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기업 임원들이 언론을 통해 “유성기업 노조의 노조탄압 주장은 근거가 없다”고 주장하며 진실보도를 요구하고 나섰으나 확인 결과 이는 사측에 유리한 정황을 취사선택한 주장으로 분석됐다.

최성옥 영동공장 공장장은 지난 12일 인터넷 매체 이투데이에 ‘언론의 무서움과 언론보도 공정성의 중요성을 느끼며’라는 제목의 글을 기고했다. 최철규 아산공장 상무는 지난 12일 EBN에, 이기봉 부사장은 14일 아주경제에 노조 주장을 반박하는 글을 올렸다. 모두 유성기업을 ‘노조파괴 기업’으로 비판하는 언론 보도에 대한 반론 기고였다.

▲ 최성옥 유성기업 영동공장 공장장이 7월12일 이투데이에 유성기업에 대한 진실보도를 요청하는 글을 기고했다.

우선 이들은 유성기업이 직장폐쇄 이전엔 직원 간 화합이 뛰어났고 고용 복지 수준이 훌륭한 우량 기업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최 공장장이 드는 근거는 크게 세 가지다. 유성기업은 △97년 외환위기를 제외하면 매년 임금인상이 이뤄졌고 누구나 정년까지 다닐 수 있는 회사 △사내하청과 비정규직이 없는 회사 △ 잔업, 특근까지 합하면 연평균 연봉 8000만 원을 받는 회사라는 것이다.

기업이 정규직 노동자에게 정년을 보장하는 것은 근로기준법상 고용주의 책임이자 의무다. 임금은 물가상승률, 영업이익 등을 고려해 인상되는게 상식적이다.

현재 유성기업에는 비정규직 노동자가 고용돼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김성민 유성기업지회장은 지난 14일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영동공장의 경우 식당 노동자가 직고용이었는데 2015년 외주업체로 바뀌었다”며 “일용직은 2000년 전부터 있었고 노조의 요구로 정규직이 된 일용직원이 있다. 노조가 정규직화 요구를 할 때마다 사측은 반대를 표했다”고 말했다.

연봉 8000만 원의 경우도 근속년수 20~23년 차 기준으로 상여금, 피복비, 각종수당 등을 포함해 잔업만 월 90여 시간 일해야 버는 수준이라는 지적이 있다. 잔업엔 야간노동과 주말 특근이 포함된다. 김 지회장은 20여 년 차 기준 잔업 수당을 제외한 임금 실수령액은 230만 원 선이고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잔업·특근이 급감했을 땐 월 100만 원 정도 임금이 줄었다고 밝혔다.

▲ 입사 12년차 직원의 급여명세서. 잔업·특근이 없는 달 실 수령액이 86만7524원이다. 여기에 상여금 800%와 보조금 100여만 원을 더한다해도 연봉은 8000만 원에 못 미친다.(본 직원은 실 근무일수가 15.5일로 실 수령액은 평균 지급액 보다 더 낮게 나왔다. 근태기록에 따르면 산재 11일, 월차 1일, 파업·태업 공제 2.13일, 주휴일 공제 0.43일 등 총 14.5일이 월 근무일 30일에서 빠졌다.)
▲ 입사 29년차 직원의 급여명세서. 잔업·특근이 없는 달 실 수령액이 165만5841원이다. 여기에 상여금 800%와 보조금 100여만 원을 더한다해도 연 임금은 4000만 원대로 계산된다.(본 직원의 실 근무일수는 23.04일이다. 근태 기록에 따르면 조퇴로 인한 근태공제 1.88일, 파업·태업 공제 4.34일, 주휴일 공제 0.74 등 총 6.96일이 월 근무일 30일에서 제외됐다.)

유성기업 임원들이 보다 강조하는 주장은 유성기업은 ‘노조파괴 기업’과 거리가 멀다는 것이다. 핵심은 크게 세 가지다. △금속노조 조합원에 대한 징계·고소는 그들의 불법·폭력 행위 때문인 점 △‘직장폐쇄’ 부당성은 법적으로 가려지지 않은 점 △현대차의 유성기업 노무관리 개입은 없었다는 점 등이다.

