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배치 지역으로 결정된 경북 성주군민들이 13일 상경해 사드 배치를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성난 군민들은 해당 지역구인 이완영 새누리당 의원(경북 고령·성주·칠곡)을 강하게 추궁하기도 했다. 이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에게 “경북은 안된다고 말씀드렸다”고 전했다.

이날 오후 황인무 국방부 차관이 국방부 컨벤션홀에 항의방문한 성주군민들에게 설명을 마치자 성주군민들은 이완영 의원에게 해명을 촉구했다. 군민들은 “이완영 의원한테 욕좀 만히 합시다”, “내 두 번이나 이 의원 찍은 사람이다, 뭐했노”라며 추궁했다.

이 의원은 “경과를 말씀드리면 작년 가을부터 칠곡 얘기가 나왔다가 수면으로 들어갔다. 지난주 화요일(5일) ‘칠곡이 결정됐다’고 동아에서 보도되자 제가 청와대 들어가서 대통령께도 말씀드렸다”고 전했다. 그는 “제가 대통령께 이렇게 얘기했다. ‘대통령님 고향 성주 출신 이완영입니다, 대통령님 고향이 성주 아닙니까, 제가 대선때부터도 그렇게 말씀드렸다’ 대통령도 인정했다”라며 “대통령에게 제가 ‘사드가 칠곡 얘기가 나오는데, 대구경북 시도민이 들고 일어났다, 칠곡 문제가 아니라 시도민의 문제이다. 시도민 500만 똘똘 뭉쳤다. 경북은 안됩니다’ 이렇게 말했다”라고 해명했다.

그는 “어제(12일)까지만 해도 국방장관 차관 등이 ‘결정된 바 없고 선정중에 있다’고 했다”며 “그저께(11일) 군수님이 단식농성 들어간다고 해서 어제 밤 10시반 기차 타고 성주 갔다. 아직 (성주로 결정난 게) 아니라더라고 했더니 ‘이완영이 너도 잘 모르지 않느냐’고 하는데, 사실이었다. 국가기밀이라고 해서 국회의장에게도 안알려준다”고 말했다.

▲ 지난 13일 국방부 컨벤션센터에서 성주군민을 상대로 사드배치 경위를 설명하고 있는 이완영 새누리당 의원. 사진=이치열기자
군민들 사이에서는 ‘그런 게 어딨나’, ‘정보위원회는 뭐했느냐’라는 비판이 터져나왔다. 이 의원은 “그게 이 정부자, 국방부”라며 “(일부에선) 칠곡을 빼고 니가 성주를 넣느냐는 말까지 내게 하는 사람이 있다. 그럴 리가 있겠느냐”고 해명했다. 그는 “여러분 덕에 국회의원 됐는데, 여러분 뜻을 못받들면 국회의원 하지 말아야죠”라고 말하며 울먹이기도 했다.

한 군민은 “대한민국 정부가 다 썩었네. 그 금배지 줘버려요. 당신 금배지 우리가 달아줬어요. 그런데 지금 달고 있을 이유가 있나”라고 성토했다.

다른 군민은 “나는 최경환 의원과 유승민 의원을 존경했는데, 이젠 안한다”며 “대구지역 안된다고 펄펄 뛰더니 (성주 얘기 나오자) 왜 말이 없느냐”고 비판하기도 했다.

정영길 경북 농수산위원장은 “국가 안보 차원이라도 지역 주민에게 한마디 얘기도 없이 결정한 것은 분명히 원천무효”라며 “미군이 ‘부지만 제공하라’며 나머지를 분담하겠다는 것은 자국민 미군을 보호하기 위해 했다는 뜻이다. 대한민국이 아직까지 국력이 약하기 때문에 이런 설움을 받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황인무 국방차관은 사드 성주 배치를 설명하는 도중에 성주를 ‘상주’라고 말했다가 거센 비난을 뒤집어쓴 뒤 사과하기도 했다.

한편,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이날 밤 9시 넘어 군민들이 모인 컨벤션홀에 방문해 “사드가 배치되면 들어가서 제일 먼저 레이더 앞에 서서 전자파가 위험이 있는지 제 몸으로 직접 시험하겠다”고 밝혔다.

한 장관은 사드포대에 가까운 곳에 주택을 구입할 용의도 있으며, 환경영향평가도 실시할 생각이 있다고 답했다. 그는 “여러분이 갖고 계신 심려는 충분히 알고 있지만 우리가 국내 여러 곳에서 레이더를 운용하고 있는데 그로 인해 생기는 피해는 없다”며 “걱정하시는 것과 관련해 요구하시는 것에 대해 정부가 범정부 차원에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상주 현장에 가서 대화를 나누고 문제점이 있으면 해소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 지난 13일 성주군민들이 서울로 상경, 국방부 컨벤션센터에서 성주 사드배치 결정 철회를 촉구했다. 사진=이치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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