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저한 품질관리를 전제로 교양 프로그램만 제작해온 독립프로덕션 인디컴(대표 김태영)이 회사설립후 처음으로 흑자기조에 들어섰다. 인디컴의 흑자전환은 CATV 방송시작과 함께 난립하고 있는 다른 프로덕션들이 경영상의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과 대비돼 관심을 끈다.

현재 활동중인 프로덕션의 면면을 보면 대기업의 자본력을 이용해서 출혈투자를 하고 있는 대규모 프로덕션과 덤핑경쟁을 통해 살아남으려는 소규모 프로덕션으로 양분된다. 이 때문에 어느정도 시간이 흐르고 나면 거대자본을 중심으로한 프로덕션의 매수합병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인디컴이 흑자로 돌아섰다는 것은 이러한 자본중심의 방송시장 재편을 막을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줬다는데 의미가 있다.

93년 2월 설립된 인디컴은 2년여만인 지난 3월부터 경상수지가 흑자로 돌아서기 시작했다. 인디컴이 흑자경영을 할 수 있게된 것은 품질 중심의 프로그램 제작과 경영이 가치를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인디컴은 첫 작품인 <베트남전쟁 그후 17년>이 그랬던 것처럼 철저한 사전제작을 통해 프로그램으로 승부한다는 인상을 강하게 심어왔다. 인디컴은 또 정규 프로그램의 경우에도 제작비와 제작시간에 일관성을 유지함으로써 방송사로부터 신뢰를 얻었다. 뿐만아니라 CATV가 시작되면서 벌어지기 시작한 프로그램 유치경쟁에도 뛰어들지 않고 한 프로그램만 제작한다는 원칙을 지키고 있다 (인디컴은 현재 교통관광TV의 <28 교통상담>만을 제작하고 있다).

이 때문에 KBS는 최근 인디컴에서 납품하는 <그곳에 가고싶다>의 제작비를 자체 판단에 따라 10% 인상해줬다. SBS의 <환경탐사 그린맨을 찾아라>도 다른 방송에 비해 후한 제작비를 받고 있다고 한다. 김태영 대표는 프로덕션이 단지 프로그램이라는 상품을 만들어내는 기업이란 사실을 거부한다. 프로덕션은 하나의 기업이면서 동시에 하나의 작은 방송사여야 한다는 것이다. 공익성을 요체로 하는 프로그램을 단순상품의 논리로 만들 수는 없다는 것이다.

프로덕션이라 해서 그런 프로그램을 만들어도 된다면 그 프로그램을 보는 시청자를 우롱하는 일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래서 그는 자칫 주종관계가 되기 쉬운 방송사와 프로그램 내용을 협의하면서도 납득되지 않는 일에는 양보하지 않는다. 스스로 하청업자가 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프로그램은 제작비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긍지로 만든다는 것이 그의 방송철학이다.

김씨는 독립 프로덕션의 발전을 위해서 방송사도 정신을 차려야 한다고 말한다. 당장은 자본력을 가진 큰 프로덕션이 제작여건도 좋고 제작비도 싸서 좋겠지만 프로덕션 시장이 대기업 위주로 재편되고 난 뒤에도 그것이 가능하겠느냐고 반문한다. 그때 가서는 방송사가 프로덕션에 끌려다니게 될지도 모른다는 것이 그의 전망이다. 김대표는 방송사가 이런 함정에서 스스로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독립 프로덕션을 앞장서서 육성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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