이 주장이 성립하려면 사측의 징계·고소가 실제로 노동탄압과 무관한지, 직장폐쇄가 법적으로 가려지지 않은 사안인지, 현대차의 개입이 무혐의가 결론났는지가 규명돼야 한다.

이들은 금속노조 조합원의 폭력행위를 강조했다. 징계·고소를 남용하는 게 아니라 조합원이 불법행위를 저지르는 게 원인이라는 것이다. 최 공장장은 지난 3월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 한광호 조합원을 예로 들었다. 한 씨의 죽음이 ‘가학적 노무관리’ 때문이라고 알려져 있으나 사실은 그가 수십년 같이 근무한 직장 동료를 폭행했고 피해자가 그를 개인적으로 고발해 ‘벌금 300만 원을 구형받았다는 것이다. 회사가 징계를 내린 이유는 폭행 피해자가 징계를 요청했기 때문이고 한씨에게 한 사실조사 참석 통보도 그가 10일 간 무단결근은 한 사실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최 전무와 이 부사장도 유사한 사례를 들고 금속노조 조합원의 비도덕적 행동을 강조했다.

하지만 한씨의 공소장을 확인한 결과 한씨가 동료를 폭행했다는 말은 볼 수 없다. 한씨를 고소한 피해자는 관리직 직원인데, 2013년 사건 당시 유성기업은 파업 시간을 자의적으로 계산해 파업참가자들의 임금을 삭감하거나 파업에 참가하지 않은 조합원의 임금을 삭감했다. 조합원 다수가 잔업·특근에서도 배제돼 임금불이익을 받는 상황에서 당시 노조 대의원이었던 한씨는 동료 조합원과 수차례 관리직에 시정을 요구했다. 한씨 측 변호인에 따르면 관리직 직원의 비협조적인 태도에 언성이 높아지는 등 갈등이 격화됐고 이런 상황에서 직원이 한씨를 고소한 것이다. 한씨의 공소사실은 공동감금, 공동업무방해, 공동퇴거불응 등이다.

▲ 2016년 3월24일 유성기업 노동자들이 서울시청광장 한복판에서 동료 한광호의 분향소를 설치하지 못한 채 경찰에 둘러싸여있다. 사진=장슬기 기자.

직장폐쇄 사태 후 유성기업 아산공장·영동공장에서 사측과 노측, 금속노조 조합원과 ‘제2노조’ 조합원 간 갈등이 심화돼 종종 물리적 충돌이 일어났다는 것은 노사 공통으로 지적하는 사실이다.

그러나 유성기업은 물리적 충돌이 빈번해지기 이전의 사실관계는 말하지 않고 있다. 언론이 지적하는 노조파괴 혐의는 크게 ‘직장폐쇄 사태’와 ‘복수노조 설립을 통한 노노갈등 유발’이다.

유성기업 사태는 2011년 ‘공격적 직장폐쇄’에서 시작됐다. 유성기업은 2011년 5월18일 노조의 투표를 토해 성사된 4시간 부분 파업에 즉각 직장폐쇄로 대응했기 때문이다. 사측이 공장문을 걸어잠그고 생산을 중지하는 직장폐쇄는 방어적·수동적 목적일 때만 합법적 대응으로 인정된다. 유성기업은 노조의 부분파업이 일어난 당일 오후 8시 용역 경비 인력을 동원해 직장을 폐쇄했고 이후 3개월 여 동안 비조합원의 통행만 허가하고 조합원의 출입은 금지했다.

때문에 직장폐쇄 정당성을 따진 판결 4건 중 3건이 노조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사측이 주장하는 직장폐쇄의 타당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유성기업에 노조가 청구한 임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노조 간부 47명이 모여 제기한 임금청구, 나머지 조합원 200여 명이 청구한 임금 지급 소송 등 두 가지로 모두 1·2심을 거쳤다. 노조는 간부 47명의 1심 재판을 제외한 나머지 재판에서 모두 승소했다.

