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홍보수석이 바꾸라고 얘기했다. 대체하라고 했다. 구체적으로 편성에 대해 지시했다. 간섭인가 아닌가.”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

“...” (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

11일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미방위) 쟁점은 이정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의 KBS 보도통제에 대해 방송의 공정성을 관리·감독하는 방송통신위원회가 진상조사에 나설지 여부였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12분 분량의 이정현 녹취록을 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에게 들려주며 보도통제 여부에 대한 판단을 요구했다. 그러나 최성준 위원장은 끝내 판단을 유보했다. 직무유기 비판이 나온다.

▲ 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박홍근 더민주 의원은 이정현 녹취록을 들려주며 “김시곤 전 KBS보도국장에게 걸었던 전화가 홍보수석의 통상적 업무라면 바로 잡아야 한다”며 방송법 4조 위반을 주장했다. 그러나 최 위원장은 “(이정현 전 수석의 통화가) 보도 규제나 간섭에 해당되는지는 쉽게 판단할 수 없다”며 판단을 유보했다. 이어 “저희가 사실관계를 파악할 수 없다”며 검찰 수사 결과를 기다리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태도를 두고 김성수 더민주 의원은 “(보도에 대한) 간섭인지 아닌지 판단하는 기준은 무엇인가”라고 물었다. 이에 최성준 위원장은 “방송내용에 영향을 미쳐 다른 내용으로 바뀔 때를 의미한다”고 답했다. 그러자 김 의원은 녹취를 두고 “KBS 보도국장의 생사여탈권을 갖고 있는 청와대에서 리포트를 빼 달라, 재녹음해달라고 요구한 것”이라며 “이건 명백한 간섭”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최성준 위원장은 “보는 입장에 따라 여러 견해가 있을 수 있다. 전체적인 흐름을 봐야 한다”며 즉답을 피했다. 그는 “내가 판단하는 자리에 있지 않다. 행정부 입장에서 이렇게 저렇게 이야기하는 게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민경욱 새누리당 의원이 “홍보수석으로서 본연의 업무를 수행했다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을 땐 “같은 생각”이라고 답했다.

신경민 더민주 의원은 최 위원장이 말을 바꾸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 의원은 “올해 초 MBC 백종문 녹취록 사태가 났을 때 방통위는 방송법 4조가 국가권력 등 외부간섭을 막기 위한 것이니 백종문 녹취록은 개입하고 조치할 근거가 없다고 밝혔다. 그런데 이정현 녹취록이 나오니 지금은 말을 바꿔 법적 근거가 없다고 한다”고 비판했다. 최 위원장은 “입장을 바꾼 적이 없다”고 답했다.

이상민 더민주 의원은 “방통위가 사법적 판단에 기대 우리와 무관하다는 건 안일한 자세”라고 지적했다. 이에 최 위원장은 “저희가 무관하다는 취지는 아니다. 다만 조사는 검찰에게 맡겨진 것이니 저희가 판단할 수 없다는 의미”라고 원론적인 답을 반복했다. 이에 이상민 의원은 “이 정도 상황이면, 일반인의 시각에서 문제라고 인식하는 게 마땅하지 않나”라고 되묻기도 했다.

이재정 더민주 의원은 “수사권이 없다고 행정기관이 자신의 업무를 하지 않는 건 말이 안 된다. 형사처벌 여부를 떠나 방통위라면 조사해서 대책을 마련하는 것은 충분히 할 수 있다. 왜 검찰 수사를 기다리나. 방통위가 수사기관의 하부기관인가”라고 비판했다. 최 위원장은 이와 관련, “자료를 보고 판단은 할 수 있으나 표현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답했다. 가치판단을 안 하겠다는 의미다.

유승희 더민주 의원은 “(이정현 녹취 공개 이후) 11일이 지났는데 방통위는 아무런 대응이 없다”고 비판하며 방송사 편성권이 적나라하게 침해된 이번 사건의 진상규명을 위해 청문회 개최 합의를 요구했다. 그러나 새누리당은 반대 입장을 낼 것으로 보인다. 한편 최성준 위원장은 7월4일 국무회의에 참석해 이정현 녹취록과 관련한 안건을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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