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곤 전 KBS 보도국장의 이정현 새누리당 의원 대화 녹취록 폭로가 파장을 일으키면서 김시곤이라는 인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정현 녹취록과 비망록 등을 폭로한 김 전 국장은 보도국장 시절 안팎의 비판을 많이 받았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에서도 여러차례 박근혜 대통령과 정부 편향적인 보도에 대해 김 국장을 비판하는 노보를 내기도 했다.

이번 폭로 이후에도 김 전 국장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KBS의 한 인사 B씨는 “보도국장 시절에 대한 반성의 의미가 있다면 후배와 동료에게 먼저 사과부터 해야 한다”며 “다만 이번 폭로로, 객관적인 증거가 드러나면서 (앞으로 이런 일을 못하게 하는) 위축효과가 생긴 의미는 있다”고 평가했다.

▲ 김시곤 전 KBS 보도국장. ⓒ 연합뉴스
김 전 국장은 자신이 지난 2014년 5월 길환영 사장의 보도개입을 폭로하면서 사퇴한 것은 보도의 독립성을 지키지 못한 책임의 의미라고 동료 후배들에게 밝혀왔다. 최근 법원에 제출한 국장업무일일기록(비망록)과 ‘이정현 녹취록’ 역시 자기고백과 사죄의 의미라고 주변에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반해 용기를 낸 것에 대해 평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 전 국장의 KBS 입사동기인 C씨는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김 전 국장의 폭로는 용기있는 행동이라고 본다”며 “그런 일을 하는 동안에 그가 KBS의 독립성과 자율성에 얼마나 헌신했는지는 확실치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기본적으로 KBS의 독립성에 대한 고뇌가 없었던 사람은 아니라고 본다”고 평가했다. 그는 길환영 사장 보도개입 폭로 기자회견한 것을 두고도 “사장한테 물러나라며 폭로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라며 “‘잘 나갈 때 저항했어야 하지 않았느냐’고만 볼 수는 없다. 폭로 후 스스로 받을 대가가 크다는 것을 모르고 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그 성향이 보수적이라거나 보도국장 시절 KBS 뉴스가 만족스럽지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청와대나 사장이 이래라 저래라 할 때 순응하는 것과는 다른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전 국장은 경남 진해에서 태어나 서울 우신고, 서울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한 뒤 1987년 1월 KBS에 공채 14기 기자직으로 입사했다. 당시 함께 입사한 동기만 18명이었다. 김 전 국장은 보도본부 보도국 사회부(시청, 검찰), 외신부, 편집부, 경제부 기자를 거친 뒤 모스크바 특파원, 디지털뉴스팀장, 경제팀장, 해설위원, 보도국 부국장을 지냈다. 김 전 국장이보도국장이 된 것은 2012년 12월로, 길환영 사장이 취임한 이후에 임명됐다. 정치부 기자를 하지 않고 보도국장이 된 드문 경우였다.

김 전 국장은 과거 자신의 기사가 누락돼 맞서 싸우는가 하면 공정방송 관련 노조 전임자를 한 경험도 있었다.

▲ 1991년 7월13일자 한겨레신문 18면.
1991 년 7월13일자 한겨레신문은 18면 머리기사 ‘KBS뉴스 수뇌부간섭 심해져’에서 “지난 1일 시청출입기자가 특종취재한 ‘여권, 게리맨더링식 행정구역 개편’ 기사가 10일째 보도되지 못하면서 일부 기자들이 항의농성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당시 문제의 기사를 작성한 KBS의 시청출입기자가 김시곤 전 보도국장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 전 국장은 4일 “내가 썼던 기사가 맞다”며 “당시 이길영 본부장실에 올라가 항의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당 시 김 전 국장의 선배이자 KBS의 시청출입기자 1진 기자였던 김영규 전 KBS 강릉방송국장은 이날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서울시가 발표하기 전에 김 전 국장이 써온 그 기사를 데스크가 봤다”며 “판단하기에 따라 행정구역개편이 정부 입장에 유리한 쪽으로 간다고 볼 여지도 있었는데, 몇 번 기사를 올렸는데 보도가 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김 전 국장은 이후 김영삼 정권 때엔 KBS 노조 전임자였던 공정방송추진위원회(공추위) 간사를 맡은 경험도 있다. 당시 김 전 국장은 유럽과 일본 등 선진국의 공영방송사들의 최고권력자 보도사례 1년치를 조사해 노사 공정방송위원회에서 데이터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1990년 대 중반 KBS 노조위원장을 맡은 한 언론계 인사 A씨는 이날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내가 1995년 노조위원장을 하면서 노조 전임인 공추위 간사로 김 전 국장을 데려왔는데, 당시 영국 BBC의 총리 등 최고권력자 보도 사례를 조사해 공방위 때 제시했다”며 “이런 내용이 청와대까지 전달됐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또 한 김 전 국장이 수습기자 시절 공채 14기 기자 동기 18명이 보도본부에서 KBS 보도에 대해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다 수습이 끝나기도 전에 모두 지방으로 발령난 일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동기 18명 가운데 김 전 국장을 포함해 6명이 KBS 노조 전임자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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