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방송 CBS의 지역 자치국인 전남CBS 운영이사회가 전남CBS 노조위원장을 인사권 개입 등을 이유로 해고해 물의를 빚고 있다. 

전남CBS 사측은 박형주 노조위원장을 해고하는 과정에서 성탄절에 절에 간 것을 징계 사유로 드는가 하면 단체협약으로 규정된 징계 절차도 제대로 지키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전남CBS 운영이사회 징계위원회(위원장 우천수 이사)는 지난 4일 박 위원장에게 “운영이사회에서 만장일치로 결의된 박형주 직원 징계를 위한 위원회가 위임을 받아 징계위원회 절차와 조사를 통해 해임을 통보한다”며 “이를 수용해 주고 이의가 있을 시는 일주일 이내에 재심을 청구 바란다”고 징계 결과를 서면 통보했다.

그러나 이 징계 최종 결과 통보서에는 ‘징계통보 결과(해임)’와 ‘징계 시행일(2016년 7월4일 오후 5시부터)’ 외에 징계사유는 전혀 기재되지 않았다. 

▲ 전남 순천에 위치한 전남CBS 사옥. 사진=전남CBS뉴스 페이스북
전국언론노동조합 CBS지부(안성용 지부장)는 5일 성명을 통해 “박형주 기자가 지난 4일 해고됐는데 전남CBS 운영이사회가 보낸 징계결과 통보서를 보면 왜 해고됐는지가 전혀 나오지 않는다”며 “앞서 박 기자에게 보낸 징계위원회 통지서에도 징계사유가 전혀 언급돼 있지 않아 이는 명백한 실정법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직원의 해고 사유 등의 서면통지와 관련한 근로기준법 제27조에 따르면 사용자는 근로자를 해고하려면 해고 사유와 해고 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해야 한다. 그러나 전남CBS 징계위는 5일 노조 측의 이 같은 비판 성명이 나간 후에야 박 위원장에게 징계사유서를 우편으로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CBS 자치국의 경우 인사권이 자치국 운영이사회에 있지만, 자치국의 대표이사 격인 본부장의 인사권은 본사 사장에게 있고 회계와 감사권도 본사에 귀속돼 있다. 전남지방노동위원회는 2014년 전남CBS 노조위원장에 대한 부당징계 판정에서 자치국도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에 따라 본사의 단협이 적용된다고 밝혔다.

CBS 단체협약을 보면 징계 절차상 회사는 대상자의 인적사항과 징계 사유, 징계위의 개최 일시와 장소를 명시해 2일 전에 서면으로 통보해야 한다. 

CBS 기자협회(이동직 회장)는 6일 박 위원장의 해고무효와 원상복귀를 촉구하는 성명에서 “전남 운영이사회는 노조 위원장인 박 기자를 해고한 사유에 대해서도 납득할 만한 설명을 하지 않고 있다”며 “사측이 직원을 해고할 때는 징계 사유를 사전에 당사자에게 통보해 자기방어를 할 수 있게 해야 하지만 이런 기본적인 원칙조차 지켜지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기자협회는 “그동안 전남CBS에서는 직원 채용 과정에서 노사 갈등이 빚어지는 등 여러 문제가 있었는데, 노조위원장인 박 기자가 회사 정책을 비판해 온 것이 해고의 근본 사유라면 문제가 아닐 수 없다”며 “CBS 본사는 전남국 기자 해임 사태에 대한 진상 규명에 나설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앞서 언론노조 전남CBS지부 지난 5월1일 회사의 신입사용 채용 논란과 관련한 성명을 내고 “회사는 당초 경영적인 판단에 따라 아나운서 0명, PD 0명을 채용하기로 하고 공고를 냈지만, 최종면접 대상자를 발표하면서 어떠한 설명도 없이 아나운서 TO(인력 정원)의 배가 넘는 합격자를 발표했다”며 “이기완 본부장의 독단적인 판단에 따라 치열한 경영적 고민과 원칙 없이 이력서만 보고 무리하게 아나운서 TO를 늘리려는 다른 저의가 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박 위원장의 징계에 관한 진상조사위원장을 맡은 조용구 전남CBS 이사도 6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노조의 해당 성명이 징계위 개최에 발단이 됐음을 인정했다. 본부장이 직원을 몇 명을 뽑든 이사회 인사제청권은 본부장에게 있는데 노조 위원장이 무리하게 간섭했다는 것이다.

조 이사는 박 위원장의 징계 사유에 대해 △기사 대가로 금품 수수 △본부장 인사제청권과 이사회 인사권에 부당개입 △징계위원에 대한 선물 매수 및 회유 정황 등 12가지가 있다고 설명하며 “솔직히 감봉도 줄 상황이 아니었는데 박 기자 본인이 본사 노조를 이용해 이사들을 깔아뭉개면서 일이 커졌다”고 고백했다. 

조 이사는 “처음에 노조 성명 등 노조 문제로 징계위에 회부하면 노조 활동을 탄압했다는 우려가 있어 이사회에서도 지혜롭게 대처했다”며 “이번 노조 성명도 결과적으로 이사회와 (본부장의) 인사제청권을 우습게 여겨서 이런 결과를 초래했다”고 밝혔다. 

조 이사는 근로기준법과 단협 상 징계 절차를 지키지 않았다는 지적에 대해선 “징계 절차는 지방노동위원회 등에서 다툴 부분은 다툴 것이고 우린 소송까지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납득할 수 없는 이유와 절차로 해고를 당했다며 징계위에 재심을 청구할 계획이다.   

조 이사는 7일 미디어오늘에 “징계위원회에서 박 기자를 심문할 때 12가지 내용으로 했다는 것이고 징계사유는 총 8가지”라며 “성탄절에 절에 갔다는 것을 문제 삼은 것은 ‘기타 사건’이지 징계 사유는 아니다”고 재차 정정과 해명 입장을 보내왔다.

그러나 조 이사가 보낸 ‘전남CBS 박형주 기자 징계사유 속기록’에는 기타 사건으로 ‘기독교방송 직원으로서 부적절한 처신’이 포함돼 있었다. 징계위는 “2015년 12월25일 성탄절에는 SNS에 ‘크리스마스에 절에 왔다’는 문구를 쓰고 합천 해인사에서 촬영한 사진을 올리는 등 기독교방송 직원으로서 사회적 비난과 지탄이 우려되는 매우 부적절한 처신을 했다”며 “사회 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로 회사 명예 실추의 책임 있는 사유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기사 추가 2016-07-07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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