 양천구 등 16개 방송구역별 유료방송시장에서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 SKT-CJ헬로비전 기업 결합 후 권역별 예상 시장점유율. ⓒ공정거래위원회
공정위는 SO와 IPTV 사업자간 기업결합이 결국 케이블TV 요금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공정위는 “CJ헬로비전 점유율이 높은 지역일수록 APRU(홈쇼핑수수료, VOD수입을 제외한 가입자 1인당 수신료 매출액)가 높게 나타났으며, 이는 점유율 상승에 따른 요금인상 가능성이 높다는 증거”라고 강조했다. 또한 CJ헬로비전 케이블TV 가입자 415만명을 기반으로 결합상품 판촉을 통해 이동통신시장에서의 지배력을 강화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현재 SK텔레콤 이동통신 도매시장점유율은 45.6%로 KT(46.7%)에 이어 2위다. 이밖에도 공정위는 인수합병으로 알뜰폰 요금 인하경쟁에 부정적 효과를 가져 올 것이라 전망했다. 알뜰폰의 경우 CJ헬로비전이 14.24%, SK텔링크가 14.21%로 업계 1,2위다.

SKT·CJ헬로비전 “공정위 결정 수용”, KT·LG유플러스·방송협회 “환영”

공정위 결정에 대해 당사자인 양사는 수용 입장을 밝혔다. SK텔레콤은 18일 “미디어·콘텐츠 산업의 질적 성장을 이끌고, 소비자 후생 증대와 국가 경제 발전에 기여하고자 CJ헬로비전 인수합병을 추진했다”며 “최선을 다해 인수합병 당위성을 강조했지만 결과적으로 관계기관을 설득하지 못하고 불허 결정을 받은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이라고 밝혔다. CJ헬로비전은 “케이블TV 산업이 처한 현실과 이로 인한 미디어 산업의 미래를 고려할 때 매우 유감”이라고 밝힌 뒤 “인수합병 과정이 7개월 이상 장기화되면서 CJ헬로비전의 기업 경영 활동은 큰 차질을 거듭해왔다”며 “지금은 경영정상화에 집중 하겠다”고 밝혔다.

인수합병 반대 입장이었던 경쟁 통신사 KT와 LG유플러스는 공동입장을 내고 “우리는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이 가져올 방송·통신 시장의 독과점 심화, 소비자 후생저해 등을 크게 우려해 왔다”며 “공정거래위원회의 이번 결정은 이러한 우려를 고려했다고 판단 한다”고 밝혔다. 지상파3사가 속한 방송협회는 “SKT가 이동통신 시장지배력을 통해 전국 및 지역 단위의 유료방송 시장 전체를 독과점화하고, CJ가 매각대금을 무기로 제작요소인 연기자/연출자/작가 등을 싹쓸이했다면 방송시장은 두 재벌 대기업에 의해 황폐화되었을 것”이라며 환영 입장을 냈다.

한편 이번 인수합병 불허와 관련, SKT에서 수개월 전부터 인수합병 절차를 되돌릴 수 있는 방안에 대해 법률검토를 했다는 주장도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공정위의 승인 조건이 까다로울 경우 합병에 실익이 없기 때문에 내부적으로는 합병에 부정적인 여론과 CJ헬로비전과의 계약파기에 따른 위약금 등을 감안해 공정위가 아예 불허를 내려주길 바라는 분위기도 있었다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 SKB측 관계자는 “불허를 원했던 건 절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경쟁사 관계자는 “조건부 승인 이야기가 있어서 아마 충분히 법적 검토를 했을 것”이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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