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현 새누리당 의원이 “대한민국 정치를 바꾸겠다”며 당대표 선거에 출마했다. 보도통제 의혹이 제기되면서 청문회 요구는 물론 의원직 사퇴 필요성까지 제기되고 있지만 전혀 개의치 않는 모습이다.

이정현 의원은 7일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연이어 두 번이나 국회의원으로 선택해주신 전라남도 순천 시민들의 엄중한 명령이자 순천시민께 드린 약속”이라며 8·9 전당대회 당대표 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당 대표 공약으로 △기득권 타파 △국민과 민생을 찾아가는 구조로 당 개혁 △민생 문제 책임지는 여당 △권력에 줄서기 하는 수직적 질서를 수평적 질서의 정치시스템으로 변경 △올해 태어난 아기들이 성년 되는 19년 동안 보호하고 도와주는 정당 장기비전 매뉴얼 작성 등을 내걸었다.

이정현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 후 질의응답에서 보도통제 논란 관련 질문에 “처음 문제제기 됐을 때 제 입장을 충분히 말했다”고 대답을 피해갔다. 이정현 의원은 보도통제 의혹 파일이 폭로된 직후 “다 제 불찰”이라고 했다가 하루 만에 “홍보수석 역할에 충실하려고 노력했던 것”이라고 입장을 바꿨다. 그는 기자회견 후 민생 탐방격인 13번째 배낭투어를 떠났다.

▲ 이정현 새누리당 의원이 7일 서울 영등포구 새누리당사 기자실에서 당대표 출마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포커스뉴스


이정현 의원의 당대표 출마에 대해서는 정치적인 자유라는 입장이지만 보도통제 의혹이 제기된 현재 시점에서는 부적절하다는 평가가 대부분이다. 강희용 더불어민주당 부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국회에서 청와대의 방송장악과 제2의 보도 지침 사건에 대해 청문회를 열겠다고 하는 마당에 자신은 아무 상관없다는 듯 당대표 출마선언을 하는 것은 누가 봐도 납득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손금주 국민의당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이정현 의원이 대표 출마 이유로 ‘대한민국 정치를 바꾸겠다’고 한 것은 어처구니가 없다”며 “이정현 의원은 먼저 대한민국 언론 자유를 어떻게 보호할지부터 말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정현 의원의 보도통제 의혹을 폭로했던 김환균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은 이날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한마디로 염치없는 짓”이라며 “청와대 홍보수석으로서 통상적으로 법을 위반했다는 증거가 나왔는데도 정치 지도자가 되겠다는 사람이 아랑곳 않고 있다”고 질타했다.

시민사회에서는 의원직 사퇴를 요구하는 상황이고 야당은 보도통제 청문회를 요청하고 있다. 이정현 의원이 이런 압박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출마를 하게 된 배경에 대해 다양한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 이정현 새누리당 의원이 7일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사에서 당대표 출마 기자회견을 마친후 배낭투어를 떠나기 위해 차를 타고 있다.  사진=포커스뉴스


일단 새누리당 전체가 나서 보도통제 논란을 축소하고 있다. 보도통제 청문회를 요구받고 있는 국회 미래창조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의원은 6일 기자회견을 열고 “과도한 정치공세”로 일축하고 있다.

시민사회의 역량 부족이 원인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시민사회와 세월호참사특별조사위원회에서 고발까지 받은 당사자가 당대표 출마하는 상황 자체가 국민에 대한 무시”라면서도 “언론단체가 이슈를 던져놓고 확실히 키우지 못한 문제도 복합돼 있다”고 자평했다.

언론노조와 언론시민단체는 지난 6일부터 국회와 청와대 앞에서 △청와대 사과 △이정현 의원 사퇴 △국회 청문회 등을 요구하는 릴레이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에 더해 추가적인 활동을 계획 중이다.

언론 보도 자체가 이정현 의원의 보도통제 논란을 문제삼지 않는 경향도 문제로 지적됐다. 보도통제를 받은 것으로 제시된 KBS는 물론 MBC는 이정현 의원의 보도통제 의혹을 뉴스로 거의 다루지 않고 있다. SBS는 그나마 기자들의 ‘긴급 발제권’을 가동해 어렵사리 보도를 내보냈다. (관련보도: “이 당연한 기사를 왜” SBS 기자들 긴급발제권 발동)

이날 출마 기자회견을 다룬 기사에서도 “이정현, 전대 출마 공식선언…‘대한민국 정치 바꾸겠다’”(연합뉴스), “이정현 ‘국가와 국민, 대한민국의 가치를 지키겠다’”(뉴스1), “이정현 당 대표 출마 선언…당권 경쟁 ‘변수는 서청원 의원’”(MBN) 등 정치적인 함의를 짚은 기사를 내놨을 뿐이다.

보도통제 논란을 제목에서 언급한 보도는 “이정현, ‘보도개입’ 논란에도 출마강행…‘끝까지 완주’”(뉴시스), “‘보도개입 파문’ 이정현 당 대표 출마 선언”(한겨레) 등 소수였다.

김언경 사무처장은 “주요 이슈가 되려면 주요 매체에서 다뤄줘야 하는데 KBS나 MBC가 전혀 다루지 않거나 하고 있다”고 말했다. (관련보도: 이정현 녹취록, KBS는 사흘동안 보도 0건)

당 대표에 출마한 이정현 의원의 입지도 보도개입 논란이 언급되지 않는다는 평가도 나온다. 당내 경쟁이라도 유력 후보에 대해서는 치열한 비판과 폭로가 이어지는 것이 당내 경선이기 때문이다.

최요섭 정치평론가는 “이정현 의원이 당대표 경선에서 크게 영향력이 없다고 보기 때문에 다른 경쟁자들도 굳이 ‘보도통제’라는 약점을 건드리지 않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새누리당이 보도통제 청문회를 거부하는 것과 이정현 의원에 대한 보도통제 문제를 언급하지 않는 것은 다른 맥락으로 봐야한다는 평가도 나온다. 최요섭 평론가는 “새누리당에 세월호 참사는 박근혜 정부의 아킬레스건을 건드리는 중요한 문제라 정치의제화 하는 것 자체가 부담스러워 하는 경향이 있다”며 “이정현 의원을 당 대표 주자들이 굳이 견제하지 않는 이유와는 맥락상 다르다”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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