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구본홍 YTN사장이 갑작스럽게 사퇴한 배경이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을 추모했던 돌발영상과 청와대의 압력 때문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김시곤 KBS보도국장 녹취록으로 불거진 청와대의 공영방송 보도통제가 이명박정부 시절부터 있었으며, 보도통제 관행을 뿌리 뽑기 위해선 이명박·박근혜정부 언론장악 청문회를 실시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온다.
2009년 당시 YTN노조위원장이었던 노종면 YTN해직기자는 12일 국회 기자회견 자리에서 “조합원들이 400일 가까이 싸우며 6명이 해고당하고 수십 명이 징계된 상황에서도 나가지 않던 구본홍 사장이 2009년 중순 갑자기 사퇴했다. 조중동에서는 청와대의 경질이라고 했다”고 전한 뒤 “노조 대표로 구본홍 사장을 자주 만났던 YTN노조위원장으로서 판단했던 사퇴 배경은 YTN ‘돌발영상’ 두 건이었다”고 주장했다.
노종면 해직기자는 “2009년 6월 무렵 구본홍 사장으로부터 직접 하소연을 들었다. ‘(노 전 대통령의) 육성이 나가고 기타 치는 모습이 나갔다고 난리다’라고 했다. 당시 청와대로 상징되는 외압이 있었다고 생각했다. 그 이후로 구본홍 사장과 전화도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노종면 해직기자가 언급한 두 번째 돌발영상은 2009년 6월30일자 ‘살기 좋은 세상’이다. 이날 방송에서 재래시장을 방문한 이명박 대통령이 “내가 옛날 젊었을 때 재래시장 노점상 할 때는 하소연할 데도 없었어. 지금은 얘기할 데라도 있으니 좋잖아”라고 말했다. 그리고 8월3일, 구본홍 사장은 갑작스레 YTN사장직에서 물러났다. 이후 국무총리실 민간인사찰팀에서 ‘정권의 충성심이 강하다’고 평가했던 배석규 전무가 YTN사장에 올랐다. 결국 구본홍 사장은 보도를 통제하지 못해 청와대로부터 경질된 것이란 주장이다.
노종면 해직기자는 “이정현 녹취록은 단발성 사건이 아니다”라고 강조하며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정부는 지금껏 YTN을 비롯한 공영언론에 적극적으로 개입해왔다”고 밝혔다. 그는 “보도를 잡기 위해 정권은 수단을 가리지 않는다. 이명박정부 초반 정권 실세였던 신재민 문화부 차관은 사장의 방침에 반대하면 YTN의 정부 지분을 팔아버릴 거라며 공개협박을 했다. 해직자가 나올 거다, 경찰이 구속 수사도 할 수 있다, KTX여승무원처럼 버리겠다는 말도 했다”고 주장했다.
노종면 해직기자의 주장에 대해 구본홍 전 YTN 사장은 12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당시 청와대에서 민감하게 반응한 건 사실이다. 그러나 단지 그것 때문에 그만둘 만큼 졸장부는 아니었다”고 말했다. 구본홍 전 사장은 “2009년 당시 노사관계가 원만하게 운영되던 찰나에 갑자기 그만두게 되니 노종면 위원장이 여러 가지 배경을 검토하며 그런 추론을 한 것 같은데 개연성 차원에서 노 위원장이 충분히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청와대로부터 압력성 전화는 없었다”고 말했다.
정영하 전 MBC노조위원장은 “김재철 MBC사장을 선임한 김우룡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은 한겨레와 인터뷰에서 ‘뽑기 싫었지만 임명권자 뜻을 거스를 수 없었다’고 말했다”며 이명박정권의 방송통제까지 청문회에서 다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성제 전 MBC노조위원장은 “백종문 녹취록에서 박성제·최승호는 증거 없이 해고했다는 게 나왔다. 공영방송에서 증거 없이 언론인을 해고 하고 공정보도 하려는 기자·PD를 비제작부서로 내보냈다. 무자비한 일을 통제할 장치가 없다”며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과 청문회 실시를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