▲ 직장폐쇄 당시 유성기업 측이 고용한 용역경비인력. ⓒ민중의소리

유성기업이 사측 주도로 기업노조를 만들었다는 점도 법적으로 판명됐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4월 제2노조는 사측이 주도해 설립됐다는 취지로 노조 설립 무효를 인정했다. 유성기업 제2노조인 ‘유성기업주식회사노조’는 직장폐쇄 도중인 2011년 7월 설립됐다.

유성기업은 노무법인 ‘창조컨설팅’이 제안한 방안에 따라 제2노조 설립에 개입했다. 창조컨설팅이 2011년 작성한 ‘노동조합 설립절차’, ‘조합원 업무복귀 관련 전략회의’, ‘경영정상화를 위한 전략회의’ 등에는 제2노조 설립 필요성, 설립 계획안, 조합원 확보방안, 세력확장안 등이 열거돼있다. 법원은 제2노조의 활동이 전략회의 문건에서 나온 안과 흡사하다고 인정했다.

문건엔 유성지회와 제2노조를 차등 대우하는 계획안이 마련돼있고 유성기업은 실제로 이들을 차등대우했다. 문건 중 ‘임금협약에 따른 노조별 차등지급 관련’을 보면 제2노조와 유성지회 조합원 간 임금 격차를 주기 위해 차별적 임금 지급을 실시하려는 계획이 마련돼있다. 제2노조는 관리직 직원을 조합원으로 받아들임으로써 직원 과반 조합원 수를 확보해 교섭단체가 됐다. 유성기업은 유성지회와는 직장폐쇄 후부터 지금까지 합의에 이르지 못할 정도로 교섭 해태를 보였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81조제3호는 단체교섭을 거부하거나 해태하는 경우 부당노동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사측이 조합원에게 내린 징계·고소 경우 대부분 부당징계와 무혐의 판결을 받았다. 유성기업이 직장폐쇄 후 총 544명에게 징계를 내렸으나 이중 344명이 받은 징계는 부당징계 판결을 받았다. 현재까지 노조 측이 파악한 고소·고발 건수는 1000여 건 이상인데 이 중 대부분이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고 한광호 조합원의 경우 11건 고소사실 중 2건만 기소됐고 나머지는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결국 “유성기업은 노조탄압을 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려면 2011년 직장폐쇄 사태로 돌아갈 수밖에 없고 복수노조 설립과 노조 간 차별 문제를 볼 수밖에 없다. 징계·고소는 조합원의 폭력행위에 따른 것이란 사측의 말을 인정하더라도 유성기업은 노조탄압 혐의에서 벗어날 수 없다. 언론은 ‘징계·고소 남발’만을 이유로 유성기업을 노조탄압 기업이라 비판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 2012년 12월, 홍종인 금속노조 유성기업 아산공장 전 지회장이 굴다리에 매달려 있는 천막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는 모습이다. ⓒ미디어오늘

한편 현대자동차의 유성기업 노조파괴 개입 여부는 법적으로 판명나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 1월 금속노조와 은수미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현대자동차, 창조컨설팅, 유성기업이 함께 전략회의를 하고 노무관리 동향을 주고 받은 정황 근거를 확보했다. 유성기업의 최아무개 전무가 현대차 권아무개 대리에게 유성기업 임단협 전략 내용을 전달한 이메일이 발견됐고 현대차 구동부품개발실 강아무개 차장이 유성기업 최 전무에게 보낸 ‘(중요) 유성기업 현안 협의’ 메일에는 3자가 함께 전략회의를 열자는 내용이 담겨있다. 2011년 12월12일엔 3자가 강경파 노선 노조에 대한 대칙을 수립하고자 준비한 ‘대회사’ 문건이 발견됐고 이 문건을 3자가 모두 공유한 정황도 확인됐다.

금속노조 유성지회는 지난 2월4일 유성기업과 현대자동차 임원진 등을 노조법 위반(부당노동행위) 혐의로 대전지방검찰청 천안지청에 고소했고 수사가 진행 중이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