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곤 전 KBS 보도국장의 이정현 새누리당 의원 대화 녹취록 폭로가 파장을 일으키면서 김시곤이라는 인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정현 녹취록과 비망록 등을 폭로한 김 전 국장은 보도국장 시절 안팎의 비판을 많이 받았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에서도 여러차례 박근혜 대통령과 정부 편향적인 보도에 대해 김 국장을 비판하는 노보를 내기도 했다.
이번 폭로 이후에도 김 전 국장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KBS의 한 인사 B씨는 “보도국장 시절에 대한 반성의 의미가 있다면 후배와 동료에게 먼저 사과부터 해야 한다”며 “다만 이번 폭로로, 객관적인 증거가 드러나면서 (앞으로 이런 일을 못하게 하는) 위축효과가 생긴 의미는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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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시곤 전 KBS 보도국장. ⓒ 연합뉴스 |
그는 “그 성향이 보수적이라거나 보도국장 시절 KBS 뉴스가 만족스럽지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청와대나 사장이 이래라 저래라 할 때 순응하는 것과는 다른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전 국장은 경남 진해에서 태어나 서울 우신고, 서울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한 뒤 1987년 1월 KBS에 공채 14기 기자직으로 입사했다. 당시 함께 입사한 동기만 18명이었다. 김 전 국장은 보도본부 보도국 사회부(시청, 검찰), 외신부, 편집부, 경제부 기자를 거친 뒤 모스크바 특파원, 디지털뉴스팀장, 경제팀장, 해설위원, 보도국 부국장을 지냈다. 김 전 국장이보도국장이 된 것은 2012년 12월로, 길환영 사장이 취임한 이후에 임명됐다. 정치부 기자를 하지 않고 보도국장이 된 드문 경우였다.
김 전 국장은 과거 자신의 기사가 누락돼 맞서 싸우는가 하면 공정방송 관련 노조 전임자를 한 경험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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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1년 7월13일자 한겨레신문 18면. |
당시 문제의 기사를 작성한 KBS의 시청출입기자가 김시곤 전 보도국장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 전 국장은 4일 “내가 썼던 기사가 맞다”며 “당시 이길영 본부장실에 올라가 항의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당 시 김 전 국장의 선배이자 KBS의 시청출입기자 1진 기자였던 김영규 전 KBS 강릉방송국장은 이날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서울시가 발표하기 전에 김 전 국장이 써온 그 기사를 데스크가 봤다”며 “판단하기에 따라 행정구역개편이 정부 입장에 유리한 쪽으로 간다고 볼 여지도 있었는데, 몇 번 기사를 올렸는데 보도가 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김 전 국장은 이후 김영삼 정권 때엔 KBS 노조 전임자였던 공정방송추진위원회(공추위) 간사를 맡은 경험도 있다. 당시 김 전 국장은 유럽과 일본 등 선진국의 공영방송사들의 최고권력자 보도사례 1년치를 조사해 노사 공정방송위원회에서 데이터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1990년 대 중반 KBS 노조위원장을 맡은 한 언론계 인사 A씨는 이날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내가 1995년 노조위원장을 하면서 노조 전임인 공추위 간사로 김 전 국장을 데려왔는데, 당시 영국 BBC의 총리 등 최고권력자 보도 사례를 조사해 공방위 때 제시했다”며 “이런 내용이 청와대까지 전달됐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또 한 김 전 국장이 수습기자 시절 공채 14기 기자 동기 18명이 보도본부에서 KBS 보도에 대해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다 수습이 끝나기도 전에 모두 지방으로 발령난 일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동기 18명 가운데 김 전 국장을 포함해 6명이 KBS 노조 전임자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